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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대통령 ‘갑질’ 지적 이틀 만에, 은행 상생금융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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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은행 향해 '종노릇', '갑질' 등 지적

D+2 하나은행 자영업자 1천억 지원 발표

은행권, 서민금융 출연 재원 확대 검토

쿠키뉴스

하나은행 본점 사옥. 하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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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갑질’ 지적 이틀 만에 은행권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발표가 나왔다.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자영업자 30만명을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 횡재세 도입부터 대통령 지적까지 은행 압박이 높아지는 가운데 은행권의 대응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3일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둔화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총 1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 대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개인사업자 30만명을 대상으로 △이자 캐시백 △서민금융 공급 확대 △에너지생활비·통신비 지원 △경영 컨설팅 지원 등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하나은행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은 윤 대통령은 물론 정치권의 ‘은행 때리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1일 “우리나라 은행은 갑질을 많이 한다”며 “그만큼 과점 상태인데 이것도 일종의 독과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은) 너무 강한 기득권층”이라며 “이런 자세로 영업을 해가지고 되겠나, 그러니까 이 체질을 좀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정치권에서는 은행을 대상으로 ‘횡재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횡재세는 특정 산업군에 과도한 이익이 발생할 때, 세금으로 이를 환수하는 제도다. 은행이 금리 인상에 의존한 과도한 이자이익을 얻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은행의 일부 이익을 세금으로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기준금리가 1%p(포인트) 이상 오른 해에 은행권 이자이익이 지난 5년 평균치의 20%를 넘기면 초과액의 10%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방식이다.

이중과세, 주주가치 훼손, 부실 대응능력 악화 등을 우려하는 은행권은 횡재세 도입까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의 지원방안 발표는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은행권의 첫 대응으로 볼 수 있다.

하나은행의 지원 대상이 소상공인·자영업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은 이번 지원이 압박 대응용이라는 설득력을 더한다. 윤 대통령은 갑질 지적에 앞서 지난달 30일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들께서는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고 말한 바 있다.

은행권 전체적으로는 초과이익 일부를 취약계층 지원 등 서민금융 재원으로 일부 출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컨대 서민금융 상품인 햇살론15와 소액생계비대출 재원 마련을 위해 은행이 출연하는 비율을 확대하는 식이다. 현재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가계대출 잔액의 0.03%를 서민금융 재원으로 출연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횡재세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올해 국감에서 횡재세 도입 요구에 “고금리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나라마다 정책내용이 다른 것은 각 장단점이 있고 그 나라 특유의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은행권에서는 당분간 은행들의 상생금융 지원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여러 발언들도 있지만 고금리로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은행들도 이러한 어려움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은행의 지원방안 중 하나인 ‘이자 캐시백’은 △코로나19로 원금상환 또는 이자상환을 유예한 차주 △제조업 영위 자영업자 △희망플러스 보증부대출 차주 △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서 차주를 대상으로 전월 납부한 이자를 다음 달 돌려주는 방식으로 지원된다. 지원 규모는 총 665억원으로 하나은행은 총 11만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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