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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챗GPT 1년...여론조사에 상품기획까지 세계 500대 기업 92%가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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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1년, 기업 혁명] 일하는 방식이 통째 바뀌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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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에 본사를 둔 3년 차 스타트업 옥소폴리틱스는 한때 20명이 넘었던 인력 중 현재 셋만 남았다. 트위터 에어비앤비 엔지니어 출신인 유호현 창업자 겸 대표, 최고운영총괄(COO), 한국 사업 개발 담당자 셋뿐이다. 옥소폴리틱스는 정치·사회 등을 주제로 토론을 주최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가입자 최대 30만명의 플랫폼을 세 명이서 돌릴 수 있는 이유는, 두달 전부터 모든 운영을 챗GPT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에 맡겼기 때문이다.

옥소폴리틱스의 AI는 8시간마다 국내를 비롯해 세계 뉴스를 스스로 검색해 10개 핵심 토픽을 꼽은 뒤 스스로 고민해 매일 하나의 토론 주제를 선정한다. 챗GPT 기반 프로그래밍으로 웹사이트가 자동 업데이트되고, 캐릭터와 그래픽 일러스트도 이미지 생성AI ‘미드저니’로 대체했다. 사람은 AI 작업 결과물을 모니터링할 뿐이다. 유 대표는 “지난 10월 투자금이 떨어져 포기하는 심정으로 AI로 모든 것을 대체해봤는데 원활하게 운영이 됐다”면서 “스타트업이 혁신을 하는 줄 알았는데, 혁신마저 AI 몫으로 넘어갔다”고 했다.

오픈AI의 챗GPT가 출시된 지 1년 만에 전 세계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기업들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AI를 각자의 목적에 맞춰 도입하면서 생산성을 크게 높이고 그 결과 고용 시장까지 변하고 있다. 포천 선정 500대 기업의 92%가 기업 활동에 챗GPT를 활용하고 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의균


◇부조종사 AI 확산

MS와 구글은 화이트칼라 업무 일부를 AI가 대신하는 챗GPT 형태의 ‘코파일럿(Copilot·부조종사) AI’를 지난 7~8월 잇달아 공개했다. MS의 ‘MS 365 코파일럿’은 워드·엑셀·파워포인트 작업을 대신 해준다. 코파일럿 엑셀은 분기별 매출액과 단가, 판매국별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매출 트렌드를 뽑고 그래프로 만들어준다. 구글의 ‘듀엣AI’는 화상회의를 하는 동안 AI가 알아서 음성을 인식해 회의 메모를 작성·요약하고, 18개 언어로 자동 번역한다. 챗봇이 관련 업무 담당 직원을 찾아, 이메일 초안을 대신 써주기도 한다. 이런 부조종사 AI는 미국 내 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 먼저 출시됐고, 향후 다른 국가와 개인 고객에게도 판매될 예정이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마다 회의나 과제, 기획을 정리하는 수준과 방식이 다른 것이 기존 기업들의 고민이었는데 챗GPT의 등장으로 이런 걸림돌이 사라진 것”이라고 했다.

공개형 서비스인 챗GPT를 필요에 따라 응용해 사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국내 여행플랫폼 스타트업인 마이리얼트립은 지난달 고객상담용 자체 챗GPT를 만들었다. 월 300만명이 사용하면서 수시로 들어오는 환불 요청·여행 중 고객 불편 사항에 대응하기 위해 상담사들이 불편 해결 사례나 고객 약관을 챗봇에 물어보면 답하는 식이다. 이동건 대표는 “과거엔 상담사들이 사례를 직접 찾거나 담당자에게 물어봐야 했는데, 이젠 챗GPT가 바로 응답을 해주니 상담 성과가 20%가량 향상됐다”며 “고객 응대 데이터를 넣고 맞춤형 챗GPT를 만드는 데 3주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삼성 AI 가우스 내년 출시

보안이 중요한 국내 대기업들은 챗GPT의 기본 원리를 활용하면서도, 협업·자체 개발을 통해 각자만의 AI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체 개발한 생성AI ‘가우스’를 공개하고 내년 출시 예정인 스마트폰 갤럭시 S24 내부에 탑재할 계획이다. 가우스는 올해 내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에서 먼저 사용할 계획이고, 삼성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 설루션) 부문은 네이버와 협업해 맞춤형 AI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밖에 LG는 지난 7월 특허·논문 등 약 4500만 건의 전문 문헌과 3억5000만 장의 이미지를 학습한 전문 지식 특화 AI ‘엑사원 2.0′을 공개했다. SK텔레콤은 이달 초 AI 비서앱 ‘에이닷’에 아이폰 통화 녹음 기능을 추가하고 챗GPT의 대항마라 불리는 미국 AI 개발사 앤스러픽에 1억 달러를 투자하고 협력 모델을 개발 중이다.

☞오픈AI·챗GPT·생성형 AI

오픈AI

’안전한 인공지능(AI)’ 개발을 목표로 2015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와 샘 올트먼 전 와이 콤비네이터 CEO 등이 창업한 비영리 기업. 2018년 머스크가 AI에 대한 이견을 이유로 이사회에서 사임했고,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받으며 제한적 영리기업으로 전환했다.

챗GPT

인공지능이 학습한 거대 언어 모델(LLM)을 사람의 감독을 거쳐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낸 오픈AI의 채팅 로봇. 질문자의 의도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에서 다음에 어떤 단어가 등장하는 것이 적합한지 유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생성형 AI(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글, 문장, 오디오, 이미지 같은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 유사한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인공지능(AI). 기존 AI가 데이터와 패턴을 학습해 대상을 모방했다면 생성형 AI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특징이 있다.

[임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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