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지도부 “협의 없었다···험지출마 취지 맞는지 의문”
최재형 “하 의원이 말한 험지 아닌 듯···내가 지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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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갑 3선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하겠다고 27일 선언했다. ‘정치 1번지’인 종로에서 같은 당 최재형 의원,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과 겨뤄 향후 정치적 자산으로 삼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당내에서는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구를 선택한 것을 두고 험지 출마의 취지가 퇴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의 3선 국회의원이 서울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오직 한 가지, 우리 국민의힘이 수도권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하 의원은 “우리 당 국민의힘은 영남의 지지에만 머물지 말고 수도권으로 그 기반을 넓혀야 한다”며 “종로는 우리 당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곳이고, 종로를 빼앗긴 채로는 수도권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 총선 승리의 제1 조건이 바로 종로 사수”라며 “종로에서 힘차게 깃발을 들고 우리 당 수도권 승리의 견인차가 되겠다”고 했다.
하 의원은 출마 선언 전 종로 현역인 최재형 의원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 의원은 ‘당신이 하겠다는데 어떻게 막겠나, 양해한다’고 말했다”며 “선의의 경쟁을 가지자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종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서는 “현역 의원이든 장관이든 누구하고도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면서도 “다만 우리 당의 전국 선거 전략을 생각하면 간판이 될 만한 사람이 거의 없다. 한 장관이 지역구에 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한 장관을 향해 “비례대표에도 험지가 있다”며 종로 대신 비례대표 출마를 권했다.
하 의원이 출마지로 종로를 선택한 것은 정치 1번지로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종로 지역구 국회의원은 대선 후보급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당선돼왔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꺾고 당선됐고 2016년 총선에서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꺾었다. 정 전 총리는 전북에서만 4선을 하고 서울 종로로 올라왔다는 점에서 하 의원이 롤모델로 삼았을 가능성이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종로는 아직도 대한민국 상징적인 곳”이라며 “출마는 자유지만 착각이 도를 넘는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부정적인 기류도 감지된다. 지난달 험지 출마의 포부를 밝혔는데 같은 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종로에 도전하면서 의미가 퇴색했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현역이 있는데 웬 종로인가”라며 “하 의원이 나갔다 지면 우리는 2석을 잃는 셈”이라고 말했다. 당지도부도 당혹스러운 기색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한 관계자는 “(하 의원과 지도부의) 협의가 없었는데 (상의했다고 해서)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현역의원이 있는데 험지출마 취지에 맞는건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당사자인 최 의원은 이날 SNS에 글을 올려 “하 의원이 제가 현역 국회의원으로 있는 종로구 출마를 선언했다. 누구나 꿈꾸지만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것이 종로구이고 종로구민의 마음”이라며 불편한 마음을 에둘러 전했다.
최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하 의원이) 나온다는데 뭐라고 하겠나”라며 “제가 제안해서 만난 자리에서 종로에 나가겠다고 하더라. 이미 결정하고 얘기를 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로가 편한 곳은 아니지만 꼭 하 의원이 와서 고생해야 될 험지는 아닌 것 같다”며 “하 의원보다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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