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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광화문·뷰] 이재명과 이화영의 ‘義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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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1심 선고 지연 목적

이화영의 법관 기피 신청

이재명과 한배 탔지만

끝까지 갈지는 미지수

조선일보

북한 리종혁(가운데) 조선아태위 부위원장이 지난 2018년 11월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 대회’참석을 위해 경기도를 방문해 당시 이재명(왼쪽) 경기지사, 이화영(오른쪽)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기념 촬영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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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기피’는 불공정한 재판이 우려될 때 검사나 피고인이 재판하는 판사를 바꿔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 이른바 ‘간첩단 사건’ 피고인들이 재판 지연을 목적으로 자주 써먹었다. 기피 신청을 하면 같은 법원의 다른 판사가 이를 심리한다. 거기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상급 법원에 다시 신청(항고)하고, 또 기각되면 대법원에 신청(재항고)하는 식이다. 그 기간에 본 재판은 중단된다. ‘충북동지회 사건’은 이런 식으로 1심 재판이 8개월 멈췄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도 이 전략을 쓰고 있다. 이화영씨는 작년 10월 ‘쌍방울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수원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는 중이다. 우여곡절 끝에 1심 선고를 향해 가고 있었는데 이씨는 지난달 23일 돌연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수원지법이 기각하자 지난 9일 수원고법에 항고했다. 수원지법과 수원고법도 말이 안 된다고 봤던지 각각 9일과 7일 만에 기각해버렸다. 이씨는 지난 27일 대법원에 재항고했고 서경환 대법관에게 배당됐다.

한 법조인은 “국보법 사범조차도 재판 초반에 기피 신청을 한다. 선고를 앞두고 저러진 않는다”고 혀를 찼다. 대법원이 법관 기피 신청을 판단할 때는 몇 달씩 걸리기도 한다. 이씨도 이를 기대하는 듯하다. 지난 8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이씨의 변호인은 기피 기각 절차에 몇 달이 걸리기 때문에, 내년 2월 법관 인사로 재판부가 바뀌면 선고는 다음 재판부가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 이화영씨 혐의는 쌍방울에서 뇌물과 정치자금 3억여 원을 받았다는 것과 쌍방울의 불법 대북 송금에 관여(외국환거래법 위반)했다는 것이다. 쌍방울과 대북 교류 단체 관계자들이 자백했고 쌍방울 법카와 국정원 보고서 같은 물증도 있다. 판사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사건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그런데 왜 이화영씨는 재판을 끌려는 것일까. 이 질문에 법조인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관련이 있다”면서 “이화영 1심이 빨리 나오면 가장 곤란한 사람은 이 대표”라고 답했다.

검찰은 현재 쌍방울이 북한에 불법 송금한 800만달러를 보강 수사 중이다. 2019년 쌍방울 돈 800만달러가 북한에 갔다는 것 자체는 팩트다. 문제는 명목인데 500만달러는 쌍방울이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를 지원한 것이고, 300만달러는 ‘이재명 경기지사 방북비’를 대납한 것이라는 게 그간의 수사 결과다.

이 부분에서 이재명과 이화영, 두 사람은 묘하게 얽혀 있다. 이 대표 관련성을 부정하던 이화영씨는 지난 6월쯤 300만달러에 대해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이것이 알려진 이후 이화영씨 아내 등이 구치소로 이씨를 찾아갔고, 이씨는 진술을 또 한번 뒤집는다. 이씨 변호인은 민주당 소속 경기도의원인 변호사로 교체됐다.

어찌 됐든 검찰은 이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하고, 이화영씨를 공범으로 추가 기소할 공산이 크다. 법정에서 이 대표가 혐의를 부인하면 이씨가 다 뒤집어쓰는 구조다. 그런데도 이씨는 이 대표와 한배를 탔다. 민주당에 대한 의리(義理)가 전부일까?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씨는 이제 6개월(구속 기간)만 버티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을 수 있다”며 “나중에 이 대표가 자기 사건을 이화영씨 사건과 병합해 달라고 하면서 대선까지 재판을 끌려 할 것”이라고 했다.

법원이 그대로 따라갈지는 지켜볼 문제다. 이미 한 번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성남FC 사건 재판부에 자신의 ‘위증교사 사건’을 병합해 달라고 했다가 거부당한 바 있다. 법관 기피, 재판 지연이 법조계 주요 이슈가 된 적은 사법 사상 유례가 없었다.

[최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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