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시위와 파업

"구조조정인 셈"vs"해고 아닌 경쟁"…건보 콜센터 또 총파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외주 위탁업체 소속인 고객센터(콜센터) 상담사 직고용 문제를 두고 3년째 내홍을 겪고 있다. 고객센터 노조원 700여명이 최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다. 이들은 지난 1일 원주혁신도시 건보공단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코로나19 시기 단결·투쟁해 ‘소속기관 전환’이라는 성과를 이뤘지만, 공단은 여러 핑계로 소속기관 설립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노조원들이 1일 원주혁신도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 광장에서 집회를 갖고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환'을 주장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공단이 설치한 방호 펜스를 넘어 공단 내부로 진입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단은 2006년부터 민간위탁 방식으로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12개 민간업체가 공단과 2년 단위로 도급계약을 맺고 상담사들은 이 업체에 정규직으로 속해 일한다.

그러나 고객센터 노조는 그간 고용안정을 위해 공단이 상담사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2021년 이 문제로 처음 총파업을 벌였는데 당시 공단 소속 일반 직원들이 이런 직고용이 역차별이라며 릴레이 시위에 나서며 노노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당시 김용익 전 공단 이사장이 단식 카드를 들고 나오며 극적으로 사태가 진정됐다. 이후 공단과 노조가 여러 차례 협의 끝에 별도의 소속기관을 세워 상담사의 고용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최근 구체적인 전환대상과 채용절차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협의가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공단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전환하고 입사 시기에 따라 필기시험을 도입한다는 입장”이라며 “고객센터는 상담사 전원에 대한 소속기관 전환과 무시험 전원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공단은 정부의 가이드라인과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에 따라 전체 상담사(1633명)의 40%가량(약 700명)은 공개경쟁으로 채용하겠단 입장이다. 공단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2019년 2월 27일을 기준으로 이전 입사자 900명 정도는 서류와 면접 등 간단한 절차를 거쳐 제한 채용하고 이후 입사자 700명가량은 신규 응시자들과 함께 서류와 필기, 면접 등의 전형을 거치는 공개경쟁을 통해 전환 채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기준일 이전 채용자 700여명은 전환 대상이 아니지만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 절차적 정당성 등을 확보해 선발한다는 게 공단 계획이다. 또 정규직 전환 정책 취지를 고려하고 기존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 근무기간이나 경력에 따라 가점을 부여할 예정이다.

중앙일보

지난 1일 원주 건보공단 본부에서 신규 직원 채용에 지원한 지원자들이 면접을 본 뒤 쪽문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 건보공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객센터 노조는 “4년 10개월 이상 근무하는 상담사에게 공단 정규직과 같은 시험인 NCS(직업기초능력평가)를 치르라는 공단 제시안은 과도한 채용 절차인 만큼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한 소속기관 전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숙련된 상담 노동자들을 무자격자 취급하며 고용안정이 아닌 구조조정을 하려 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공단은 이에 대해 “해고하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NCS 적용은 논의된 바 없고 상담사의 경우 상담 업무 영역에 맞는 직업기초능력평가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2024년 1월1일 소속기관 설립과 전원 전환채용을 전면에 내걸면서 이런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공단 본부 앞 광장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쟁의 대책위원회 대표자 11명은 집단 단식한다.

공단은 “고객센터 노조는 정부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기준과 원칙을 무시한 채 상담사 전원 전환요구, 무시험 채용, 인센티브 폐지, 임금인상 등 무리한 요구와 일방적 주장을 해왔다”라고 지적했다.

공단은 본부 광장 내 불법 집회를 진행하고 있는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조원 400여명을 공종주거침입, 업무방해,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원주경찰서에 고소했다고 3일 밝혔다. 공단 측은 "공단 본부 건물 광장 및 주출입구 점거로 인해 방문 민원 대응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단은 불법점거 부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건보공단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사진 블라인드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단 내부적으로는 젊은 직원들 중심으로 반발이 나온다. 특히 현재 건보공단 신입사원 채용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를 두고 한 관계자는 “파업으로 길이 다 막혀 신규 면접 보는 분들은 쪽문으로 다니고 있다”라며 “한쪽은 입사시험을 봐서 들어오려고 전형을 거치는 중이고 한쪽은 무자격 전환시켜달라고 파업 중인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공단 측에 강경대응을 주문하면서 고객센터 소속기관 전환을 백지화하란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황수연·채혜선 기자 ppangshu@joon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