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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황순민의 더 인플루언서] 그냥 '영상쟁이'라는 세남자 개그맨보다 더 큰 웃음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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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임재형, 유현규, 전상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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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개그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2020년 6월, 21년간 이어온 '개그콘서트'가 막을 내렸다. 하지만 개그는 온라인 공간에서 부활하고 있다. 개그맨들은 '공채 기수' 계급장을 떼고 유튜버가 됐고, 이들에 맞서 개그맨보다 더 웃긴 일반인들이 재능을 펼치면서다. 영상 플랫폼에서는 구독자(시청자)에게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받는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콘텐츠 기획력만 있다면 수백만 명을 웃길 수 있는 시대다. 공채 개그맨을 준비하는 대신 자신의 채널을 만들어 시청자와 바로 만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최근 만난 인기 채널 '너덜트'(유현규·전상협·임재형 씨)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유튜브에 특화한 '코믹숏무비'(일명 콩트)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공채 개그맨 출신이 아니지만 '스케치 코미디(10분 이내의 짧은 에피소드들로 이뤄진 코미디)'라는 장르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너덜트의 유튜브 구독자는 178만명에 달한다. 주목할 부분은 영상의 평균 조회 수다. 이들이 올린 동영상 70개의 누적 조회 수는 2억9600만회에 달한다. 모든 영상의 조회 수가 구독자 수보다 많다.

자신들을 '희극인'이 아닌 '영상쟁이'라고 표현하는 너덜트 팀을 만나 최신 유튜브 트렌드를 들어봤다.

―짧은 극 형태의 개그 콘텐츠가 유튜브에서 주류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코미디라는 장르 아래서는 어떤 식으로나 영상을 계속 만들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코믹숏무비'라는 키워드로 처음 콘텐츠를 업로드한 이후, '당근마켓 남편들'이 화제가 되면서 짧은 극 형태의 콘텐츠가 유튜브 시장에 자리 잡기 시작했죠.

―요즘엔 어떤 콘텐츠를 올리고 있나요.

▷코믹숏무비 장르의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짧고 재밌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고요. 최근에는 보다 영화적인 느낌을 살리고 싶어서 스토리텔링이나 영상 퀄리티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어요.

―지상파에 비해 자유롭게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반면 일각에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소재 고갈 또한 고민일 것 같습니다.

▷저희 채널 콘텐츠를 실제로 아이들 교육용으로도 보여준다는 댓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이 부모님들이 보시기에도 욕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자극적인 소재들이 아니라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더라고요. 소재 고갈도 정말 큰 고민입니다. 실제로 타 채널에서 이미 사용한 소재들이 있어 제작되지 못한 재밌는 이야기들이 꽤나 있거든요. 조금만 겹치는 부분이 있어도 바로 표절이라는 도마에 오르기 때문에 좀 더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워낙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언젠가 또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엔 개그맨 공채 시험을 보는 것이 루트였다면 지금은 유튜브, 틱톡 등 다양한 수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유튜버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본인만의 색깔이 있는 콘텐츠를 직접 제작한다면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이 있는 것만큼 또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정말 많은 분들이 쉽게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수익적인 부분이나 콘텐츠 외적인 부분들부터 신경 쓰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무엇보다 콘텐츠 자체의 변별력과 다른 채널과의 차별성을 먼저 고민하시는 게 조금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터'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경쟁력을 갖춰야 할까요.

▷채널 콘셉트가 어떤지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저희는 유튜브 콘텐츠지만 영화처럼 좋은 퀄리티를 포기하지 않아서 타 채널과 변별력이 생기는 것 같고요. 다른 채널에서는 할 수 없는 자기만의 색을 만들어가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남들과 다른 포인트가 있어야 대중의 기억에 남기에도 유리합니다.

―전통적인 'TV 스타'를 '유튜브 스타'가 뛰어넘고 있다고 보나요.

▷저희는 일단 스스로를 셀럽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애초에 채널을 시작했던 이유도 '우리가 직접 만든 영상을 다른 사람들도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다'는 것뿐이었기 때문에 전통적인 의미의 스타를 뛰어넘은 적도, 뛰어넘었다고 생각한 적도 없습니다.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형태가 뉴미디어적인 형태로 바뀌고 나서부터 모바일 환경이나 SNS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자기들끼리 영상을 찍어 업로드하면서 놀기 시작했던 게 어느덧 자리를 잡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유튜브 쇼츠(짧은 영상)의 등장은 기존 롱폼 크리에이터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시나요.

▷확실히 쇼츠 콘텐츠들이 접근성이 뛰어나고 다양한 소재들을 빠르게 접할 수 있다 보니 대중에게 더 빠르게 스며든 것 같아요. 최근 들어 영화도 리뷰 콘텐츠로 많이 시청하고 짤막하게 나오는 비디오 클립이나 시시각각 변하는 밈 같은 경우에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길게 나온 콘텐츠를 3~4편으로 나누어 새롭게 활용한다든가, 쇼츠 전용 콘텐츠를 기획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어요. 너덜트 채널도 최근에 기존 영상들을 쇼츠 콘텐츠로 재활용하는 방식을 쓰고 있고요.

―기획, 촬영, 편집까지 모두 3명이서 제작하시는 걸로 압니다. 이렇게 하시는 이유가 무엇일지요.

▷저희가 일반 회사 직원이 아니라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점도 한몫하고 있어요. 저희야 아무것도 없던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아 와서 내 회사다, 우리 채널이다 같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지만요. 다른 직원 분들이 오신다면 사실 그러기 쉽지 않거든요. 그럴 필요도 없고요.

―보다 디테일한 콘텐츠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제작 과정은 아주 일반적입니다. 제일 먼저 기획 회의를 통해, 어떤 소재로 다음 영상에 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요. 아이디어가 픽스되면 대본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합니다. 이후 필요한 장소나 배우, 소품 등 제작 전반에 필요한 것들을 동시에 착수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저희는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부터 시작해왔기 때문에 응원하고 싶고 닮고 싶은 그런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습니다. 또 코믹이라는 주제 안에서 다양한 장르로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영화를 제작해 보거나 시트콤이 될 수도 있고요.

매일경제

'더 인플루언서'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활동하며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인플루언서들을 발굴·소개하고 크리에이터 생태계 변화를 조명하는 코너다. 2021년 2월부터 이사배, 이연, 잠뜰, 온오빠, 허니제이, 이과장, 생각노트 등 주요 인플루언서 50여 명을 인터뷰했다. 단순히 채널의 구독자 수가 아니라 크리에이터의 전문성, 성장 잠재력, 선한 영향력 등을 다각도로 평가·선별해 미래의 별들을 매경 독자들에게 우선 소개할 방침이다.

매일경제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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