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시위자들에 "베를린 장벽처럼 북 장벽도 언젠가 허물어질 것"
매주 목요일 오후 독일 베를린의 북한대사관 앞에서는 베를린 시민 10여명이 이런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에 나선다.
기독교 신자들로 구성된 자발적 모임인 이들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위한 시위를 이어간 것은 지난 2009년 9월 이후 벌써 14년째다.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 등 선교사 3명이 북한에 강제로 억류된 뒤에는 이들의 석방을 10년째 촉구해왔다.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를 석방하라" |
지난 2009년 처음 시위에 나선 뒤 14년째 계속하고 있는 게르다 에를리히씨(84)는 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북한에서 종교에 대한 억압이 얼마나 큰지 강연을 듣고 너무 마음에 와닿아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시위에 나선지 벌써 14년이 됐다"면서 "우리는 지치지 않았다. 앞으로도 끝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이웃과 함께 시위를 시작한 뒤 입소문을 통해 참가자들을 모집했고, 10여명 수준으로 자발적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대사관 측은 이들의 시위와 관련, 독일 외교부와 경찰에 항의했지만, 독일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이들의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는 "시위를 이어가다 보니 북한 주민들과 정치범 수용소 수용자들에 대한 걱정이 큰데, 억류된 선교사들의 생사를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면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고된 노동과 고문에도 생존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베를린 장벽 400m 앞에 살았다는 그는 "우리는 분단을 경험했고, 끔찍하고 잔인했던 나치 정권의 강제노동수용소의 과거사가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북한 주민들과 억류된 선교사들의 상황에 공감한다"면서 "평화 혁명에 의해 베를린 장벽이 붕괴했듯이 언젠가는 남북을 가르는 장벽도 무너질 것이라는 게 우리의 믿음이자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주독한국대사관에 서한을 보내 수년 전 중형을 받고 아무런 소식 없이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 중인 세 명의 한국인에 대해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면서 3인의 북한 내 억류장소와 생사 확인, 한국 정부의 억류자 석방을 위한 대북 협상을 촉구하기도 했다.
독일 베를린 주재 북한대사관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오는 9일 베를린 장벽 붕괴 34주년을 앞두고 이들 시위자에게 지난 2일 보낸 서한에서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일면식도 없는 북한 주민과 억류자들을 위해 애써와 큰 감동"이라며 "'악을 보고도 침묵하는 것은 악이다'라는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의 정신을 보여주시는 여러분 한분 한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염원과 기도로 베를린 장벽처럼 북한 주민과 억류된 우리 국민들의 자유를 막고 있는 장벽도 언젠가 반드시 허물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그런 날이 하루속히 올 수 있도록 통일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14년째 북한대사관 앞 독일 시위자들에 보낸 김영호 통일부 장관의 서한 |
에를리히씨는 "서한에 힘을 얻었다. 함께 하는 이들과 돌려볼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억류된 선교사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지만, 상대편이 답을 않는데 어쩌겠느냐"고 반문했다.
14년간 독일 대사관 앞에서 시위 이어온 게르다 에를리히씨 |
한국 침례회 교단 소속인 김정욱 선교사는 2007년 8월부터 중국 단둥에서 대북선교를 해오다 2013년 10월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 이듬해 5월 30일 재판에서 국가전복음모죄와 반국가선전선동죄, 비법국경출입죄 등의 혐의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정치범 수용소에서 복역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 선교사 이외에 김국기·최춘길 선교사는 2014년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북한이탈주민 3명은 2016년에 각각 억류됐다. 이들 역시 소재와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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