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합동 감식, 국정원도 점검
조계종은 자승 스님의 열반송도 공개했다. 열반송은 스님들이 입적할 무렵 후학들에게 남기는 시(詩) 형식의 말이나 글이다. 자승 스님은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열반송을 남겼다. 이 열반송은 자승 스님이 평소에 써 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은 전 총무원장에 대한 예우로 자승 스님의 장례를 종단장(宗團葬)으로 5일간 치르기로 했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장의위원장을 맡아 직접 주관하기로 했다. 분향소는 서울 조계사와 봉은사, 자승 스님의 재적 본사(本寺)인 용주사, 그리고 전국의 교구 본사(本寺)에 3일까지 설치된다. 30일 조계사 분향소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최응천 문화재청장 등이 방문했다.
영결식은 3일 조계사에서 봉행되며 다비식(불교 화장 의식)은 용주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조계종 관계자는 “자화장을 한 스님의 다비식은 거의 유례가 없지만 최선을 다해 장례를 모신다는 뜻에서 다비장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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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가르침 - 자승 스님이 직접 쓴 열반송. 열반송은 스님이 입적에 앞서 자신의 깨달음을 후학들에게 전하는 말이나 글이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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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스님이 스스로 분신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CC(폐쇄회로)TV 분석 등을 통해 사건 당일 칠장사에서의 스님 행적은 드러났다. 경찰 등에 따르면, 자승 스님은 29일 오후 3시 11분쯤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을 몰고 칠장사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칠장사 주지인 지강 스님을 만나 대화를 나눈 자승 스님은 요사채(승려 거처)에 홀로 머물렀다고 한다. 이날 오후 4시 24분쯤 자승 스님이 휘발유 등 인화 물질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하얀색 플라스틱 통 2개를 들고 요사채로 들어가는 모습이 사찰 CCTV에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승 스님은 오후 6시 36분쯤 요사채 문을 열고 잠시 밖을 내다봤다가 문을 닫았고, 6시 43분에 요사채에서 불길이 일었다고 한다.
경찰은 이와 같은 행적을 바탕으로 30일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였다. 최초 발화점과 화재 원인을 찾는 데 주력한 감식팀은 1차적으로 눈에 띄는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현장의 연소 패턴 등을 살펴보며 발화 원인과 확산 경로 등 전반적인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며 “감정이 필요한 잔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현장에서 발견된 자승 스님의 시신을 부검했다. 사찰 내 다른 장소에 있던 주지 스님 등 3명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 중이며, 자승 스님 차량에서 발견된 유서의 필적도 감정할 예정이다.
경찰은 자승 스님을 분신에 이르게 한 원인을 다각도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은 경찰 수사와 별도로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자승 스님이 불교계 유력 인사이고, 사찰 화재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 수사와 별도로 테러 및 안보 위해 여부 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 사건과 관련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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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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