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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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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閑담] 펀드매니저들 “올해 얄미운 그 이름 이차전지”… 어떤 사연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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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내 이차전지는 참, 여러모로 얄미운 존재네요.”


올해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표현하는 키워드를 꼽는다면, 많은 투자자를 울고 웃게 한 ‘이차전지’가 빠지지 않을 겁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 입지가 제법 탄탄한 한 자산운용사 대표 A씨는 이런 이차전지를 ‘얄미운 존재’로 묘사했습니다. 그는 “이차전지가 잘 나가던 상반기에도, 주저앉은 하반기에도 우리는 똑같이 힘들었다. 힘든 사유가 다를 뿐”이라고 했습니다.

조선비즈

조선 DB



투자자가 믿고 맡긴 돈을 굴려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펀드 매니저가 요즘 같은 시장 조정 국면에서 힘든 티를 내는 건 이해할 만합니다. 그런데 이차전지가 주야장천 우상향 그래프만 그리던 시기에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운용사가 상반기에 이차전지를 포트폴리오에 담아 재미를 봤으니까요.

A씨는 “상반기만 해도 펀드에 이차전지주 비중이 작으면 일 못하는 매니저 취급을 받았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는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이차전지를 많이 담은 펀드가 좋은 펀드로 각인되는 난감한 분위기가 있었다”며 “특히 에코프로 같은 뜨거운 감자 비중을 보수적으로 가져가면 감 없다는 소릴 듣다 보니 피로감을 호소하는 매니저가 많았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 B씨도 비슷한 말을 합니다. B씨는 “이차전지에 가려 티가 안 났을 뿐 올해 나름 괜찮은 수익률을 과시한 업종이 많았다”며 “그런데도 모든 관심사가 기-승-전-이차전지로 끝났고,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자산 배분을 합리적으로 하고도 (고객들에게) 잔소리를 듣기 일쑤였다”고 했습니다. B씨는 “이차전지에 대한 종교 수준의 맹목적인 믿음을 경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올해 업종별 수익률 정보를 뽑아봤습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LG에너지솔루션 등이 포함된 ‘전자 장비 및 기기’ 업종의 연초부터 지금(11월 10일 기준)까지 수익률은 13.28%입니다. 상반기엔 44.34%로 우수했으나 하반기 들어 -21.52%로 부진하면서 전반적인 수익률이 낮아졌습니다.

B씨 말대로 이차전지에 가렸을 뿐 올해 시장에서 선방한 업종이 제법 눈에 띄었습니다. 일례로 ‘금속 및 광물’ 업종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6.68%로 주요 이차전지 종목이 포함된 전자 장비 및 기기를 크게 앞서고 있습니다. 건축자재(21.65%), 자동차(20.70%), 조선(20.61%), 증권(15.46%) 등의 업종도 이차전지에 밀리지 않습니다. 펀드 매니저 C씨는 “이차전지를 빼고 봐도 매력적인 투자처가 많다”고 말합니다.

하반기 들어서부터는 이차전지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익률도 롤러코스터를 타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이차전지가 ‘다른 의미에서’ 얄미운 존재가 돼 버린 셈이죠. 거품 논란에도 이차전지 종목을 바구니에 왕창 담았다가 손실이 커지자 반성문을 쓰는 매니저도 늘었다고 합니다. 펀드 매니저 D씨는 “요즘은 이차전지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 많아졌다”고 푸념합니다.

지난 10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7.4포인트(0.72%) 내린 2409.68로 장을 마쳤습니다. 코스닥 지수는 13.56포인트(1.69%) 하락한 789.31로 마감했습니다. 6일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발표 직후 치솟았던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한 채 주말을 맞이한 겁니다. 이래저래 어수선한 자본시장의 요즘입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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