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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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경제 분야 최대 관심사인 ‘무역(공급망) 갈등’을 해소하는 데 큰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소통에 주목하면 ‘시작이 반’이라고 볼 수 있지만, 회담장에서 서로 입장차만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국 입장에선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 국면에서 미국의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등에 대한 중국의 반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미국이 수출통제, 투자통제, 일방적인 제재를 통해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훼손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제재를 해제해 중국 기업에 공정하고 비차별적인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은 경쟁하고 있다”며 “언제나 미국의 국익, 미국의 가치,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를 옹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상회담 직후 “두 정상이 덜 논쟁적(less contentious)이었지만, 곧 깊은 견해차로 빠르게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학노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양국 정상이 오랜만에 마주한 데 의의가 있다”며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할 전망인 만큼 (갈등이) 더는 악화하지 않도록 소통 채널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미·중 무역 갈등 해결의 키를 미국이 쥐고 있지만,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국가 안보와 엮어 다루기 때문에 수출 통제 입장을 쉽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동맹과 안보조차 경제 문제로 접근하는 경향을 보였다. 김종범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바이든과 트럼프는 미국 내 투자를 최우선으로 하고 반도체를 국가 안보 문제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무역 갈등 이슈를 대(對)미·대중 외교의 틀에서 함께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가 이어졌다면, 최근엔 중국이 주요 광물의 수출 통제로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중국은 지난 8월부터 반도체 등에 쓰이는 갈륨·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지난달엔 배터리 산업에 중요한 흑연 수출을 12월부터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달 초엔 ’첨단 산업의 쌀‘로 불리는 희토류에 대한 수출 보고를 의무화하며 통제 고삐를 더 좼다. 희토류 통제를 두고선 중국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압박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미·중 사이에 낀 한국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광물 자원의 중국 의존도가 높고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천연흑연·인조흑연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각각 97.7%, 94.3%에 달했다. 도원빈 무역협회 연구원은 “미·중 관계 악화 시 미국에 공장을 둔 한국 배터리 기업으로 흑연 수출을 중국이 지연·반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광물 수급 동향을 면밀히 확인하며 중국 정부와 대화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기업과 대체 수입처를 발굴하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당장 대중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어려운 만큼 중국과 ‘실리 외교’로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해외 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 자급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정종훈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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