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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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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탁구 ‘샛별’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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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TF 세계청소년선수권 결승전

女주니어대표팀, 대만 꺾고 우승

남녀 통틀어 첫 세계선수권 제패

‘한국 탁구 전설’ 유남규 딸 유예린

중국과의 4강서 2승 올리며 맹활약

‘부녀 세계대회 우승’ 진기록 세워

개인 단식·복식서도 메달 도전장

유남규(56) 한국거래소 감독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남자단식 결승에서 김기택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탁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게 서울 대회였으니 올림픽 탁구 남자단식의 초대 챔피언인 셈이다. 아울러 유 감독의 금메달은 한국 올림픽 역사상 남자 선수의 첫 구기 종목 금메달이기도 했다. 유 감독은 올림픽 금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비롯해 세계선수권(금1, 은1, 동4), 아시안게임(금3, 은6, 동3) 등 수많은 국제대회를 휩쓸며 한국 탁구의 전설로 남았다.

25일 새벽, 유 감독은 한국 탁구의 전설이기 이전에 한 아이의 아버지였다. 외동딸인 예린이가 스웨덴 헬싱보리에서 열린 2024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박가현(17·대한항공)과 김태민(17·호수돈여고), 최나현(16·호수돈여고)과 함께 출전한 19세 이하 여자 단체전 결승을 인터넷 중계로 마음 졸이며 지켜봤다.

세계일보

한국 여자탁구 주니어 대표팀이 25일 스웨덴 헬싱보리에서 열린 2024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19세 이하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기뻐하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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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린(16·화성도시공사 유스팀)은 1단식으로 출전했지만, 예이톈에게 1-3(4-11 11-9 9-11 7-11)으로 패했다. 기선을 제압당한 한국은 2단식 주자 박가현이 청푸쉬안을 3-2(12-10 8-11 11-6 8-11 11-3)로 잡아내며 게임 스코어 1-1로 균형을 맞춘 데 이어 3단식에 출전한 최나현도 천치쉬안에게 3-0(11-8 11-2 11-9) 완승을 거뒀다. 4단식에 다시 나선 박가현이 예이톈을 3-1(11-3 9-11 11-6 11-8)로 돌려세우면서 한국은 게임 스코어 3-1로 단체전 우승을 확정지었다.

비록 결승에선 패했지만, 유 감독의 딸 유예린은 이번 대회 최대 고비였던 ‘세계 최강’ 중국과의 4강전에서 2승을 거두며 결승 진출의 일등공신이 된 바 있다. 전날 열린 4강에서 유예린은 1단식에선 친위시안에게 3-2 역전승을 거뒀고, 5단식에서는 아시아선수권 챔피언인 쭝거만을 3-1로 누르며 한국의 게임 스코어 3-2 승리를 매조졌다. 유 감독의 탁구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셈이다. 유 감독은 “(유)예린이가 결승에서 이기고 우승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중국과 준결승에서 혼자 2승을 올리고 최선을 다했으니 오늘 하루는 우승 기쁨을 즐겼으면 좋겠다. 충분히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며 딸의 성장을 기뻐했다.

남녀를 통틀어 한국 주니어대표팀이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월드 유스 챔피언십으로 타이틀이 변경된 이후는 물론이고, 2003년부터 2020년까지 치러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를 포함해도 단체전 금메달은 첫 역사다. 이전까지는 남자 주니어대표팀이 5차례(2004, 2007, 2008, 2015, 2016) 기록한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다. 여자팀도 2015년 대회에서 결승에 올랐지만, 중국에 패배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이번 우승으로 유 감독과 유예린은 ‘부녀(父女) 세계대회 우승’을 완성했다. 유 감독은 세계선수권에서 한 차례 우승한 바 있다. 1989년 도르트문트 대회에서 ‘탁구 여왕’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과 짝을 이뤄 혼합복식 금메달을 따냈다. 다만 유 감독은 세계선수권 단체전 우승은 해보지 못했는데, 딸 예린이가 이를 대신 이뤄냈다. 유 감독은 “예린이에게 ‘경기에서 져봐야 이기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면서 “부담감을 덜고 대신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하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회 우승이 예린이가 ‘유남규의 딸’이 아닌 ‘선수 유예린’으로 홀로 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유예린뿐만 아니라 박가현과 최나현까지 이번 단체전을 합작해낸 주전 3인은 모두 탁구 선수들의 자녀들이다. 박가현은 박경수 한남대 탁구단 감독의 딸이며, 최나현은 최주성 대전 동산중 감독의 딸이다. 부모로부터 탁구 DNA를 물려받은 ‘탁구인 2세’들이 만리장성을 넘어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선 것이다.

단체전 우승의 기쁨을 뒤로하고 선수들은 개인전에서도 메달에 도전한다. 유예린과 박가현은 혼합복식에서도 8강에 진출했다. 25일부터는 개인 단식과 복식도 시작됐다. 세계청소년대회 한국의 개인전 최고 성적은 2007년 정상은, 2013년 장우진(이상 세아)의 남자단식 금메달이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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