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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전교생 95%가 다문화인 곳도…선생님은 오늘도 번역기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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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다문화가정 학생이 한국 어린이와 어울려 축구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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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만 해도 다문화 학생이 전교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했는데, 이젠 반마다 한두명은 있어요."





경기도 용인시의 한 초등교사는 매년 다문화 학생이 늘어나는 속도가 ‘놀랄 정도’라며 이렇게 말했다. 학령인구가 빠르게 줄면서 다문화 학생 증가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9월 교육부는 이주배경학생(다문화 학생) 장학금을 지원하고, 다문화 밀집 지역 학교에 한국어 수업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이주배경학생 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저출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문화 학생을 우리의 미래 인재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이미 다문화 학생이 늘어난 교실은 변화하고 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전교생 절반 이상이 다문화 학생인 초등학교는 전국에서 77곳에 달한다(2022년 기준). 현장에서는 공존을 가로막는 장벽이 적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언어·문화·학습 삼중고…“학부모 교육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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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봉명초등학교 교문 앞. 교육환경보호구역 안내 표지판이 러시아어로 쓰여 있다. 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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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부딪히는 장벽은 언어다. 외국인 노동자 증가로 중도입국 학생 비율이 높아지면서 한국말을 아예 못하는 학생들이 학교에 들어오고 있다. 전교생 절반 이상이 다문화 학생인 학교에선 여러 개의 언어가 섞여 들리고, 아이들이 출신 국가별로 무리지어 다니는 모습도 나타난다.

경기도 안산시의 한 초등학교는 전교생 400여명 중 95%가 중국, 러시아 등 17개국 출신 다문화 가정이다. 이 학교 교장은 “학부모에게 상담을 안내하려고 교사들이 번역기로 한국어, 영어, 러시아어 삼중 번역을 한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 학부모는 “한국 애들, 중국 애들끼리 무리가 형성돼 따로 다닌다”고 말했다.

의사소통의 불편은 생활지도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경기도 용인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다문화 학생이 학교폭력 사건을 일으킨 적이 있는데, 부모가 학교폭력위원회 절차를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피해 학생과 학부모가 이해하고 넘어간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문화 차이로 인한 수업의 어려움도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에 중국 아이들이 많은데, 동북아 역사를 다룰 때 영토 분쟁과 관련해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 됐다”고 말했다.

다문화 학생은 국내에서 태어났어도 학습 부진을 겪는 경우가 많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다문화 초등학생의 학업중단율은 0.68%로 전체 초등학생(0.58%)보다 높다. 상급 학교일수록 격차는 더욱 커지고, 대학진학률은 전체(71.5%)에 한참 못 미치는 40.5%다.

현장에선 학부모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의 한 초등교사는 “일부 다문화 가정 부모들이 집에서 담배를 피우니까 아이들이 호기심으로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기초적인 규칙부터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충북의 한 초등교사는 “알림장 앱으로 공지를 올리면 누가 확인했는지 볼 수 있다. 대부분 외국인 학부모들이 확인을 안 한다”고 말했다.



'코리안 플라이트' 생긴다…“상호문화 가르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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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안내한 가정통신문. 한국어와 러시아어가 병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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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미국과 유럽에서 벌어진 ‘화이트 플라이트(White Flight)’ 현상이 한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화이트 플라이트는 이민자가 늘어난 지역의 백인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현상을 말한다. 인구 4분의 1 이상이 이민자 출신인 호주도 1970년대까지 백인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이민을 제한하는 '백호주의' 정책을 폈다.

해외 여러 국가들은 다문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이민 가정 학부모에 120시간의 연수를 제공한다. 또 이들에게 교육위원회나 자문회에 참가시켜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도 한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연구소장은 “덴마크 등 북유럽에선 다문화 교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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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봉명초등학교 외벽에 다양한 국가, 인종의 학생들이 그려져 있다. 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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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한국도 동화교육을 넘어 상호문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문화 공생 교육을 연구하는 이수경 도쿄가쿠케이대 교수는 “일본은 해외동포를 받아들일 때 언어적, 문화적 갈등 충돌을 경험하면서 뒤늦게 사회적 동행의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국가 정책보다는 각 지자체 및 학교 교사에게 맡기고 있어, 자국민 우월주의, 동화주의에 빠진 일부 교사 때문에 아이들이 상처 입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지금 다문화 교육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문제 청소년이 되느냐, 국제 홍보대사가 되느냐 결정된다”며 “다문화 학생에게 모국어를 적극 가르치는 등 새로운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서·최민지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송다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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