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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몸무게 8㎏ 빠져…화장실 가려고 2시간 참아” “이스라엘 국가 억지로 부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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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석방자 수용생활 공개

첫 석방 미국인은 4세 여아

경향신문

이스라엘과 하마스 합의로 집으로 돌아온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은 가족, 친지, 친구와 재회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은 끔찍했던 수용 생활을 회상하며 땅굴과 감옥에 남겨진 다른 사람들을 걱정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비영리단체 ‘인질 및 실종 가족 포럼’이 주최한 화상 인터뷰에 참석한 귀환 인질과 가족들은 “억류 기간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채 지냈다”며 납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24일 1차 석방 명단에 포함됐던 케런 먼더(54)의 사촌 메라브 모르 라비브는 “그들은 먹긴 했지만 규칙적인 식사는 하지 못했고, 먹지 못할 때도 있었다”며 “주로 밥과 빵을 먹었다”고 전했다. 먼더는 어머니 루스 먼더(78), 아들 오하드(9)와 함께 하마스에 납치됐다가 풀려났다.

라비브는 “먼더와 그의 어머니는 억류 기간 몸무게가 6~8㎏ 줄었다”고 밝혔다. 의자 3개를 붙여 만든 간이침대에서 잠을 청했고,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땐 문을 두드려야 했는데 2시간을 기다린 일도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질들의 건강 상태는 대부분 양호하지만, 일부가 복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정신적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일도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스라엘 채널13의 선임 국방 특파원인 알론 벤 데이비드는 “인질들은 고문이나 학대를 당하지 않았다”면서 “음식이 부족하긴 했지만 하마스는 매일 의약품을 제공하려고 노력했고, 인질들은 지하에서 키부츠를 연상시키는 공동체 활동을 통해 힘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고 미들이스트아이 등은 전했다.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졌다. 휴전 첫날 풀려난 노암(17), 알마(13) 남매는 이스라엘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의 사망 사실을 들었다. 남매 삼촌은 BBC와 인터뷰하며 “어머니가 하마스 급습에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전혀 듣지 못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서 길게는 수년 동안 옥살이를 했던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가디언에 따르면 국제앰네스티는 이날 석방자 본인 진술과 인권변호사 등이 제출한 사진 등을 인용해 “지난달 7일 이후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수감자에 대한 고문과 학대 강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강제로 무릎을 꿇리거나 이스라엘 국가를 부르게 하는 등의 행위가 포함된다고 국제앰네스티는 설명했다. 익명의 한 팔레스타인 석방자는 알자지라에 “개인 물품을 압수하고 식사 횟수를 줄였다”며 “내가 신원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석방되기 전 이스라엘 당국이 ‘너희를 다시 붙잡을 수 있다’고 위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수감자 가족들에게 귀환을 축하하는 환영 행사를 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고등학생이었던 16세 때 감옥에 끌려가 8년 만에 석방된 마라 베이커의 가족은 이스라엘군이 마라의 석방 전날 집으로 찾아와 “축하행사를 벌일 경우 체포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알자지라에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마라의 동네 진입로를 모두 차단해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도록 미리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3차 이스라엘 인질 석방자 13인 명단엔 이스라엘·미국 복수 국적자인 4세 여아 애비게일 이단(사진)이 포함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애비게일 석방 소식을 알리며 “현재 안전하게 이스라엘에 있다”고 밝혔다. 애비게일은 지난 24일부터 하마스가 풀어준 인질 가운데 첫 미국 국적자다. 애비게일은 지난달 7일 하마스 공습으로 부모를 모두 잃었고, 지난 24일엔 억류된 상태에서 네 번째 생일을 맞았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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