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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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고 한삼택씨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간첩 조작’ 사건 재심개시가 필요하다며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검찰과 달리 1~3심 법원 모두 이 사건의 재심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은 지난 17일 “원심결정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춰 살펴봐도 원심 판단에는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한씨에 대한 재심 첫 공판은 다음달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8월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재심개시 결정에 재항고를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양진호 판사가 5월 내린 재심개시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한 뒤, 서울중앙지법 8-2형사부(재판장 김봉규)가 즉시항고를 기각하자 다시 불복한 것이다.
2심은 재심개시 결정에 불복한 검찰의 조치를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재판부는 “국가폭력 가해자인 국가가 증거물 관리권을 독점하고 증거로는 진실성이 의심되는 수사기록과 피고인 가족의 흩어져 가는 기억에 의존한 진술 등이 남은 현실에서 피해자에게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재심사유, 즉 수사기관의 직무 관련 범죄의 증명을 요구하는 건 재심청구권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제주의 한 중학교 서무 주임으로 근무하던 한씨는 1967년 조총련 관계자와 서신을 주고받고 교장 관사 신축비용 명목으로 63만원을 받은 혐의(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등)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로 풀려나 제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간첩’이란 낙인 속에 직장을 잃고 생계에 어려움을 겪다 1989년 사망했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월 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하고 국가에 재심을 권고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50년이 훌쩍 지난 뒤였다. 진실화해위는 한씨가 구속영장 발부 전부터 불법으로 감금돼 경찰 등으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했고 허위 자백을 강요당했다고 판단했다.
한씨 변호인인 최정규 변호사는 이날 “검찰의 무리한 항고로 50년을 기다린 유족들은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결정과 법원의 재심개시 결정에 온전히 기뻐하지 못하고 재심공판까지 반년을 더 마음 쓸어 내리며 기다려야 했다”며 “공익의 대표자 검찰은 이제라도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재심공판에서는 무리한 공소유지로 유족들의 아픈 상처를 들쑤실 것이 아니라 무죄구형을 통해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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