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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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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 '불출마 권고'…약발 안 받는 '세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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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중진 갈등 격화

불출마 압박에 무소속 출마 가능성

이준석 "뒤로 어떤 협상 받을 것"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지도부 및 중진,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 및 험지 출마를 권고하면서 해당 대상자들과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혁신위가 "기다리겠다"면서 압박하고 있지만, 지난 3일 혁신안이 발표된 이후 아직까지 불출마를 선언한 여당 의원은 사실상 전무하다. 당 안팎에서는 친윤 핵심들이 불출마 혁신안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으면서 세 가지 이유를 꼽고 있다.

① 무소속 당선 가능한 중진
가장 먼저 친윤계 핵심 중진들이 과거 무소속 출마해 당선됐다는 점이다. 친윤계 의원으로 꼽히는 권성동·장제원 의원과 영남 중진 주호영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과거 총선에서 무소속 당선 경험이 있다. 강원도 강릉이 지역구인 권 의원은 21대 총선 당시 박근혜 정부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홍윤식 후보에게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에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을 탈당한 권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4만9618표(40.8%)를 득표하며 4만7088표(38.7%)를 얻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홍 미래통합당 후보는 1만3704표(11.2%)를 얻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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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부터 권성동·장제원·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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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의원의 경우에도 새누리당 시절인 2016년 20대 총선에서 '박근혜 키즈'로 불렸던 손수조 후보가 부산 사상구에서 전략 공천되면서 이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한 뒤 당선됐다. 당시 주 의원(대구 수성 을)도 친박계 이인선 후보에 밀려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 출마해 당선됐다.

이들 의원은 혁신위의 불출마 요구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장 의원은 전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장제원TV'에 공개한 영상에서 "40살 때부터 어린 나이에 정치를 하면서 벌써 15년이다. 어려움도 겪고 풍파도 있었고 또 한 번은 4년을 쉬었고, 한 번은 무소속으로 출마를 해서 지역 주민들의 사랑으로 당선되는 기적도 맛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도 장제원이 뭐 험지 출마하라고 한다"며 "제가 16년간 걸어왔던 길은 지름길이 아니었고, 어려운 길이었지만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혁신위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겠단 뜻을 밝혔다.

주 의원도 최근 대구 수성구청 대강당에서 의정 보고회를 열고 "걱정하지 마라. 서울로 가지 않는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40년째 미국 상원의원을 했는데 지역구를 옮겼나.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지역구를 옮겼나"라고 되물으며 "우리나라만 이상한 발상을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중진급 이상, 특히 친윤계 일부는 혁신위 권고안을 거부하고 내년 총선에서 공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만약에 이번에 혁신위로 인해 공천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중진급 의원들은 언제든 살아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② 국민의힘, 尹 지지율보다 높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점도 2호 혁신안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고정 지지층이 버티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보다 외부 요인에 덜 휘둘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6~10일 2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신뢰수준 ±2.0%포인트·무선유선자동응답 방식·응답률 2.6%,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전주 대비 2.1%포인트 하락한 34.7%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0.7%포인트 하락한 37%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표본오차 95%·신뢰수준 ±3%포인트·무선전화 가상번호 인터뷰·응답률 14%)에서도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36%였는데, 국민의힘 지지도는 37%로 조사됐다.

통상 대통령의 임기 중반 치러지는 총선에서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승패의 결정적인 변수로 꼽힌다. 현재까지 윤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 카드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밀어붙이면서 내년 총선을 목전에 두고 여론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당 관계자는 "기존 지역구가 아닌 수도권 험지 출마는 결국 '대통령 얼굴'로 치르는데 대통령 지지율이 앞으로도 계속 떨어지면 사실상 사지로 내몰리는 상황"이라며 "낮은 국정 지지율은 섣불리 험지 출마 선언을 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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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서며 손을 들어 있사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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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대통령 임기보다 긴 22대 국회의원
대통령실이 친윤 의원들에게 '희생'을 대가로 내줄 수 있는 카드도 마땅치 않다. 내년 4월 10일 선출되는 22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같은 해 5월30일부터 2028년 5월 29일까지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윤 대통령의 임기는 2027년까지로 국회의원보다 1년 더 짧다. 총선 불출마나 험지 출마로 인해 낙선한 뒤 윤석열 정부에서 국무위원으로 발탁되더라도 국회의원 임기보다 짧아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에 합류한 인사들도 향후 정치생명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 분당 갑을 지역구로 뒀던 김은혜 대통령 비서실 홍보수석이나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던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도 총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지만, 현재 지역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또 다른 관계자는 "장관직의 경우에는 의원이 겸임도 할 수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대통령실에서 쓸 수 있는 그리 좋은 카드는 아니다"라면서 "차라리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되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친윤계 의원 2~3명은 불출마 권고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친윤계 의원들이) 구국을 위한 결단인 것처럼 포장할 것"이라면서 "그 대신 뒤로는 또 다른 어떤 협상을 제안받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상호 확증 파괴의 측면에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이 할 것이 있을 것"이라면서 "그게 지렛대가 돼서 어떤 식으로든지 구국의 결단으로 포장해 좋게 좋게 내보내는 방향으로 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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