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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3 (금)

10조원 오일머니 앞세운 사우디의 승부수 보니… “개도국에 공항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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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인 파이살 빈 파르한(Faisal bin farhan) 왕자가 지난 6월 20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이시레물리노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 리야드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프레젠테이션(PT)을 하고 있다. /BIE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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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계박람회(엑스포)를 유치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원동력에 대해 ‘오일머니’를 앞세운 머니게임에서 압도적인 공세를 펼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재계에 따르면 사우디는 4300조원 규모의 국가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해당 사업의 일환으로 ‘2030 리야드 엑스포’ 유치에 나섰다. 무함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왕세자가 역점을 두고 있는 네옴시티 등 대형 국책 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엑스포를 통해 국제사회에 선보이겠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사우디는 2030 엑스포 개최에만 10조원을 투입하고, 유치를 위한 개도국 지원 예산으로만 4500억원을 편성했다.

칼리드 알 파리 사우디 투자부 장관은 지난 6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4차 프리젠테이션에서 “2030 엑스포에 배정한 예산 78억달러(한화 10조원)는 우리의 광범위한 리야드 투자 계획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면서 “3억4300만달러(4500억원)를 배정해 100개의 국가를 돕는 것을 포함한 일련의 프로그램도 담겨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의 머니 게임은 공식 경로와 비공식 경로를 통해 모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2030 부산 엑스포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개도국의 민원을 청취하고, 우리나라가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면서 “우리가 기술 지원 방안을 제시하면, 사우디에선 돈 보따리를 싸들고 와 ‘우리가 다 해결해줄게’라는 식으로 대응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파리 현지 취재 기자는 “우리 유치단이 올해 초 교섭 과정에서 아프리카 국가를 방문을 했는데 해당 국가에서 공항 건설을 필요로 한다라고 이야기를 해서 우리가 건설법과 운영법을 전수해 줬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우디 유치단이 해당 국가에 곧장 가서 공항을 아예 건설해 주겠다라고 제안을 해서 표심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다른 정부 고위관계자는 “홍보전 초기에는 국무위원 등 고위직의 해외 방문 일정을 대외적으로 공개했는데, 최종 투표를 1~2개월 남긴 시점에는 굳이 알리지 않았다”라면서 “우리 정부 인사가 다녀갔다는 소식이 들리면 바로 사우디에서 왕실 인사 등이 돈보따리를 들고 해당 국가를 찾아가 우리가 확보한 표를 다시 자기편으로 되돌리는 식으로 선거운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한 섬나라를 방문했는데, 해당 국가에서 항만 개발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으로 지원이 가능한지 알아보겠다고 하고, 내부 절차를 밟는 사이에 사우디의 왕실 인사가 찾아가 ‘우리가 해줄게’라고 했다더라”라면서 “우리는 예산 집행을 투명하게 해야하고, 정해진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사우디는 왕실 관계자나 고위직이 몇십억 단위 사업을 빠르게 집행하더라”라고 했다.

투표권을 행사하는 현지 대사 등에 대한 선물 공세에서도 차이가 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을 선물로 준비했다면, 사우디에서는 고가의 명품시계 등으로 환심을 샀다며 유치 활동에 정통한 관계자가 설명했다.

이러한 사우디의 총공세는 이번 BIE 총회 투표 참가국 수에서도 엿보인다. 이번 총회에는 165개국이 투표권을 행사했는데,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한편, 부산시는 이번에 패배를 경험삼아 2035 엑스포 재도전을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엑스포 개최지 결정에선 재도전한 도시가 연거푸 쓴잔을 마신 경우가 많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15년 엑스포 유치를 놓고 이탈리아 밀라노와 경쟁했던 터키 이즈미르는 당시 총회에서 86대 65로 21표차 석패하고, 2020년 엑스포에 재도전했으나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와 러시아의 예카테린부르크에 밀려 3위로 탈락했다.

2020년 엑스포 유치전에서 2위를 한 러시아의 예카테린부르크 역시 2025년 엑스포에 재도전했으나 일본 오사카에 92 대 61로 밀려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많은 비용을 들여 유치 계획을 세운 만큼 재도전시에도 기존 구상을 답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해당 지역에 대한 신선함과 매력이 떨어지는 게 패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윤희훈 기자(yhh22@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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