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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남발하는 대중교통 지원정책…“적정성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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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자체, 야당 등에서 줄줄이 교통패스

총선 앞두고 청년에 혜택 중복되고 지자체별 협의는 뒷전

경향신문

22일 오후 경기 의왕역 대합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3만원 청년패스 정책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표(가운데)와 이개호 정책위의장(오른쪽), 이소영 의원이 교통대책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2023.11.22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대중교통비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급격한 물가 상승과 함께 교통비가 오르면서 나온 서민 지원책인데, 지자체 간 협의와 치밀한 제도 설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명분으로 내세운 대중교통 이용확대를 통한 탄소감축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탄소감축의 실질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가용 이용자의 대중교통 전환을 유도하는 등 추가적인 제도설계가 필요하다.

8일 정부와 지자체, 국회 등에 따르면 최근 등장한 교통비 지원책은 환급형과 정액권형 두가지로 구분된다. 내년 7월 시행 예정인 국토교통부 사업 ‘K패스’는 환급형이다. 월 21~60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일반인·청년·저소득층에 따라 차등적 환급율로 교통비를 되돌려 받는다. 경기도가 도입한 ‘The(더)경기패스’(내년 7월 시행 예정)도 K패스와 유사한데, 횟수 제한이 없는 게 특징이다.

내년 하반기 도입 예정인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는 정기요금제다. 월 6만5000원 정기이용권을 구매하면 무제한으로 버스·지하철·공공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세종시가 추진하고 있는 ‘이응패스’도 월 2만원 정액권으로 시내 모든 대중교통 및 공공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인천 광역버스 출퇴근시 기후동행카드 더 비싸질듯


교통비 지원책은 이용 횟수와 출발-도착지에 따라 실효성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광역 지자체간 협의 없이 경쟁적으로 독자적인 지원책을 쏟아내면서 혜택이 일부에게 중복되고, 일부는 소외되는 부작용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서울시 기후동행카드에 대해 “K패스와 그 목적 및 내용이 매우 유사하다”며 “국고보조율 및 국비지원액의 적정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에게 각종 지원책이 중복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울시는 연간 최대 1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만19~24세) 대중교통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3만원 청년패스’를 추진한다면서 예산 2900억원을 증액했다. 월 3만원에 청년들이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하게 한 것으로, 청년 대상 30% 요금을 환급해주는 K패스와 제도 대상이 겹친다. 즉 24세 이하 서울시 청년들은 K패스, 기후동행카드, 서울시 자체 사업에 더해 3만원 청년패스 등까지 이용 대상이 된다는 이야기다.

월 40회 미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반적인 서울 시민은 국토부의 K패스만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버스와 지하철만 타고 다닌다면 월 6만원 정도면 충분해 6만5000원의 정액을 지급해야 하는 기후동행카드보다 연 최대 21만6000원을 환급해주는 K패스가 유리하다.

경기도 등 다른 지역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겐 실효성 있는 교통카드가 하나도 없을 수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은 현 시점에서 기후동행카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인천 광역버스는 최근 기후동행카드에 포함됐지만 정액권 요금은 6만5000원보다 비싸질 수 있다. 자가용 이용자들은 서울과 경기·인천 등 시도 경계를 넘나드는 장거리 출퇴근자가 많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혜택이 적을 경우 대중교통 활용을 늘린다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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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는 대중교통 이용확대를 위해 대상을 제한하지 않고 선지급되는 교통비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대중교통 100회 마일리지형’ 사업, 일명 ‘모두의티켓’은 평소 사용하는 체크·신용카드에 대중교통 100회분 이용 마일리지를 충전받고 1년간 자유롭게 쓰도록 하는 게 골자다.

입법연구기관 공익허브의 이동우 변호사는 “자체 시물레이션과 설문조사 결과, 모두의티켓은 자가용의 대중교통 전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 사업의 예산은 연평균 1조2037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전국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구분없이 시행한다는 측면에서 예산 대비 효율성이 높다”고 말했다.

자가용 이용을 전환하기 위해선 교통비 지급책에 더해 유류세 조정, 교통망 개선 등 다양한 제도가 함께 보완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정책위원장은 “세계 각국은 유류세를 높이는 자가용 자동차 페널티와 대중교통 인센티브를 동시에 진행해 자가용 이용자의 대중교통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며 “이와 더불어 지방의 대중교통 인프라를 늘리는 노력이 병행되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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