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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티니핑’ 사러왔어요” 유커 필수 코스된 ‘완구거리’… 저출산 위기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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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했던 창신동 완구거리

유커 유입으로 활기

대부분 한국 캐릭터 찾아

헤럴드경제

8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쥬쥬(35) 씨가 친구들과 구경하며 구매한 장난감들을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안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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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오늘 1시간 동안 여기 돌아다니면서 아들이랑 딸에게 줄 장난감을 한가득 샀어요. 애들이 특히 ‘타요’ 버스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이걸 받을 때 애들 표정이 벌써부터 그려져요.”

8일 오후 1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쥬쥬(35) 씨가 비닐봉지에 담긴 장난감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는 지난 5일 친구들과 함께 한국에 7박 8일 일정으로 여행을 왔다. 쥬쥬 씨는 “인터넷에서 ‘한국 여행 때 가볼 만한 곳’으로 창신동 문구·완구거리가 소개된 걸 보고 찾아왔다”며 “중국에선 이곳만큼 다양한 한국 장난감들을 구경하고 살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저출산 시대 선물 줄 아이가 없어 찾는 이도 없었던 창신동 문구·완구거리가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지난 8월 중국인의 한국 단체 관광이 재개된 이후 ‘유커(游客·중국인 단체 관광객)’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들이 늘면서다. 여기에 캐치 티니핑, 아기상어 핑크퐁,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 등 한국 캐릭터의 국제적 인기가 높아진 점도 시장의 활기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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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 조이(43) 씨가 보여준 국내 캐릭터 ‘캐치 티니핑’. 그는 조카가 좋아하는 ‘캐치 티니핑’ 장난감을 사기 위해 지난 7일 창신동 문구·완구거리를 찾았다. 안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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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에서 완구상점을 운영하는 송정훈(36) 씨는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이 로보카 폴리, 캐치 티니핑, 아기상어 핑크퐁 등 다양한 한국 캐릭터들을 알고서 가게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외국인들이 가족 단위로 많이 오는데 그때 보면 아이들이 한국 캐릭터가 그려진 장난감을 많이 고른다”고 했다.

실제로 중국인 관광객 조이(43) 씨는 지난 7일 조카에게 줄 한국 캐릭터 선물을 사기 위해 창신동 문구·완구거리를 찾았다. 그는 “내가 한국에 간다고 하니 여동생이 이 캐릭터(캐치 티니핑) 사진을 하나 보내주더라”라며 “조카가 많이 좋아하는 캐릭터인 것 같다. 중국에선 이 캐릭터 장난감을 구하기 힘들다고 했다”고 말했다. 캐치 티니핑은 지난 2020년 3월 TV에서 방송된 국산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다.

중국에서 온 A(35) 씨도 자녀가 좋아하는 ‘아기상어 핑크퐁’을 구매하기 위해 지난 7일 오후 창신동 문구·완구거리를 방문했다. A씨는 “아들이 한국 캐릭터 ‘아기 상어’를 좋아해서 분홍색, 노란색, 파란색 3가지 색이 골고루 들어간 아기상어 피규어 세트를 샀다”며 유모차 탄 아들에게 방금 구매한 피규어 세트를 건넸다. A씨는 “중국에도 백화점은 많지만 이렇게 장난감들만 파는 상점들이 모여있는 거리는 찾기 어렵다”며 “아이가 직접 한국 장난감들을 보고 즐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유커’ 외 미국, 대만, 일본 등의 국적을 가진 관광객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미국에서 온 샐리(69) 씨와 대니(70) 씨는 장난감을 구매하지 않았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샐리 씨는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장난감이 많은 것 같다”며 “손자가 있었으면 하나라도 샀을 것 같다”고 했다. 대만에서 온 모모(31) 씨는 “SNS에서 이곳 사진을 보고 ‘장난감 천국’이라고 생각했다. 꼭 와보고 싶었다”며 “대만에도 이렇게 장난감 특화거리가 따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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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거리. 안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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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창신동 문구·완구거리는 현재 국내 손님이 많지 않다. 저출산으로 주요 구매층이 줄어든 게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인형·장난감 관련 제조업체의 생산액은 2003년 3705억원에서 2019년 2806억원으로 약 900억원 감소했다. 사업체 수도 해당 기간 동안 219개에서 69개로 64.49% 줄었다.

이날 문구·완구거리에서 만난 상인 이모 씨도 “애를 안 낳는데 여길 오겠느냐. 애를 낳아야 인형이든 게임기든 사줄 것 아닌가”라며 “이 거리는 국내 저출산 직격탄을 맞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완구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올해 9월 들어서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와 구경도 하고 장난감도 사간다”며 “그전까진 평일은 시들시들했다. 주말 돼야 한 두명씩 사람들이 구경하러 나오는 정도였다”고 했다.

상인들은 최근 들어 이곳을 찾는 외국인이 늘면서 상권 회복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 거리 완구가게에서 일하는 30대 직원 박모 씨는 “그래도 9~10월엔 하루 평균 200명 정도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왔다. 주로 손주나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한국 장난감들을 찾았다”며 “중국, 대만, 일본, 베트남, 미국, 인도네시아 등 가게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국적도 다양하다”고 했다. 박씨는 “작년 이맘때보다 20~30%는 판매량이 늘었다. 모처럼 거리에 활기가 도는 듯하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의 ‘2023년 9월 한국관광통계 공표’에 따르면 지난 9월에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은 109만8034명으로 지난해 동월(33만7638명) 대비 225.2% 증가했다.이 중 중국 관광객이 26만4000명으로 9월 방한객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이어 일본(25만명), 미국(9만7000명), 대만(9만2000명), 베트남(3만7000명) 순으로 방한객이 많았다.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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