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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1 (금)

"리스크 막자" 대출 문턱 높인 2·3금융권...불법사금융 두드리는 취약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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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차주 대출규모 줄이는 저축은행·카드사

대부업도 막자 불법 사금융 내몰린 취약차주

"법정최고금리 인상" vs "대출 유도해선 안돼"

아주경제

[사진=연합뉴스]




# 30대 A씨는 코로나19 여파로 두 번 실직을 경험한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결국 불법 사금융 문을 두드렸다. 카드사, 저축은행은 물론 제3금융권으로 불리는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이 거절됐기 때문이다. A씨는 "이자율이 높은 건 알지만 당장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한탄했다.

제2금융권에 이어 서민들에게 '최후의 보루'인 대부업계마저 대출 문을 걸어 잠그면서 급전이 필요한 취약 차주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법정 최고 금리(20%)를 현실화해 대출 물꼬를 터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대출 문턱을 높여 취약 차주가 빚더미에 앉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견해도 교차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3금융권'이라 불리는 대부업계조차 외면한 취약 차주들이 불법 사금융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부업계는 대부업체 이용자 120만명 중 80% 정도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취약 차주들이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대는 이유는 제2·3금융권에서 대출 문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우선 저축은행과 카드사는 고금리 기조 속에 조달 비용이 급격히 상승한 데다 적자 폭이 커지면서 '건전성 관리'를 위해 취약 차주에 대한 신규 대출 규모를 줄이고 있다.

저축은행은 연체율에 비상이 걸리면서 '민간 중금리대출'을 줄이고 있다. 민간 중금리대출은 신용평가 점수 하위 50%인 차주에게 일정한 금리 이내로 공급하는 신용대출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저축은행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1조45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1436억원)보다 53.7% 급감하며 반 토막 났다.

카드사들은 중·저신용자들을 상대로 카드론을 내주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 가운데 두 곳은 신용점수 501~600점 차주에게 카드론을 내주지 않았다. 한 달 전(9월)만 해도 8개 카드사 전체가 해당 신용점수 차주에게 카드론을 내줬다.

'제3금융권'이라 불리는 대부업계도 지난해부터 신규 대출을 줄이는 추세다. 지난 8월 말 기준 주요 69개 대부업체 신규 대출액은 95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3066억원 대비 30% 수준이다. 같은 기간 대부업계에서 신규 대출을 받은 사람은 2만4955명에서 1만2957명으로 급감했다.

대부업계가 신규 대출을 꺼리는 이유는 현행 20%인 법정 최고 금리 영향이 크다. 대부업체가 자금을 조달하면서 내는 이자, 연체율, 운영비 등을 고려하면 현재 최고 금리가 24%를 넘어야 하는데 20% 규제에 발이 묶여 대출 공급 자체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제2·3금융권에서 외면당한 취약 차주들은 불법 사금융 시장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꾸준히 '법정 최고 금리 인상' 또는 '연동형 최고금리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법정 최고 금리 인상이 서민 부담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정치권 반대에 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반대로 경기 침체 시기에 취약 차주들이 대출을 안 받도록 유도하는 게 옳다는 시각도 있다. 상환 능력이 없는 차주에게 빚을 내줘봐야 상황만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침체되고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대출을 줄이자'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장한지 기자 hanzy0209@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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