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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침을 흘리면서 자는 사진을 50명이 있는 ‘단톡’에 뿌렸대요.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양쪽을 상담했는데 둘이 하는 얘기가 달라요. 피해자 아이는 죽고 싶을 정도로 피해를 보았다고 느끼고, 학교를 그만둘 것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가해자 아이는 자기는 장난으로 했다는 거예요. ‘진짜 장난이었는데 걔가 상처받았대요?’ 라고 말해요.”
3일 교육부와 사이버폭력 예방 및 대응 실무협의체가 공동으로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호텔에서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예방 토론회’를 열어 소개한 학교 사이버폭력 사례다. 이날 토론회에는 전문가와 현장 교원·학생이 참여해 학교폭력과 사이버폭력에 대한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발제자로 나선 정여주 한국교원대 교육학과 교수는 최근 사이버폭력의 특징으로 ‘아는 사람에게 사이버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을 들었다. 피해자가 사이버폭력이 발생한 공간이나 그룹에서 벗어나 관계를 끊을 수 있는 경우 해결방안이 명확하지만, 최근 사이버 세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사이버폭력이 학교폭력과 결합해 피해를 키우는 사례도 많다. 정 교수가 공개한 사이버폭력 사례를 보면 ‘학교에서 눈에 보이게 따돌리면 티가 나고 담임선생님 눈치가 보이니까 학교에서는 아예 말을 안 걸고 밤늦은 시간에 페메(페이스북 메시지)로 욕을 보낸다’ ‘다른 학교와 단톡에서 사이버 패싸움을 벌이다 전화번호가 유출된 아이가 모르는 애들에게 욕이 담긴 문자를 받았다’ ‘틱톡에서 마음에 안 드는 아이에게 악플을 달았다’ 등의 언어폭력 유형이 대표적이다.
정 교수는 동의 없이 촬영한 친구의 사진을 같은 반 아이들이 한꺼번에 카카오톡 등 모바일메신저 프로필 사진으로 바꾸는 ‘폭로’, 특정 친구만 제외하고 모바일메신저 상태 메시지나 프로필 사진을 통일시키는 ‘소외’ 등의 유형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사이버폭력 피해학생은 부정적 정서가 높아져 심한 경우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이어지고, 반응적 행동들로 더 큰 문제가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며 가해학생에 대한 상담 등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발제한 신태섭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부소장은 “사이버폭력 사전감시 시스템 등 사이버폭력 맞춤형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체험형 학교폭력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생들의 사회·정서 역량을 함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조강연을 한 정재민 법무부 송무심의관은 “형사사법 규범에 비해 현재 학교폭력과 사이버폭력 개념은 다소 모호하다”며 “상당한 책임이나 학교 공식조치가 따르는 괴롭힘만을 폭력으로 규정하고 단호한 공식적 절차가 수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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