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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MZ가 키우는 서울 골목상권 보고서 | 매출 1위는 양재천길…2030은 ‘합마르뜨’ [MONEY REAL EST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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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다, 서울 골목상권 7곳 분석
1~8월 총 매출액 1917억원
전체의 30% 양재천길서 나와
양평동 공장, 카페거리로 변신


엔데믹과 함께 새롭게 단장한 서울 7대 골목상권으로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 발길이 몰리고 있다.

핀테크 기업 핀다가 공개한 ‘서울 골목상권 보고서’에 따르면 올 1~8월 서울 골목상권 7곳(경춘선숲길, 선유로운, 양재천길, 오류버들, 용마루길, 장충단길, 합마르뜨)의 총 매출액은 1917억원으로 집계됐다.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을 통해 각 지역별 매장의 카드 매출, 통신사, 소상공인 수, 인구 등 각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분석 대상이 된 골목상권 7곳은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잠재력 있는 상권 중 선정해 ‘로컬 브랜드 상권’으로 키우고 있는 상권이다.

이들 골목상권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평균 약 3.4% 증가했다. 외식업 매출만 놓고 보면 전년 동기 대비 약 14.1% 증가한 1063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 시행되던 시기였고, 올 초부터 거리두기가 해제된 점을 감안하면 매출액이 큰 폭으로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들 상권 중 한 해만에 매출액이 30% 훌쩍 뛴 발군의 상권이 있는가 하면, MZ세대로 대표되는 20~30대 청년층 소비가 부쩍 늘어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유망 상권도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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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합정역 7번 출구에서 한강 쪽으로 거닐다 보면 세련된 분위기의 커피숍과 이국적인 음식점, 공방이 여럿 들어서 있다.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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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양재천에는 와인바, 카페, 인테리어 소품숍 등 이국적인 느낌의 가게가 즐비하다. (서초구 제공)


상권 7곳, 방문 많은 연령 달라

서초 양재천길 매출 583억원 1위

골목상권 7곳 가운데 매출액 규모가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서초구 대표 상권으로 자리 잡은 양재천길(583억원)이다. 영등포구 선유로운(453억원) 상권과 마포구 합정역 7번 출구 일대 합마르뜨(347억원) 상권이 그 뒤를 이었다.

와인바, 카페, 인테리어 소품숍 등 멋도 맛도 넘치는 가게 140여곳이 즐비한 양재천길 상권은 이국적인 레스토랑거리로 유명하다. 정돈된 가로수들과 세련된 맛집까지 도무지 무엇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게 없는 동네다. 자전거를 타는 이들에게도 양재천은 가볍게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과천에서 시작된 자전거 도로는 서초구와 강남구를 지나 탄천에서 용인시 기흥까지도 연결돼 있다. 그래서 양재천길에는 데이트, 나들이족뿐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 쉬어 가는 인구도 꽤 있다.

선유로운 상권은 선유 걷고 싶은 거리와 선유도역 골목형 상점가, 선유로 55길 골목상권을 한데 묶어 탄생했다.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차도보다 넓은 인도가 바로 ‘선유 걷고 싶은 거리’다. 원래 선유도역이 있는 양평동 일대는 공장 지대였다. 제일제당,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의 식료품·음료 공장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공장 자리에 아파트와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며 공업지구 모습을 벗고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2009년 서울도시철도 9호선이 개통하면서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외관은 옛 건물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다양하고 개성 있는 카페와 공방이 생기기 시작했다. 버려진 건물을 개조해 낮에는 브런치 카페, 저녁에는 음악 라운지로 운영하는 ‘말론하우스’가 대표적이다. 자연스럽게 젊은이들 발길이 늘어났다. 한강과 선유도공원, 안양천을 잇는 수변 벨트를 활용해 먹거리, 즐길 거리, 볼거리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게 선유로운 상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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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 30% ‘껑충’ 장충단길

태극당·족발거리에 손님 몰려

한편, 매출액 증가율만 놓고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뛴 중구 장충단길 상권이 제일 두드러진다. 장충단길은 3호선 동국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2·4·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이어지는 작은 골목이다.

우선 장충단길 초입에는 70년 넘는 역사를 가진 ‘태극당’이 있다. 1946년 문을 연 태극당은 분홍색 장미꽃과 빨간 딸기 젤리로 장식한 버터케이크, 모나카 아이스크림을 사러 온 MZ세대와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이외에도 장충단길에는 평양냉면, 중화요리, 함흥냉면, 곰탕 등 오랜 시간 장충동을 지키며 장충동의 역사가 된 노포가 많다.

장충단길을 콕 집지 않더라도 장충동에는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노포가 가득하다. 태극당 건너편에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족발거리’가 있다. 50여년 전 한 식당 사장이 고향인 평안북도에서 먹던 돼지족을 판매하던 게 그 시작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루에 여러 번 장국에 삶아 두툼하게 썰어낸 족발은 시중의 달달하기만 한 족발과 달리 담백하고 쫄깃하다. 원조답게 언제나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장충단길 외에는 합마르뜨(9.2%)와 구로구 오류버들(6.6%) 상권에서 매출액이 고르게 증가했다.

합마르뜨는 합정과 몽마르트르의 합성어로 합정역 7번 출구 상권을 칭하는 용어다. 2030 청춘들이 가득한 합정 카페거리와 당인리발전소길로 걷다 보면 절두산순교성지,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 양화진 역사문화공원 등과 맞닥뜨리는데 여기가 바로 합마르뜨다. 홍대 상권, 디자인출판개발진흥지구와 인접해 독립서점, 갤러리, 카페 등 감각 있는 점포들이 유입되고 있다.

오류버들 상권도 골목형 상점가다. 1호선 오류역 인근에 ‘레트로’한 감성의 다양한 업종이 모여 있다. 오류버들 시장 내 주점 ‘수퍼마켙’이 대표적이다. 가게 밖에서 간판만 보면 식자재 등을 파는 동네 상점으로 보이지만 내부는 감성 조명으로 한껏 꾸며진 주점이다.

2030세대 최애는 합마르뜨

60대는 숲길·시장 품은 용마루길

다만 각 골목상권마다 주 소비층에 차이가 있다.

이번 상권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점은 골목상권을 찾는 방문자 10명 중 4명(39.5%)은 20~30대 청년층이라는 점이다. 특히 30대는 지난해와 비교해 더 많은 금액(5.9%)을 결제했고, 결제 비중(0.3%포인트)도 덩달아 늘었다.

20대의 경우 결제 금액(-5.2%)과 결제 비중(-1.5%포인트) 모두 감소했지만 유독 합마르뜨(31%)와 노원구 경춘선숲길(28.7%) 상권에서는 결제 비중이 높았다.

경춘선숲길 상권은 경춘선숲길에서 동일로 192번길을 따라 공릉역 2번 출구까지 이어지는 골목상권이다. ‘경춘선숲길’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서울과 춘천을 연결했던 곳으로 2010년 복선 전철화 사업으로 열차 운행이 중단된 폐철길을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경춘선숲길에서도 공릉동 구간은 인근 공릉동 도깨비시장과 연계돼 카페와 펍이 많이 생겨나면서 미국 센트럴파크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돼 ‘공트럴파크(공릉동+센트럴파크)’로 불리기도 한다.

반면 경의선숲길에서 효창공원역 6번 출구까지 이어지는 용산구 용마루길(29.5%)과 오류버들(23.6%) 상권은 의외로 60대 손님 결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용마루길은 4만㎡ 규모로 골목마다 띄엄띄엄 97개 소상공인 점포가 자리하고 있는데 최근 젊은이 취향을 공략하며 SNS를 달구는 작은 점포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커피와 디저트를 파는 카페와 아이스크림 가게가 내부 장식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가 하면 퓨전 음식점과 쉼터 같은 카페가 늘고 있다.

또한 여느 지역에 비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청년들의 첫 창업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효창공원역, 경의선숲길과 맞닿아 있고 용문시장, 용산전자상가와도 가까워 지역 주민은 물론 외부인이 방문하기 좋은 위치다. 걷기 좋은 휴식 공간과 녹지가 풍부해 유동인구가 꾸준하다. 요리 전문가와 상인들이 손잡고 키워 입소문이 난 1호선 남영역 인근 ‘열정도거리’, 지하철 4·6호선이 교차하는 삼각지역 일대 ‘용리단길’도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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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장충단길 상권은 일 년 중 가을철에 매출 비중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남산과 가까워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 나들이객이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 중구 제공)


가을 남산 단풍 보러 장충단길

봄엔 양재천길에서 벚꽃놀이

계절별로 인기 상권이 다른 점도 흥미롭다. 골목상권 7곳 중 장충단길(30.3%), 경춘선숲길(26.9%), 선유로운(26.4%), 오류버들(25.6%) 등 4개 상권에서 지난해 한 해 동안 가을 매출 비중이 가장 높았다. 특히 남산과 가까운 장충단길 상권은 단풍철을 맞아 방문객이 급증하면서 가을에 수혜를 가장 많이 받는 상권으로 꼽혔다. 반면 봄철 가장 소비가 가장 많은 상권은 양채천길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권 7곳에서 발생한 매출액의 29.1%가 양재천길에서 나왔다. 여름철 매출액 비중이 가장 높았던 곳은 용마루길(27.2%)이다.

황창희 핀다 오픈업 프로덕트 오너는 “지역마다 성별·연령대별 매출 비중과 시기별로 매출 추이가 천차만별인 만큼 골목상권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가라면 오픈업을 통해 해당 상권의 특성을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4호 (2023.11.15~2023.11.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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