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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시위와 파업

‘탑승 시위 2년’ 전장연 “지하철역 아니면 어디서 우릴 봐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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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리프트 사망 사고 계기

22년째 이동권 개선 요청해와

정부선 아직도 예산 편성 안해”

“지하철 타는 시민들 불편 죄송

사회적 대화, 다른 방법 못 찾아

장애인 이동권 의식 변화 바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탑니다’ 탑승 시위가 만 2년을 맞았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이어져 온 시위에 불편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있지만, 승강장이 아니면 이들의 현실이 주목받기도 힘든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공감의 목소리도 나온다.

세계일보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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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은 세계장애인의날인 3일로 단체의 지하철 선전전이 2년을 채웠다고 밝혔다. 2021년 12월3일 장애인 인권 증진을 요구하는 행사 후 홍남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자택 앞으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 게 탑승 시위의 시작이었다. 이후 대통령실, 서울시청, 기획재정부 등 정부기관 앞이나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또는 4호선 혜화역 주변에서 주로 선전전을 벌였다. 이달 1일부터는 ‘장애인권리예산·권리입법 쟁취를 위한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침묵 선전전’으로 선회하고 탑승 시위를 일시 중단했다.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전장연의 승강장 진입을 막으면서다.

전장연 측은 지난 2년을 “장애인 인권이 역행한 시간”이라고 회고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지난 집회들에 대해 “‘왜 출근길에 이동권을 외칠 수밖에 없는지’보다 우리의 시위 방식에 대한 얘기가 더 많았다”며 “일반 시민과 장애인을 갈라치는 방식으로 상황이 악화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2001년 4호선 오이도역 지하철리프트에서 장애인이 떨어져 사망한 뒤 전장연이 이동권 개선을 요청해 온 것만 벌써 22년째다. 헌법에 보장된 이동할 권리를 장애인에게도 보장해 달라며 출근길에 나선 지는 이제 2년이지만 일각에서는 ‘그 정도면 충분치 않으냐’는 식의 시선을 보낸다.

세계일보

박 대표는 “수도권에서 가장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인 지하철에서 장애인은 끊임없이 차별받았다”며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며 보통 시민에게는 죄송하지만, 한국이 더 이상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은 부끄러운 사회이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많은 분이 이 문제를 의식하고 변화가 생기길 바란다”고 했다.

전장연 시위로 지하철 정차 시간·배차 간격이 길어지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상당하다. 서울시는 지난 2년간 전장연 시위로 인해 약 1060명이 정시에 도착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1호선을 이용하는 직장인 오모(31)씨는 “전장연 시위로 지하철이 너무 안 와서 회의시간에 늦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를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시청역으로 출근하는 다른 직장인 박모(33)씨는 “지하철을 탔다가 버스로 환승해 출근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장례식에 못 가거나 면접에 늦어 불이익이 발생했다는 사례도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은 전장연 시위로 장애인들의 절박한 요구를 알게 됐다고 말한다. 박씨는 “정부가 장애인 이동권 향상을 위한 예산편성을 하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이번 계기로 장애인 이동권이 침해받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것을 정확히 알게 됐다”고 했다.

조한진 대구대 교수(장애학)는 “승객 입장에서 불편한 건 당연하지만, 이 방법이 아니고서는 사회적인 대화가 불가능해서 다른 방법을 찾기 어렵다”며 “비장애인은 참을 수 없는 긴 대기시간과 불편한 이동경로를 장애인은 매일 겪어야 한다는 건 ‘이동권’이란 인간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장애인이 인간 이하의 삶을 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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