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분산된 지원, 이제는 합칠 때
학업부진 학생 중 가정불화 많은데
종합진단 없이 단기·개별지원 급급
통합 안돼 제공 프로그램 겹치기도
상급학교 진학·전학 땐 정보 단절
부모 협조 없인 지속 지원 어려워
“과거 상담이력만 알아도 연계 가능
법적 근거 마련해 체계적 지원해야”
A군은 학교에선 별다른 사고를 치지 않고 조용한 학생이었기에 B중학교는 A군이 정서 위기 학생이란 점도, 가정 문제도 알지 못했다. 학교가 A군의 문제를 알게 된 것은 가정에서 A군의 폭력성이 심각해져 보호기관이 A군을 긴급히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후였다. B중학교 교사는 “병원 입원도 출석 때문에 부모가 정보 공유에 동의해 알게 된 것”이라며 “학교가 일찍 문제를 알고 여러 지원을 하지 못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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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군의 사례는 분절된 학생 지원 체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A군 같은 정서 고위험군 학생은 가정과 지역사회는 물론 학교에서도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현재 학생 지원 체계는 기관·학교 간 정보 공유가 되지 않아 지원에 한계가 있다. 또 학업 부진과 가정폭력, 우울증 등 여러 어려움을 동시에 겪는 학생의 경우 각 지원이 분절적으로 진행돼 지원이 중복되거나 다른 어려움을 놓쳐 사각지대에 놓이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통합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A군과 같은 어려운 처지의 학생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학생맞춤통합지원법’ 제정안이 지난 5월 발의됐지만 국회 담당 상임위인 교육위원회에서는 여전히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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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사업 많지만…분절적 진행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기초학력 부진, 가정환경 어려움, 정서 불안 등으로 학교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 비율은 늘어나는 추세다.
중3 학생 중 국어·영어·수학 기초학력 미달(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1수준) 비율은 2012년 2.2%에서 지난해 11.1%로, 고2는 같은 기간 3.0%에서 10.8%로 증가했다. 교육급여(저소득가구에 지원하는 학비 등) 신규수급자(2017년 5만1141명→2021년 6만7562명), 다문화가정 학생(2017년 4만6954명→2022년 16만8645명)이 느는 등 학교에서 지원을 받는 교육복지 대상자는 2016년 23만8978명에서 2021년 31만391명으로 5년 동안 30% 뛰었다.
학교에서는 이들을 위해 각종 지원 사업을 운영 중이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학교는 2010년 534개교에서 2021년 1753개교로 늘었고, 사업 대상 학생은 같은 기간 11만1095명에서 31만391명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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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업 간 연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학생에 대한 종합적 진단 없이 단기적·개별적 지원 중심이다 보니 복합적인 어려움을 가진 학생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기초학력이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인 5학년 C양의 경우, 기초생활수급가정·다문화가정으로 부모로부터 정서학대를 당하고 학교폭력 피해도 겪고 있다면 기초학력 지원, 경제적 지원, 다문화학생 지원, 아동학대 지원, 학교폭력 지원, 심리·정서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C양이나 부모가 학교에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학교에선 학업 등 눈에 띄는 문제 지원만 할 수밖에 없다. 모든 지원을 받더라도, 기초학력 담당 교사는 학업만, 저소득층 담당은 경제적 여건만 보는 등 각 사업이 맡은 문제 해결에만 신경 써 종합적인 진단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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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업 부진 학생의 상당수는 정서나 부모 문제가 있고, 이런 환경이 개선돼야 학업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데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상황을 알기 어렵다”며 “이런 학생에게 공부만 시켜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현재는 지원은 많지만 비효율적인 체계”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현재 지원은 학생에게 필요한 지원을 찾는 형태가 아니라 공급자 중심이다. 컨트롤타워 없이 기초학력 사업 대상자를 찾고 저소득층 사업 대상자를 찾는 식”이라며 “학력 미달이면서 심리지원을 받는 학생의 경우 통합관리가 안 돼 두 프로그램이 동시간대에 잡히는 등 혼란이 있다”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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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단절…학교 달라지면 지원 끊겨
학생 지원 정보 연계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것도 문제다. 상급학교 진학, 전학 등으로 학교가 바뀌면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지원이 중단되는 것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영양사가 ‘매번 밥을 2판씩 먹는다’고 알려줘 가정에서 돌봄이 안 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학생도 있다. 학교가 각종 지원을 해 상황이 좋아졌지만, 어느 날 부모가 전학을 시켰다”며 “다른 교육청 관할로 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졌다. 그 학교에서도 학생의 어려움을 알아채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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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육복지사는 “신입생이 들어오면 근처 초등학교에 어려움 있는 학생을 알려 달라고 연락하는데 소통이 잘 안 되는 곳도 있다”며 “정서 고위험군 학생은 과거 어떤 상담을 받았는지 알면 입학 후 시행착오 없이 곧장 지원할 수 있어 정보 연계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위기 학생에 대한 체계적 지원을 위해선 사업별로 파악된 학생 정보 연계가 필요하지만, 교육 당국은 사업별 통계만 갖고 있을 뿐 복합적인 어려움이 있는 학생이 얼마나 있는지 등에 대한 현황은 없다.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정보 연계 시스템 구축 등을 담은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이 발의됐지만 국회 계류 중이다.
법을 발의한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은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을 통해 위기 학생 발굴부터 진단, 지원, 관리가 체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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