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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AI시대, 진정 필요한 것은 감정에 대한 이해”...필링노믹스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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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경제학’ 펴낸, 조원경 UNIST 교수
“빅테크 감정 파악에 전력…인류는 기분을 소비”


매일경제

조원경 UNIST(울산과학기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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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이성에 따라 판단하는 합리적인 존재로 보았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며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점점 드러난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소비자는 스스로 구매를 결정했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자기도 모르게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은 사람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연구 결과 마저 나오고 있다. 생성AI생성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은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 감정경제학을 펴낸 조원경 UNIST(울산과학기술원) 교수를 만났다. 그는 AI가 감성 영역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향후 아이 돌봄, 정신과 치료 등 사람의 감정노동이 많이 소요되는 산업 영역으로 보다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질문) 왜 2023년 겨울 감정경제학을 가져왔나? 필링노믹스(Feelingnomics)란 것은 작가의 고유 브랜드인가?

답변) 고유 브랜드로 보고 세계를 지향하며 이 용어를 사용했다. 논점은 이렇다. 우선 주류경제학은 감정을 소홀히 했고 행동경제학에서 감정을 제대로 다루었다는 이야기에 대해 다른 각도를 보이고 싶었다. 주류경제학에서도 기대, 가수요, 모방소비, 사치재에 대한 동경, 속물근성(스놉효과) 등에 있어 감정은 있었다. 다만 부차적이었다. 나아가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공감이나 동감을 이야기했고 이타심과 이기심이 제대로 작동해야 경제가 잘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존 케인스는 알다시피 경제가 추론이나 논리가 아닌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으로 돌아간다고 바라봤다.행동경제학은 인간의 행동의 근저인 감정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곧 행동이 된다. 행동은 생각에서 왔다. 생각을 이루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감정과 이성의 힘에 따른 것이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반드시 이성적인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질문) 생성AI 시대다. 이런 시대에도 필요하나.

답변) 최근 챗GPT 열풍으로 콜린스 사전이 인공지능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챗GPT는 인간의 논리뿐만 아니라 감정을 이해하려는 생성형 인공지능이다. 챗GPT가 사람보다 더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챗GPT가 그간 창작, 정보 제공, 업무 보조와 같은 생산성 제고 측면에서 시선을 끌었다. 이제 감성 영역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커져 생성형AI의 침투 속도가 향후 아이 돌봄, 정신과 치료 등 사람의 감정노동이 많이 소요되는 산업 영역으로 보다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학의 범위도 정치, 심리, 공학을 아우르는 상황에 이르렀다. 경제학이 아닌 다른 학문을 전공한 이들이 노벨경제학상을 타고 있다. 이런 전반적인 상황은 감정을 이해해야 자본주의 사회를 제대로 살아간다는 것을 말한다.

빅테크 기업, 소비자 감정 파악하는데 전력...감정이 의사결정을 좌우
질문) 인공지능 이야기했는데 빅테크 기업들도 소비자의 감정을 얻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나?

답변) 구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꽤 오래전부터 개별 소비자의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빅데이터는 AI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고 있는 최근에 와서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대량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던 과거와 달리 이제 소비자는 자신에게 꼭 맞는 서비스와 제품을 원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는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취향을 사소하게 느끼지 않는 정교하고 세밀한 배려가 기업의 사활을 결정짓는 것으로 이어진다. ‘소비자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취향’까지도 파악해야 할 필요성은 감정경제학이 왜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서비스를 경험하는 이용자가 자신의 취향과 꼭 맞는 동영상 추천을 받고 그중에서 취사선택하는 것은 기본이다. 각 기업이 소비자의 감정을 읽는 알고리즘을 분석해 감정을 충족하는 콘텐츠를 제시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질문) 감정이 낳은 경제적 현상을 최근의 사례를 들어 말해 준다면?

답변) 전 세계 어느 개미 투자가도 공매도를 감정적으로 좋지 않게 본다. 게임 스톱 공매도 사건이나 다들 돈 잃는데 공매도로 한몫 챙긴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룬 빅 쇼트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인버스 투자를 하면서도 공매도 때문에 돈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나 불법 공매도가 아닌 이상 공매도는 순기능도 한다. 돈만큼 감정적인 게 있나. 자본주의는 자본, 즉 돈을 중시하기에 감정싸움이 근간일 수밖에 없다. 공매도 금지 관련 논쟁은 감정싸움이다.

답변) 그런가 하면 우리 사회에 속칭 ‘전문가란 사람들이 유튜버에 출연하며 그들의 헛된 권위에 맹신하는 ‘폭스 효과’도 있다. 그런 전문가로 속이는 페이스북 광고나 문자메시지의 추천 방에 우리는 모두 노출되어 있다. 돈 벌게 해주겠다는 얄팍한 상술은 우리 모두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독약 같은 존재이다. 애플이 세계 1위 시가총액 기업이 되었으면서도 언더독 광고를 계속한다는 것은 약자 코스프레를 하는 경우다. 전청조와 남현희 사건을 비롯해 우리 사회는 심리적 지배가 만연하다. 더 글로리에 나오는 박연진은 우리 주변에 흔한 인물이면서 경제심리를 조종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소비자심리지수를 고려하지 않나. 이 모든 것을 생각할 때 경제에서 감정은 매우 중요한 본질적인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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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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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책은 20가지 감정으로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이야기를 아주 경쾌하게 묘사하고 있다. 20가지 감정은 어떻게 뽑게 되었나

답변) 관료로서, 교수로서, 작가로서 경제나 경영 문제에 관심이 많다. 물론 전작에서 디지털과 그린 혁명을 다루기도 했고 국제금융이 전문인 사람이긴 하다. 그러나 본질은 인간의 삶이다. 인간의 삶 속에는 무수히 교차하는 감정이 있다. 주식시장은 오르락내리락하는 인간의 삶을 닮았다. 주식차트는 희로애락(喜怒哀樂) 이상의 수많은 투자가의 감정을 담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20가지 감정은 우리 삶의 바탕이다. 모방, 현타, 동경, 상실감, 우유부단함, 무기력, 행복, 질투, 시기, 우월감, 맹신, 사소함 같은 감정은 우리의 소비나 투자라는 의사결정이나 경제적 행동을 이끈다. 그 속에서 우리는 험난한 자본주의에서 때로는 환호하고 때로는 좌절한다. 누군가에게 자본주의는 차갑게도 느껴질 수 있으나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행동을 함으로써 더 멋진 자본주의를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질문) 필링노믹스, 감정 경제학은 저자가 지은 책 중에서 가장 쉬운 책으로 보인다. 책을 내면서 어디에 주력했나?

답변) 책을 내는데 항상 독자가 제대로 사고하는 힘을 키우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문제는 독자가 경제 경영 상식이 부족할 때가 많았다는 점이다. 이 책은 그런 분들도 쉽게 읽도록 배려했다. 쑥하고 읽고 난 후 생각해 보는 책이다. 베스트셀러도 중요하지만 스테디셀러가 더 중요하다. 행동 경제학이 큰 인기를 얻었다면 감정 경제학은 또 하나의 콘셉트다. 그 콘셉트의 첫 단추를 꿴다는 마음으로 글을 만들어 나갔다. 각 챕터는 ‘OOO 시간’으로 시작한다. 그만큼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힘이 될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

필링노믹스 시대가 온다...“아담 스미스도 공감을 강조”
답변) 꾸준히 읽혀 대중의 사랑을 받기를 희망한다는 마음으로 20강을 정말 정성들여 만들었다. 특히 출판사에서 매화마다 삽화와 그림을 적절히 배치하여 독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상당했다고 자부한다. 그 결과 가독성이 너무 좋고 마음먹으면 금방 읽는다. 게다가 자신의 삶과 소비, 투자에 대해서 생각하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경제와 인생을 논할 수 있다는 게 퍽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감정은 사라지기도 하지만 감정은 온전히 남기도 한다. 감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저마다 다르지만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주축이다. 태초의 자본주의에서는 서로에게 환호해 주는 감정이 어쩌면 과부하 된 경쟁 심리로 차가워졌는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심정으로 한홀 한홀 실을 꿰듯 이 책의 실타래를 만들어 나갔다. 이 책이 감정 경제학이란 새로운 영역의 포문을 열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썼음을 거듭 밝힌다.

조원경 교수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파이낸스 석사, 연세대학교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했다. 1990년 행정고시 합격 후 줄곧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했다. OECD 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울산광역시 경제부시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UNIST(울산과학기술원)에서 교수이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으로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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