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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일사일언] 고독은 인류를 파고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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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외로움’을 공중 보건 위협으로 규정했다. 사회적 고립이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전 세계에서 비슷하게 일어나는 긴급한 문제라는 것. 전담 국제위원회도 출범시켰다. 외로운 사람들을 돌보기 위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관련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팬데믹을 경험한 현 세대, 팬데믹 이후의 인류는 ‘외로움’을 더 이상 개인 감정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는 데 모두 동의할 것이다.

배우 손숙이 연기 인생 60년을 기념하며 연극 ‘토카타(Toccata)’를 올렸었다. 배삼식 작가가 쓰고 손진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손대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토카레(toccare)’에서 유래한 제목 ‘토카타’에서 알 수 있듯,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에 관한 이야기다. 배 작가는 코로나19에 따른 관계의 단절, 갑작스러운 죽음, 그 충격과 슬픔, 고독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사회문제가 아닌 가장 근본적 인간의 심상으로 눈을 돌렸다는 작가의 말처럼, 심각한 사회문제들도 사실은 인간 개개인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비(非)대면 시절, 서로 접촉하는 일이 금기시되었던 그때 경험은 만남과 접촉을 열망하도록 만들었다. 달아오른 열망만큼 고독은 더 깊어졌고, 외로움도 커졌다. 엄마가 아이를 품에 안듯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사랑을 확인하고, 소중한 사람들이 힘들 때 서로 손을 맞잡듯 서로가 서로를 추구하고, 살아감을 확인하는 것이 인간적 삶의 근본이다. 이제는 내 곁의 사람들, 그리고 그 너머 사람들까지 돌아보는 관심과 손길이 절실히 필요하다.

‘토카타’ 무대에서 손숙은 말한다. “언젠가 그 실크 가운을 입고 당신한테 올 거예요. 따뜻한 물로 이 메마른 고독을 씻고 부드러운 절망을 걸쳐 입고 당신 품에 안길 거예요. 당신한테 노래를 불러 줄게요.” 우리는 서로를 통해 살아내고, 살아간다. 서로를 어루만지는 그 인간적 근본이야말로 앞으로 우리와 미래의 인류를 꿈꾸게 할 것이다.

※ 12월 일사일언은 김지선씨를 포함해 한동훈 서체 디자이너, 최진아 부산대 중문과 교수, 에노모토 야스타카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저자, 송영관 ‘전지적 푸바오 시점’ 저자·에버랜드 사육사가 번갈아 집필합니다.

[김지선 국립정동극장 제작기획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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