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최기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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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가 나온 15일 더불어민주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이 나오면서 이 대표는 정치 생명 최대 위기에 빠졌다. 공직선거법상 집행유예의 형이 선고돼 확정될 경우 대선 출마는 어불성설이고, 피선거권이 10년 동안 박탈되면서 재기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판결 후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굳은 표정으로 법원을 빠져나갔다.
이날 1심 판결은 2027년 대선을 준비하는 이 대표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깝다. 당초 정치권은 '유·무죄' 또는 당선 무효 기준인 '벌금 100만원'을 두고 다툴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법원에 온 박균택 민주당 법률위원장도 "당연히 무죄"라며 "유죄가 나올 일이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한 입장은 따로 준비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설령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나와도 2심에서 낮출 수 있다. 이 대표의 리더십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게 민주당 분위기였다. 이 대표도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준비해갔다고 한다.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이 대표가 재판을 받으러 가는 풍경도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당 지도부 등 소속 의원 70여명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입구부터 대기한 가운데, 이 대표는 미소를 지으며 의원들과 악수를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1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모여 있다. 최기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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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심 선고에서 징역형이 나오면서 이 대표는 당내 리더십은 고사하고, 차기 대권 및 정치 생명 자체가 풍전등화에 놓였다. 더 큰 문제는 ‘사법 리스크’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이달 25일 위증교사 혐의 선고를 앞두고 있고, 대장동·백현동·성남FC 후원금 사건과 대북송금 의혹 등이 1심 심리 중이다. 이날 선고가 향후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15일 선거법위반 1심 선고에서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한 데다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발언을 허위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남은 3개 재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대표로서는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형이 확정될 경우 민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지난 대선 선거 비용 434억원을 반납해야 한다.
이날 판결로 이 대표 일극 체제에 균열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다들 친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이 대표와 정치적 명운을 함께 할 의원은 170명 의원 중 30~40명 안팎”이라며 “사법리스크로 이 대표의 대선 불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대안' 세력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유죄 소식이 전해지자, 법원 앞 도로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보수 지지자들이 다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고 있다. 이보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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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4·10 총선과 8·18 전당대회를 통해 비명 세력이 와해하다시피 한 만큼 당장은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도 봐야겠지만, 민주당에 가시적인 경쟁자가 없고 당장 선거도 없어 당분간은 이 대표 리더십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민주당에선 이날 판결이 나온 뒤 이 대표 중심의 결속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SNS에 “1심 결과입니다. 헌법상 3심제입니다. 의연해야 합니다”(박지원 의원)라거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더욱 단결하여 정권의 폭주를 막고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김병기 의원) 같은 메시지를 경쟁적으로 올렸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오후 5시에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하는 등 당황스런 기색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다. 2시간 가량 진행된 최고위 후 이재명 대표는 ‘당이 혼란한데 해결책이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혼란스럽지 않다”고 한 뒤 다른 질문에 답변 없이 자리를 떠났다. 민주당은 16일 전국 지역위원장-국회의원 비상 연석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날 재판에 대한 첫 공식 반응도 재판 종료 후 3시간 가량 지난 오후 5시45분쯤 내놓았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정권의 정적 죽이기에 화답한 정치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법원의 결정을 맹비난했다.
이 대표가 정치적 난관을 벗어나기 위해 ‘사법 불복’이나 ‘정권 퇴진’ 등 지지층 결속을 다지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 이 대표는 이날 판결 후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있다”며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강조했다. 지지층이 결속해 사법부를 압박하라는 취지로 읽힐 법한 발언이다.
민주당은 16일 열릴 세 번째 장외집회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친야 성향 시민단체와 연대해 서울 광화문에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 행동의 날' 집회를 연다. 이 대표도 집회에 참석할 방침이다. 조승래 대변인은 “계획하고 준비하고 있는 김건희 특검 추진을 위한 장외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정치 판결’에 대해서 수용할 수 없는 만큼 법률 등 모든 것을 동원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자칫 중도층이나 일반 여론의 지지와 멀어지는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윤태곤 실장은 “지지층의 결속력을 높여야 하는 만큼 정권 퇴진 운동에 가속을 붙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윤 대통령의 실정이 아니라 자신의 재판을 계기로 일으킨다면 되려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동원 대표도 “판사 탄핵 등의 압박도 고민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오히려 법원을 자극해 더 나쁜 결과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민주당 지도부도 이에 대해 고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김창용·최혜리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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