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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이슈 로봇이 온다

140대 로봇이 물건 찾아 작업자에 전달…2.8배 빨라진 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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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인천 ‘글로벌권역물류센터’…아시아 최대 규모

경향신문

CJ대한통운의 인천GDC 오토스토어 전경. CJ대한통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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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쇼핑몰로 주문 들어오면
한국서 20분 만에 발송 준비 완료
인접국 배송…500만개 제품 보관

지난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자유무역지역에 있는 CJ대한통운 인천 글로벌권역물류센터(GDC). 16단으로 큐브처럼 쌓인 7만6000여개의 사각 바구니 위로 로봇 140대가 전후좌우로 바삐 움직였다. 각자 알아서 한 곳에 멈춰서더니 와이어를 내려 바구니를 끌어올렸다.

바구니에는 일본·싱가포르·카자흐스탄·호주 4개국 소비자들이 미국 건강기능식품 전문 쇼핑몰 아이허브에서 주문한 영양제, 생활용품 등이 담겨 있었다. 로봇들은 스스로 주문량이 많은 물건을 위쪽에 배치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로봇이 바구니를 건너편 작업자에게 전달하자 그의 앞 화면에는 물건 크기와 개수에 맞춰 어떤 박스가 적합한지가 나타났다. 작업자의 역할은 박스에 소비자가 주문한 대로 제품을 넣는 것뿐이다. 이후 상자를 컨베이어벨트에 실으면 자동으로 포장과 분류 과정을 거쳐 항공택배로 배송될 준비가 끝난다. 주문 1건을 확인해 발송 준비를 마치는 데까지 채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제품이 작업자를 찾아가는 방식의 큐브 형태 물류 자동화 시스템 ‘오토스토어’를 도입한 덕분이다.

축구장 3개 가까이나 되는 연면적 약 2만㎡(6117평)에 달하는 인천 GDC는 사람이 일일이 철제 선반에 놓인 물건을 찾으러 다니며 고강도 노동을 하는 고전적인 물류센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GDC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의 상품을 주요 소비국에 인접한 거점국가에 미리 반입해 통관은 되지 않은 상태로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각국으로 배송하는 물류센터를 말한다. 해외 물건을 수입해 통관을 거쳐 받아보는 ‘직구’, 외국 소비자가 국내 물건을 사는 ‘역직구’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물류비 절감과 배송시간 단축 효과를 볼 수 있어 기업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2019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GDC인 이곳은 500만개 넘는 제품을 보관할 수 있다. 아시아 물류기업 GDC 중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현재는 아이허브 중심으로 운영되며 약 1개월분의 재고를 갖춰놓고 있다.

오토스토어의 경우 고정식 철제 선반을 이용하는 전통 방식보다 보관 효율성이 4배, 출고처리 능력은 2.8배 높다고 한다. 지난 9월부터 오토스토어를 시범 운영해온 CJ대한통운은 다음달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이경진 CJ대한통운 CBE(초국경택배)운영팀장은 “국내 물류 현장에서 오토스토어를 실제 운용하는 곳은 인천 GDC가 유일하다”고 소개했다.

다만 국내 제조·수입업자 역차별, 소비자 안전 문제 등이 얽혀 있어 GDC에서 보관 중인 물품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배송할 수 없는 건 한계다. 관세청은 국내 반입 제한 규제 완화는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은 GDC 사업 확대로 초국경택배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영국 물류시장 리서치 기업 TI에 따르면 세계 초국경택배 시장은 2026년 178조원, 국내는 1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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