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직전까지 민주당은 기세등등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1시20분쯤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었다. 비슷한 시각 이 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등 검사 4명의 탄핵안을 의안과에 접수시켰다. 다만 의총에서 “너무 지나치면 비판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검사 2명의 탄핵안을 철회하고 이 위원장 등만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때만 해도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시작하면 24시간이 지나는 내일(10일) 오후 3시쯤 강제 종료시키고 노란봉투법과 함께 탄핵안 표결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본회의가 개회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오후 2시38분 탄핵안이 보고되고 노란봉투법·방송3법이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는 대신 의원 전원이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하는 전략을 썼다. 민주당은 결국 본회의에 직회부했던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 4건만 15분 만에 단독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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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허찌른 여당 필리버스터 철회…이동관 탄핵 일단 불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에 방송3법 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강정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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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10일 본회의가 열리지 않게 되면서 탄핵안을 표결할 기회를 잃었다. 홍익표 원내대표가 이후 김진표 국회의장을 찾아가 “내일(10일) 본회의를 열어 달라”고 요청했으나 김 의장은 “양당 간 협의를 했으면 좋겠다”며 사실상 개최를 거부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라는 소수당의 반대 토론 기회마저도 국무위원 탄핵에 활용하겠다는 악의적인 의도를 묵과할 수 없었다”며 집단 퇴장 이유를 설명했다. “방통위원장을 탄핵해 국가기관인 방통위 기능을 장시간 무력화하겠다는 나쁜 정치적 의도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국가기관 기능 정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해 윤 원내대표가 오늘 아침 고심 끝에 결정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의 9일 국회 본회의 독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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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방통위원장과 이정섭 검사 등의 탄핵안 발의의 적절성을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이 위원장에 대해선 “방통위를 2인 체제로 운영하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해임한 게 방통위법 위반”이라며 탄핵 사유로 들었지만 당장 전문가들은 ‘부당한 탄핵’이라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직자가 단순히 무리한 행위를 했다고 파면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그저 직무정지가 목적이라면 탄핵의 본질을 정치공세 수단으로 오남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도 국회에서 “어떤 위법 행위도 없는데 숫자를 앞세워 탄핵한다면 민심의 탄핵을 받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사 탄핵안 발의에 대해 “이재명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과 압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안을 11월 말 재차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탄핵안을 철회하면 ‘일사부재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틀 연속 본회의가 열리는 시점에 다시 탄핵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본회의가 이틀 연속 열리는 날은 11월 30일과 12월 1일이다.
오현석·강보현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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