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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3 (일)

외교·정보역량 비판, 총선 표심 우려했나…윤, 재빠른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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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참패’에 이례적 긴급 담화문 발표

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에 나서며 준비한 담화문을 꺼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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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임박한 29일 오전 11시47분.

대통령실은 기자들에게 11시55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한다는 문자를 공지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브리핑을 8분 전에야 이례적으로 긴급 공지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11시59분 브리핑실에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을 포함한 수석급 참모들과 입장해 참패로 끝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 사과했다. 윤 대통령의 신속하고 명확한 공개 사과는 취임 뒤 사실상 처음이었다. 윤 대통령은 “부덕의 소치”, “제 부족함 탓”이라는 담화문을 읽은 뒤 기자들 질문을 받지 않고 브리핑실에서 퇴장했다.

윤 대통령의 다급하고 직접적인 사과는, 엑스포 유치전의 최고사령관을 자임해온 연장선에서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엑스포 유치는) 굉장히 중요한 국정과제 아니었냐.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국정책임자가 국민 앞에 직접 말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으로는, 예상을 초월한 유치전 참패로 여론이 급격히 악화할 것을 우려한 측면이 크다.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박빙 승부’라고 내비쳐온 터라, 119표(리야드) 대 29표(부산)라는 충격적 득표차를 두고 정부의 정보력과 외교력, 메시지 관리 능력 등 역량 부실이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에만 월 평균 1회 이상 해외를 방문하는 등 ‘세일즈 외교’에 공을 들였는데, 엑스포 유치전 참패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그만큼 윤 대통령으로서는 유치 실패의 후폭풍이 장기화하는 것을 차단하고, 재빨리 ‘엑스포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신속하게 고개를 숙인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특히 엑스포 유치에 기대를 걸어온 부산·경남 민심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과는 엑스포 유치를 내년 총선의 동력으로 삼으려 했던 여권의 셈법과도 어긋난다. 부산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긍정적인 영향은 당연히 없다. 실망이 생길 수밖에 없고, 윤석열 정부가 허당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그동안 대통령이 그렇게 해외 나가더니 뭐 했느냐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윤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의 절반 이상을 ‘부산 달래기’에 할애했다. 그는 “부산을 해양과 국제금융과 첨단산업, 디지털의 거점으로서 계속 육성하고, 우리 영호남의 남부 지역이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굳이 서울까지 오지 않더라도 남부 지역에서 부산을 거점으로 모든 경제, 산업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을 차질 없이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30일 정책실장, 과학기술수석 신설 등 대통령실 조직 개편과 함께 수석비서관급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실장에는 이관섭 현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첫 과학기술수석으로는 유지상 전 광운대 총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진복 정무수석 후임으로는 한오섭 국정상황실장이 내정됐고, 총선에 나설 예정인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후임에는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과 황상무 전 한국방송(KBS) 앵커가 각각 낙점됐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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