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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스프] 매튜 페리가 남긴 진정한 유산: 타인의 취약성과 아픔을 보듬는 사회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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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퍼민트] (글: 나종호 미국 예일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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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퍼민트 NewsPeppermint

"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나종호 미국 예일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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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장 슬픈 사람들이 항상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려고 가장 열심히 노력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들은 자기가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느껴지는 기분이 어떤지 너무나 잘 알아서, 다른 누구도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거든요. -로빈 윌리엄스


미드 프렌즈의 '챈들러'로 널리 알려진 배우 매튜 페리의 죽음 후에 저는 소셜미디어에 연달아 글을 몇 편 썼습니다. 페리가 생전에 심한 알코올 중독과 아편계 진통제 중독을 앓은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기에 자연히 미국을 덮친 오피오이드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마약 문제가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는 한국 사회에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글을 썼죠.

복잡다단한 원인이 있겠지만, 전형적인 규제의 실패로 인한 인재(人災)라 할 수 있는 오피오이드 위기 문제는 늘 한국 사회에 전하고 싶던 메시지였는데, 동시에 한국 사회와는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들릴까 봐 꺼내기 주저하던 주제이기도 했습니다.

매튜 페리의 죽음과 맞물려 제가 쓴 글들은 적잖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글에 대한 관심과는 별개로, 글을 쓰는 동안, 또 글이 화제가 되는 것을 보면서 저는 커다란 내적 갈등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 매튜 페리가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아 마약 중독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배우로만 기억되는 게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와중 작가 헤더 하브릴레스키가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을 접하게 됐습니다. 이 칼럼은 매튜 페리의 죽음을 바라보는 착잡하고 잘 정리되지 않던 생각의 파편들을 차분히 정리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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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타임스 칼럼 보기 : 프렌즈 '챈들러' 역 배우 매튜 페리가 이야기한 진실

"우리는 누군가의 실수를 도덕적인 실패로 여기고, 그의 죽음을 통해 우리 모두가 사랑과 연결을 갈구하며 수치심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대신 그저 경고성 일화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글을 읽으면서 가장 가슴이 쓰렸던 대목입니다. 페리의 중독 문제는 사실 예전부터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습니다. 다만 중요한 건 중독 사실이 더 널리 알려진 게 다름 아닌 매튜 페리 자신의 용기 있는 선택 덕분이었다는 점입니다.

페리는 지난해 회고록을 통해 본인의 심각했던 알코올 중독과 아편계 진통제 중독 사실을 누구보다 솔직하게, 자세히 고백했습니다. 매튜 페리 정도의 인기와 명성을 얻은 이라면, 어쩌면 본인이 가장 많이 사랑받았던 젊은 시절, 가장 화려하고 멋진 전성기 때 본인의 모습, 아니면 프렌즈 속 매력적인 캐릭터 챈들러로만 영원히 기억되고 싶어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페리는 그 대신 스스로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순간들에 대해서 대중에게 솔직히 고백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자신을 아름답고 완벽하게 포장하는 대신 스스로 취약성을 알리고 나눔으로써 자신과 비슷하게 중독 문제를 겪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자 한 겁니다.

메시지는 짧지만 강력합니다. 중독 환자들은 혼자가 아니며,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자 했던 겁니다. 실제로 '용기'를 뜻하는 'courage'라는 영어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로 심장을 뜻하는 'cor'에서 시작되었고, 초기 언어의 쓰임새 가운데 용기란 단어는 '자신의 가슴에 있는 전부를 이야기함으로써 내 마음을 보이는 것'을 뜻했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매튜 페리는 그 누구보다도 용기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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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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