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불법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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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항소심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혐의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심 재판부가 유 전 본부장이 불법 정치자금을 김 전 연구원 부원장 측에 전달한 정황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검찰이 관련 혐의로 기소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했기 때문이다.
3일 김 전 부원장과 유 전 본부장 등의 판결문을 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는 유 전 본부장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쪽이 아니라 이를 전달하거나 준 쪽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김 전 부원장과 함께 2021년 4월부터 8월까지 4차례에 걸쳐 억대의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봤는데,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의 역할을 달리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가 김 전 부원장과 공모한 정치자금 부정수수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만한 (중략) 증명은 없다”며 “오히려 (유 전 본부장이) 정 변호사와 공모해 김 전 부원장에게 6억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데 가담한 정치자금 부정 기부의 공범으로서의 지위가 인정될 수 있을 뿐”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이 정치자금 조성에 관여한 정황을 인정하면서도 처벌은 할 수 없다고 했다. 관련 근거로 ‘대향범 법리’를 들었다. 정치자금을 전달한 사람(유 전 본부장)와 받은 사람(김 전 부원장)은 하나의 공범으로 묶일 수 없기 때문에 별개의 혐의를 적용해야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욱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정치자금을 부정기부한 혐의로 징역 8개월을 받은 상태인데, 재판부의 판단대로라면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이 아닌 남 변호사의 공범에 가깝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공판 과정에서 검찰에 유 전 본부장을 김 전 부원장과 같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공범으로 볼 수 있을지 재검토할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혐의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재판부는 이런 사실을 언급하며 유 전 본부장의 무죄 사유로 검사의 공소제기가 없는 사건은 법원이 심판할 수 없다는 ‘불고불리의 원칙’을 들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의 요구로 정치자금을 전달했을 뿐 김 전 부원장의 공동정범은 아니라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전 부원장에게 억대의 정치자금을 전달하던 당시 상황을 수차례 증언하기도 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유 전 본부장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금품 전달 상황에 대한 유 전 본부장의 진술 자체가 일관된다며 신빙성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가 유 전 본부장의 정치자금 전달자 역할을 인정한 만큼 검찰이 항소심에서 ‘불법 정치자금 조성 및 기부’로 혐의를 변경하면 유 전 본부장의 유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의 혐의를 변경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날 “재판부의 생각과 저희의 생각이 다를 수 있는 부분”이라며 “저희는 (유 전 본부장이 정치자금을) 받은 쪽과 공모했다고 보는 게 정확한 구조에 맞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의 혐의 변경 여부’ 등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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