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가 5% 이상 치솟는 등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유통주와 음식료주와 같은 국내 내수주는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기준 KRX필수소비재 -11.21%, KRX경기소비재 -5.87% 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11.89%, 코스닥 지수는 23.58% 상승했다.
이와 비교하면 필수 소비재 주가는 시장 수익률을 하회한 셈이다. 해당 지수에는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과 같은 화장품주를 비롯해 CJ제일제당·오뚜기를 포함한 음식료품주, 현대백화점·신세계와 같은 백화점주 등 각종 내수 소비재들이 포함돼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가 5% 이상 치솟으며 2011년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5%를 넘기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우유 소비자물가지수는 122.03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3%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20.8%) 이후 14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우유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관련 제품 값이 잇따라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달리 관련 주가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화장품 업종이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 해당 기간 LG생활건강은 -52.49%를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올해 2.84% 오르는 데 그치며 공매도 잔액 상위권에 장기간 머물렀다. 그 밖에 F&F홀딩스(패션)는 -45.78%, 신세계(백화점)는 -22.08%로 가장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물가 상승에 따라 상품 가격이 오르면 관련 기업 주가도 함께 상승한다. 영업이익과 매출 상승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국전력과 가스공사도 요금 인상안이 거론되면 해당 기업 주가가 급등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유통주와 음식료주는 이차전지와 같은 타 업종 대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물가 상승이 소비 침체를 부추기면서 관련주들이 부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통업종은 매크로 변수에 따른 소비 심리 영향을 크게 받는다”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인플레이션으로 경기 침체, 소비 둔화가 장기화하며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음식료품주 역시 원가와 환율 상승, 엘니뇨 등 기후 변화 등 외부 변수가 장기간 이어지자 피로감이 누적돼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유통주는 불황, 음식료품주는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연구원은 “내년 음식료품주는 투입 원가가 개선되고 비용 절감 효과를 눈여겨봐야 한다”면서 “수익성 회복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유통주에 대해서는 “고물가·고금리 환경 장기화로 가계 가처분소득이 부진하고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으로 전반적인 소비는 내녀에도 침체될 것”이라며 “가성비를 앞세워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거나 비용 절감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관건은 중국인”이라면서 “본격적인 해외여행 활성화로 면세점 실적 개선과 이들 경영 전략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최연재 기자 ch022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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