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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4 (월)

복붙하다 틀린 野… 이동관 탄핵안, 내용은 검사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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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원장을 ‘검찰청법’으로 소추

조선일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와 임오경 원내대변인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정섭 수원지방검찰청 제2차장검사, 손준성 대구고등검찰청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접수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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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9일 전날 제출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철회한 뒤 다시 제출했다. 이 위원장을 ‘방송통신위원회법’이 아닌 ‘검찰청법’ 규정에 의해 탄핵한다고 탄핵소추안을 잘못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탄핵안을 발의했다 본회의가 못 열리는 상황이 되자 하루 만에 긴급 철회했던 것을 감안하면, 탄핵안을 ‘재재발의’하는 셈이다. 탄핵안 남발로 국회가 스스로를 희화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오늘(30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과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소추 절차에 돌입한다. 이날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보고한 후 12월 1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 탄핵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 단독으로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이 같은 계획을 하루 앞두고 민주당이 제출한 이동관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심각한 오류가 발견됐다. 민주당이 28일 고민정 의원 등 168인 발의로 제출한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첫 줄 ‘주문’에는 ‘대한민국헌법 제 65조, 국회법 제130조 및 검찰청법 제37조의 규정에 의하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동관)의 탄핵을 소추한다’고 돼 있었다. 방통위원장을 검찰청법 규정에 의해 탄핵하겠다고 한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민주당이 손준성·이정섭 검사 등 검사 2명에 대한 탄핵까지 함께 추진하면서 탄핵소추안을 작성하는 과정에 오류를 낸 것 같다”며 “절도했는데 살인죄로 처벌한다고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꺼번에 3개의 탄핵안을 작성하는 과정에 ‘베껴 쓰기’를 잘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해당 오류를 확인하고 실무진 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응 방법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의안 접수 실무 과정에서 작은 오류가 발생해 철회하고 다시 제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늦게 28일 제출된 탄핵안은 철회되고 ‘검찰청법 제37조’를 ‘방송통신위원회법 제6조’로 바꾼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이 다시 제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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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언론장악 저지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30일과 1일 연이어 국회 본회의를 열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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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지난 9일 이동관 위원장과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안을 제출했다가 ‘자동 폐기’가 예상되자 하루 만에 철회했다. 이어 30일과 12월 1일 잇따라 본회의를 열고 이 위원장과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안을 다시 처리한다는 계획에 따라 전날 다시 제출한 것이다. 두 차례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발의한 탄핵안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낸 셈이다. 국회 관계자는 “잘못 만들어진 탄핵안을 그대로 처리했다면 그 법적 효력을 두고도 논란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탄핵안을 처리하는 데 있어 다른 절차적 문제는 없다”며 “실무진의 단순 실수로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했다.

국회법상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면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하고, 표결 없이 72시간이 지나면 자동 폐기된다. 민주당이 지난 9일 탄핵안을 발의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하고, 28일 다시 발의한 것도 민주당의 예상과 달리 추가로 본회의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30일·1일 연달아 잡힌 이번 본회의를 놓치면 정기국회 기간 내 탄핵 처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개최를 반대하고 있다. 30일과 1일 본회의는 내년도 예산안 통과를 위해 여야가 합의한 일정이기 때문에 탄핵안 처리를 위해 열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YTN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았으면서 무리하게 탄핵안을 추진하기 위해 본회의를 여는 건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페이스북에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 잡아둔 본회의 의사일정인데도 민생 예산은 제쳐두고 기어코 정쟁으로 몰고 가려는 개탄스러운 행태”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은 민주당이 내년 총선까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방송 환경을 유지하겠다는 정략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탄핵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좌 농성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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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과 與野 원내대표 - 더불어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한 가운데 여야가 30일 국회 본회의 개최 여부를 놓고 대치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진표(가운데) 국회의장이 윤재옥(오른쪽) 국민의힘 원내대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야기하는 장면.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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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관건은 국회의장이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다. 국회 본회의는 여야 합의로 여는 게 관례지만, 개최 권한 자체는 국회의장에게 있다. 의장실은 30일 본회의는 연다는 방침이나, 1일 본회의 일정에 대해선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만약 1일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이 위원장과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안은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의장실 관계자는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사 청문 보고서 등 여러 안건이 처리되어야 하는 만큼 30일은 여는 게 맞는다”며 “1일 본회의는 여당 반대가 커서 좀 더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김 의장은 탄핵안 처리로 연말 정국이 얼어붙어 예산안 처리가 표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여야는 국회의장을 향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피가 끓고 있다던 국회의장이 민주당에 부화뇌동해서 탄핵을 위한 정쟁용 본회의를 열어준다면 그런 의장이야말로 자격 미달이자 탄핵감”이라고 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본회의 일정을 국회의장이 일방적으로 깨는 것은 월권에 해당한다”며 “만약 그럴 경우 의장이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국민의힘 편을 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의장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에서 일명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처리는 이번 본회의 때 밀어붙이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김 의장에게 “이동관과 검사 탄핵을 막지 말라”는 문자 폭탄을 보내고 있다.

만약 탄핵안이 처리되면 현재 이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이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방통위는 사실상 식물 상태가 된다. 이정섭 검사는 수원지검 2차장 때 이재명 대표의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등 수사를 지휘했다가 지난 20일 대전고검 검사 직무 대리로 전보 발령 나 수사에서 배제된 상태다.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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