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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사설] ‘당선 무효형’ 나온 이재명 선거법 1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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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사실 공표 인정, 징역1년·집유 2년 선고





거짓말로 유권자 오도, 민의 왜곡 책임 물어





이 대표,항소심은 정치 대신 법리로 승부하길



2년전 20대 대선 당시 대장동·백현동 의혹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1심 공판에서 일부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민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대선 비용 434억원도 반환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이날 이 대표가 2022년 대선 과정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두 대형게이트에 대해 내놓은 해명 일부가 허위사실 공표, 즉 ‘대 국민 거짓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우선 백현동 부지 용도 4단계 상향 의혹에 대해 이 대표가 “(박근혜) 국토부의 협박 때문”이라고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 한 해명은 명백한 허위사실 공표라고 못 박았다. “성남시가 적의(適宜·알맞고 마땅하게) 판단할 사항”이라는 국토부 공문 등 증거물을 고려하면 용도 상향은 이 대표 본인의 정책적 판단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또 “(대장동 실무 책임자였던) 고 김문기 성남 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몰랐다” “골프를 같이 치지 않았다”는 이 대표의 방송 인터뷰 발언과 관련해선 “몰랐다”는 “주관적 인식 문제”라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자신의 주요 보좌자와 골프 친 사실을 기억 못 할 가능성은 없다”며 ‘허위 발언’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이 대표가 국민적 관심사였던 대장동·백현동 의혹에 대해 거짓말을 해 유권자들이 잘못된 정보에 기초해 투표하게 함으로써 선거 민의와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대표가 1600만여 표를 득표해 0.73%포인트 차이로 석패한 것을 생각하면 이 대표가 국정감사와 방송 매체에서 한 거짓말들이 대선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거짓말로 자신의 흠결을 가리고 당선을 노리는 정치인들에게 “선거 과정에서 거짓말하면 절대 공직자가 될 수 없고 엄벌을 받는다”는 법의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판결의 의미가 상당하다.

민주당은 그동안 이 대표의 무죄 판결을 끌어내려고 재판부 압박에 당력을 총동원했다. 친명계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100만 명 넘는 서명을 받은 무죄판결 촉구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재판 당일인 15일에는 오전부터 강성 지지층 수천 명이 서울중앙지법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며 무죄 판결을 압박했다. 무죄를 확신한다면서 이렇게 많은 돈과 인력을 동원해 집회를 연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었다. 게다가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심사에서 대법원 예산을 정부 원안보다 246억원 늘려줘 법원 회유 논란까지 자초했다. 이보다 속 보이는 행각이 어디 있나.

이 대표 강성 지지층과 민주당은 ‘국민이 뽑은 의원직과 대표직을 법원이 판결로 뺏을 수 있느냐’는 궤변으로 압박했다. 물론 법원이 제1야당 대표이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차기 대선후보의 의원직과 피선거권을 박탈하고, 수백억대 선거 보전 비용까지 반환하게 만드는 판결을 내리는데 부담이 컸을 것이다. 그럼에도 흔들림 없이 “오직 법리와 증거로만 판단한다”는 원칙에 따라 선고한 점을 평가한다. 이 대표는 선고 직후 “도저히 수긍이 어렵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는데 법치국가에서 당연한 권리다. 다만 2심에선 장외집회 대신 증거와 법리로만 유무죄를 다투기 바란다. 그게 수권정당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태도 아닌가. 법원도 6개월 안에 끝났어야 할 이 대표의 선거법 재판 1심이 2년 2개월 만에야 매듭지어진 점을 반성하고, 2심은 법대로 석달 안에 결론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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