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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엑스포 오염시킨 오일머니, 국제행사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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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자본 앞세워 투표국 포섭

조선일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시 왕립위원회 회원들이 2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외곽 이시레몰리노의 팔레 데 콩그레에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권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날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1차 투표에 참여한 165개국 중 119개국의 표를 얻어 한국(29표)과 이탈리아(17표)를 크게 앞질렀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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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리야드! 알함두릴라(알라 신이여 감사합니다)!”

28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외곽의 ‘팔레 데 콩그레’ 행사장 미디어 센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가 확정되자 사우디 정부 대표단과 기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사우디는 앞서 2034년 월드컵과 2029 동계 아시안 게임, 2034년 하계 아시안 게임도 잇따라 유치했다.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는 국제 행사를 사실상 ‘싹쓸이’한 셈이다. 파리 외교가에선 “사우디가 이들 행사 유치를 위한 로비 활동에만 최소 수억달러(수천억원)를 썼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총리)는 ‘비전 2030′이라는 국가 개조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국내총생산(GDP)의 65% 이상이 석유 산업에 집중된 사우디 경제 구조를 관광과 물류, 신재생에너지, 첨단 제조업 등으로 다양화하고 중동·아프리카의 중심 국가가 되겠다는 내용이다. 각종 글로벌 이벤트는 이를 촉진할 절호의 기회다. 사우디 정부는 비전 2030 계획에 3조3000억달러(약 4255조원), 우리나라 1년 예산의 약 7배에 달하는 돈을 쏟아붓기로 했다. 엑스포 행사에만도 78억달러(약 10조원)가 투자된다. 사우디는 엑스포 참가국의 국가관(파빌리온)을 모두 공짜로 지어주겠다는 파격적 조건도 내걸었다.

엑스포는 비전 2030의 ‘화룡점정’으로 일찌감치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의 국왕 데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 등 유럽 매체들은 “비전 2030은 빈 살만의 미래 왕국 설계도”라며 “그는 이 설계가 완성되는 시점에 국왕으로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빈 살만이 사우디를 현대화한 ‘계몽 군주’의 모습으로 세계인 앞에 등장하기에 엑스포만큼 안성맞춤인 행사가 없다는 것이다.

사우디 대표단은 이 때문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포 유치 실패는 빈 살만의 ‘큰 그림’이 초장부터 흔들린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유치전에 나선 왕족들의 개인적 부담은 더 컸다. BIE 사정에 밝은 한 유럽 외교관은 “사우디 왕족들은 180여 개 회원국을 분배해 각자 책임하에 로비에 뛰어들었다”며 “그들에게 엑스포 유치 성공 여부는 미래의 국왕에 대한 일종의 ‘충성심 테스트’였다”고 말했다.

사우디 왕족들은 자국 내에서 막대한 재산과 권력을 분점하고 있다. 하지만 군주제의 특성상, 빈 살만의 눈 밖에 날 경우 순식간에 이를 빼앗길 수도 있다. 더구나 빈 살만이 왕실 내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며 왕위 계승권을 얻는 과정을 지켜본 왕족들이 느낀 ‘압박’은 엄청났다는 후문이다. 결국 각자 할당된 목표 달성을 위해 개인 재산과 인맥을 총동원, 필사적 노력을 기울였다.

사우디는 아프리카·중동·서남아시아의 무슬림 국가로부터 전체 득표수(119표)의 절반 가까운 표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디에 본부가 있는 이슬람 협력 기구 소속 국가는 총 57개다. 사우디는 또 아프리카와 남미 등 저개발국에 150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하는 ‘현금 지원’도 약속했다.

한국이 우리나라 대기업과 경제 협력을 내세우며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 잡는 법을 주겠다”며 설득했지만, 이들 국가의 정치인과 관료 대부분이 당장 자기 이득이 되는 ‘물고기’를 선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암피에로 마솔로 로마 엑스포 홍보위원장은 이날 “사우디 리야드 선정은 상업적 동인(돈)에 의해, 국가 간 돈거래라는 위험한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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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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