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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만화와 웹툰

글로벌도 홀린 K웹툰, 드라마 흥행 치트키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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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원작 드라마, 투자 용이해 제작사엔 안전한 선택
연재 끝난 웹툰 조회수 더 높아... 웹툰 플랫폼도 '윈윈'
"서사·캐릭터 못 채운 드라마화, K문화에 악영향" 우려도
한국일보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두나!'의 한 장면. 이 드라마는 캐릭터에 적합한 캐스팅 등으로 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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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주목받은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과 '이두나!', 디즈니플러스 '무빙'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됐다는 점이다. 세 드라마는 원작 인기를 토대로 웹툰 속 폭넓은 세계관이나 살아 숨 쉬는 캐릭터의 매력을 영상으로도 잘 살렸단 평가를 받았다.

요즘 K콘텐츠 업계에선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비롯해 ENA '낮에 뜨는 달', 디즈니플러스 '비질란테' 등 최근 석 달 새 방송되거나 공개를 앞둔 웹툰 원작 드라마만 최소 여섯 작품 이상이다. 유행이 번져 웹툰이 원작이 아닌 드라마를 찾기 힘들 정도다. '재벌집 막내아들'(2022) 등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줄줄이 흥행하다 보니 해외에서도 K웹툰을 활용한 드라마 제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일본 최대 민영 방송사인 후지TV는 국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청춘 로맨스 웹툰 '아쿠아맨'의 판권을 사 드라마로 제작해 2025년 방송한다.

웹툰 원작 드라마 제작이 이렇게 활발하게 이뤄지는 배경은 제작사 입장에선 유명 웹툰의 드라마 제작이 '흥행보증수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원작이 독자에게 먼저 사랑받다 보니 2차 영상물로 제작될 때 드라마 제작사들은 배우 섭외나 투자를 받기가 훨씬 수월하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소스 발굴 차원에서 아예 본 적 없는 새로운 세계관이 매력적이고 원작이 있으니 각색 작가만 붙이면 바로 영상화할 수 있다"는 점을 웹툰 원작 드라마 제작의 강점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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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초반 김모미는 가수를 꿈꾸지만 외모 때문에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일하지만 밤에는 몸매를 강조하는 옷을 입고 춤을 추는 BJ 마스크걸로 활동한다. 초반의 김모미 역할은 신인 배우 이한별이 연기했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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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웹툰의 아쿠아맨 한국 표지(왼쪽)와 일본 표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픽코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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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드라마화는 웹툰 플랫폼들이 원작의 영상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IP(지식재산권)를 통한 2차 매출 활로가 활짝 열리기 때문이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웹툰·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상(2019년 6월~올 6월 기준·53개 작품) 공개 10일 전과 공개 후 10일을 비교할 때, 원작 거래액은 평균 439배, 조회수는 33배 상승했다. 드라마 제작이 이뤄지면 작가의 다른 작품도 특수를 누렸다. 넷플릭스에서 '마스크걸'이 공개된 뒤 원작 작가 매미(글)·희세(그림)의 ‘팔이피플’, ‘위대한 방옥숙’의 조회수는 각각 18배, 40배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웹툰의 드라마 제작이 이뤄지면 원천 IP의 수명도 덩덜아 길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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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이두나!'의 주인공 이두나. 사진은 이두나가 실제 앨범을 발행하는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음원인 '너에게만 들려주고 싶은 말'의 음원 커버. 툰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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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이 마구잡이로 제작되면서 그늘도 드리워지고 있다. 웹툰과 드라마의 다른 매체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원작의 인기에만 기댄 드라마가 나오면서 K드라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학과 교수는 "매체적 특성상 웹툰의 서사와 캐릭터가 드라마에 비해 약할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각색하지 않으면 알맹이 없는 콘텐츠로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야기 완성도에 대한 고민을 기반으로 작품의 질을 높여야 문화 산업으로의 경쟁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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