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5 (수)

“40년간 괜찮았다”며 원전 6개? “후쿠시마 사고도 예측 못했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S] 커버스토리

‘원전 유치 희망’ 울주군 서생면

2기 가동, 2기 공사 중…“있는 곳에 더 짓겠다는데 뭐가 걱정?”

신규건설 확정도 안됐는데 윤 정부 ‘원전 르네상스’ 정책에 들썩

원전 최고 밀집 울산…부산·경남도 영향권 “지진 안전지대 아니야”


한겨레

지난 19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 있는 새울원전 모습. 왼쪽부터 새울원전 1~4호기로, 1·2호기는 가동 중이고 3·4호기는 건설 중이다. 현재 서생면 주민들은 이곳에 2기의 원전 신규 유치를 희망하는 반면, 환경단체는 반대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다와 마주하고 있는 시골 마을은 평화로웠다. 지난 19일 찾은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은 동해안에서 맨 먼저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는 간절곶을 품은 지역이다.

이달 초까지 서생면 마을 공동체는 반쪽으로 쪼개진 상태였다. 서생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새울원전으로 가는 도로엔 원전 신규 유치를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이 내건 펼침막이 들어차 있었다. “원전산업 부흥신호탄 새울원전 5·6호기 건설하자”라는 찬성 펼침막 옆에는 “어업인은 새울원전 5·6호기 자율유치를 반대한다”라는 반대 펼침막이 내걸렸다. 하지만 다섯째·여섯째 원전 유치를 둘러싸고 격렬한 격문을 토해내던 수십개의 펼침막은 이제 모두 사라졌다.

현재 서생면엔 새울원전 1·2호기가 각각 2016년·2019년부터 가동 중이다. 문재인 정부 때 공사가 중단된 뒤 공론화 과정을 거쳐 공사를 재개한 새울원전 3호기와 4호기는 각각 2024년, 2025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원전 2개가 추가로 유치되면 이 어촌마을에 모이는 원전은 모두 6개가 된다.

주민 7600명 중 4042명 찬성 서명


이날 저녁 서생면 진하리의 한 호프집에서 만난 40대 최아무개씨에게 주민 갈등이 마무리됐는지를 물어봤다. “가관이지예. 그거 ‘쇼’ 아입니까. 이장들과 어민들이 싸우는 것처럼 보이게 한 거라카이. 요즘 애들이 말하는 거처럼 ‘어그로’(관심) 끌어서 지원금 더 받으려 한 거 아인가 싶습니다. 한마디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지예, 뭐.”

다음날 만난 임영환 서생면 이장협의회장은 “그렇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어민들이 신규원전 유치 자체를 반대한 게 아니에요. 새울 1·2·3·4호기 건설과 관련해 어업 보상이 다 끝나지 않았으니 먼저 보상을 마무리한 뒤 유치하자고 주장한 것이었죠.” 임 회장은 이어 “원전 자율유치에 어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자는 데 뜻을 같이하며 갈등을 풀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진곤 서생면 어업인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고 연락도 오지 않았다.

임 회장은 지난 5일 서생면 주민 20여명과 함께 울주군청 프레스센터에서 “신규원전 유치를 희망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서명지를 울주군에 전달했다. 서생면 주민 7600여명 가운데 4042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한겨레

지난 19일 울산 울주군 서생면 새울원전 앞 서생면 새마을협의회에서 붙인 신규원전 희망 펼침막. 이곳 이장협의회와 어업인협의회는 신규원전 유치를 놓고 의견을 달리했으나, 결국 이달 초 신규원전 유치 희망에 뜻을 모았다. 이정용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자율 신청을 한 이유에 대해 임 회장은 “바로 옆 마을(부산시 기장군)에 고리원전이 들어선 이래 서생면은 50년 가까이 원전과 함께 살아왔다. 다행히 그동안 큰 사고는 없어 안전성이 검증되고 있다”며 “원전 유치 지원금을 통한 지역 경제 살리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리 1호기(2017년 폐쇄)는 1978년부터 가동됐다. 이어 2호기는 1983년, 3호기는 1985년, 4호기는 1986년부터 가동됐다. 설계수명이 40년으로 정해진 고리 2호기는 지난 4월 가동이 정지됐지만,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수명 연장을 신청한 상황이다. 한수원은 설계수명 만료를 앞둔 고리 3·4호기 역시 수명 연장 절차를 밟고 있다.

‘탈원전’ 정책을 내건 문재인 정부 때도 2017년 10월 공론화 과정 끝에 서생면에 새울원전 3·4호기 건설이 재개됐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들 원전의 공사를 중단한 뒤 공론화위원회를 꾸리고 폐기를 논의했으나 위원회의 최종 결정은 공사 재개였다. 서생면의 면적은 36.9㎢다. 서울 강남구(39.49㎢)보다 약간 작은 어촌마을에 2025년이면 무려 원전 4개가 가동되는 것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울주군의 한 공무원은 “그동안 원전 건설 등 국책사업이 주민 의견을 무시한 채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며 “이렇게 강행하는 국책사업을 지켜본 주민들 사이에서 어차피 진행될 거라면 오히려 찬성해 인센티브라도 챙기자는 여론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자율 유치’ 땐 특별지원금 0.5% 더


원전 유치를 놓고 서생면이 들썩거렸지만 정작 원전 추가 건설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 ‘원전 르네상스’ 정책을 앞세운 윤석열 정부가 신규원전 건설 의지를 밝힌 것만으로 서생면 주민들이 신규 유치에 나선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년부터 2038년까지 전력 수요와 공급 계획을 제시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만들고 있다. 신규원전 건설을 위해선 ‘전기본’에 먼저 반영돼야 한다. ‘전기본’은 향후 15년간 전력 설비 확충 계획의 밑그림으로 2년마다 마련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2025년 초에 수립될 ‘11차 전기본’은 신규원전 건설 논의를 앞당기기 위해 내년 7월로 일정이 당겨졌다. 이원주 산업부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11차 전기본’ 수립 절차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취임식을 생략하고 새울원전을 찾는 것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 20일 오후 서생면주민협의회 건물 2층. 이곳에서 만난 손복락 서생면주민협의회장 역시 신규원전 유치에 기대감을 보였다. “이런저런 언론 보도나 마을 주민들의 얘기를 접하다 보면, 현 정부는 새 원전을 짓는 데 적극적인 것 같습니다. 사실 서생면은 부산과 울산에 ‘낑겨’(끼어) 있어 제대로 지역 발전을 못 해 왔어요. 신규원전이 건설되면 일자리도 생기고, 젊은이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죠. 그렇게 사람이 드나들면 식당 같은 자영업에도 좋은 거고.”

신규원전이 들어설 경우,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따라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특별지원금과 일반지원금을 받는다. 특별지원금은 원전이 들어서는 지자체에 지원하는 일회성 지원금이다. 일반지원금은 전기 발전량을 기준으로 책정되며, 가동 기간 60년 동안 매년 지원한다. 특별지원금은 원전 건설비의 1.5%다. 여기에 원전을 자율적으로 유치할 때는 건설비의 최대 0.5%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일반지원금의 70%는 원전 반경 5㎞ 이내인 서생면과 온양읍에 돌아간다.

앞서 자율적으로 유치된 새울 3·4호기에 책정된 특별지원금은 1182억원이다. 이 지원금은 에너지융합산업단지, 울주해양레포츠센터, 간절곶 드라마세트장 건설에 쓰였다. 이와는 별개로 주민에게 1500억원의 상생협력금이 지급됐다. 서생면 주민협의회를 통해 집행되고 있는 이 상생협력금은 목욕탕 건립사업과 노인장기요양지원 사업 등에 쓰였다.

한겨레

지난 19일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리항에서 본 새울원전 모습. 왼쪽부터 차례로 새울원전 1~4호기로, 1·2호기는 가동 중이고 3·4호기는 건설 중이다. 이정용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원전 위험성을 각성시킨 계기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였다. 이에 대한 이곳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 20일 서생면 신암경로당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나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서명을 해줬다. 주민들 100%가 찬성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환경단체들이 ‘환경’, ‘환경’ 하는데, 우리는 원전이 있는 곳에서 40년 넘게 살아왔어. 없는 것도 아니고 2개 더 짓겠다는데 걱정은 무슨 걱정. 우리가 괜찮다는데, 왜 따지는지 모르겠네.” 서생면과 인접한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의 존재를 감안하면 서생면 노인에게 원전은 ‘40년 넘게 아무 일도 없었던 발전소’다.

서생면주민센터 옆에 있는 새울원전 환경감시센터를 찾았다. 이 센터는 원전 주변 지역의 환경 및 방사선 안전 등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울주군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원전민간환경 감시위원회와 방사선 자료를 측정·분석하는 감시센터로 이뤄져 있다. 최영훈 센터장은 “센터는 주기적으로 식수·지하수·흙·어류·해조류 등을 채취해 방사성 물질과 주민의 방사선량을 측정해 주민에게 공개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탈핵울산행동)은 “최고 기술 수준이라고 평가받는 일본에서 일어난 게 후쿠시마 원전 사태”라며 원전 추가 건설에 강하게 반대한다. 탈핵울산행동은 지난 5일 서생면 주민의 기자회견 뒤 곧바로 성명서를 내고 “한국수력원자력 등 핵마피아 세력과 윤석열 정부의 산업부가 ‘11차 전기본’에 신규핵발전소 건설을 포함하기 위해 주민을 ‘명분 쌓기용’으로 내세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산업부가 ‘11차 전기본’에 신규 건설을 포함하지 말 것과 울주군이 공개적으로 신규핵발전소 자율유치 반대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울주군에 의견을 물었으나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주민 박아무개씨는 “울주군엔 6개의 읍과 6개의 면이 있다. 울주군으로선 원전 건설에 따르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내심 반기겠지만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읍과 면에선 신규원전 유치에 냉랭한 분위기”라며 “지자체 선거를 생각해야 하는 울주군수 역시 대놓고 찬성하기 힘들 거다. 울주군이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S 뉴스레터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뉴스레터’를 쳐보세요.

☞한겨레신문 정기구독. 검색창에 ‘한겨레 하니누리’를 쳐보세요.

동남권 활성단층 14개


탈핵울산행동은 5·6호기 원전 추가 건설을 위해선 ‘방사선 비행계획구역’에 포함되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시민들의 의견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이란 원전에서 방사선 노출 사고가 일어났을 때 피해 거리를 예측해 미리 대피소나 방호 물품, 대피로를 준비해야 하는 지역을 말한다. 미국은 원전에서 반경 16㎞, 벨기에·독일·헝가리 등 유럽 국가는 20~30㎞, 일본은 30㎞까지 설정해 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20~30㎞다.

고리·새울 원전의 ‘방사선 비상계획구역’(30㎞ 기준)을 보면, 부산의 9개구(금정·해운대·수영·연제·동래·남·동·북·부산진)와 1개군(기장)이 포함돼 있다. 인구로는 235만명이다. 경남은 양산시(35만명)가 포함된다. 110만명 울산은 모든 지역이 포함된다. 울산은 월성·신월성 원전의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이기도 하다. 복수의 원전단지 영향권에 있는 셈이다. 울산 전 지역과 경주시(24만명), 포항시(49만명) 지역 인구를 합하면 453만명에 이른다. 후쿠시마 원전 30㎞ 반경에 살던 주민은 20만명이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원자핵공학 박사)은 “고리·새울 원전과 월성·신월성 원전에만 10여개의 핵발전소가 있고, 원전 반경 30㎞ 이내에 수백만명이 사는 인구 밀집 지역은 세계적으로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원전 사고 영향 평가를 해보면, 고리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 인구 밀집 지역인 울산에서 시민 대피 시간이 약 33.1~37.2시간으로 매우 길게 나타난다”며 “이는 시민의 안전과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원전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수십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번의 징후가 나타나는 ‘하인리히 법칙’이 원전 사고에서도 소환되는 이유다. 2020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에 기록된 자료 조사를 보면, 1978년부터 2020년 9월11일까지 42년(약 504개월) 동안 원전에서 일어난 ‘사고·고장’은 모두 760건이었다. 한달에 한번 이상 문제가 생긴 셈이다. 원전별로는 고리원전의 사고·고장이 313건(41.2%)으로 가장 많았다. 한 소장은 “고리 2호기에서 중대사고 발생 시 1주일 안에 죽음에 이르는 조기 사망자가 약 9.22명에서 최대 165명(부산 96명, 울산 69명) 발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일본 후쿠시마는 동일본 대지진 이전에는 큰 지진이 없는 곳으로 알려진 지역이었다. 그래서 쓰나미는 아예 고려하지 않았는데 규모 9.0의 거대 지진과 쓰나미가 와서 후쿠시마 원전 대참사를 초래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고리 1호기를 건설할 당시 양산지진대층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고리와 월성원전 일대는 활성단층도 다수 분포하기 때문에 지진 위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짚었다.

지난 1월 공개된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한반도 단층구조선의 조사 및 평가기술 개발’ 1단계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동남권엔 활성단층이 14개가 존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활성단층이 곧바로 지진 위협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과거에 지각 변동이 있었다는 의미인 만큼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이번 연구는 2016년 울산과 경주 지진이 계기가 됐다. 이 일대에서 규모 5.1과 5.8의 고강도 지진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활성단층 분석에 나선 것이다.

1965년 미국의 클리퍼드 벡 박사는 21년 동안 미국 원전 246기의 원자로 및 원전 사고 기록을 분석한 뒤 ‘벡의 법칙’을 정리했다. 원전에선 △상상할 수 있는 사고는 일어날 수 있으며 △사고가 났을 때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시기·원인·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이다. 김 교수는 “여기서 ‘상상할 수 있는 사고’란 원전에서 생각할 수 있는 최대 사고를 말한다”고 했다.

바다 마을은 조만간 ‘원전 르네상스’와 ‘탈원전’이 충돌하는 ‘진앙’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0월의 바다 마을 풍경은 너무나 평화로워 보였다.

울산/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임영환 서생면 이장협의회장 인터뷰

“이장들이 직접 주민서명 받아”



한겨레

임영환 서생면 이장협의회장이 지난 20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의 한 주택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정혁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신규원전 유치는 꼭 필요합니다.”

지난 20일 만난 임영환 서생면 이장협의회장은 이렇게 말하며 신규원전 유치에 강한 뜻을 드러냈다. 임 회장은 마을 주민대표 20여명과 함께 지난 5일 ‘새울원전 5·6호기 유치 희망’ 기자회견을 열고 신규원전에 찬성하는 주민 4042명의 서명지를 울주군에 전달했다.

―신규원전을 유치하려는 이유는?

“이곳은 도시와 달리 일자리가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젊은이들도 일자리를 찾아 도시를 떠난다. 신규원전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게 마을 주민들의 전체적인 의견이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현 정부가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것으로 보인다는 언론 보도가 많이 나왔다. 이를 본 마을 주민들이 선제적으로 원전 유치를 요청하자며 뜻을 모은 것이다.”

―지원금도 중요한 요인인가?

“그렇다. 지원금은 주민협의회를 통해 집행되는데 복지관 같은 복지 시설을 건설하는 데 쓰이기도 하고, 산업단지를 만들거나 농기계를 살 때 지원해주기도 한다.”

―주민 의견은 어떻게 모았나?

“서생면에는 19살 이상 주민이 7600명가량 된다. 이장들이 직접 찾아가 4042명에게 자율유치 서명을 받았다. 서명하지 않은 사람은 주민등록만 여기에 있고 이곳에 살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곳에 사는 거의 모든 주민이 찬성했다고 보면 된다.”

―환경단체에선 안전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서생면은 고리원전 바로 옆 동네다. 우리 마을 주민은 50년 가까이 원전과 함께 살고 있다. 과거엔 정부가 제대로 원전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감추려고만 해 불신도 높았다. 최근엔 원전 정보도 많이 공개되고 있어 원자력 안전에 대한 주민 신뢰가 높아졌다. 많은 주민은 원전을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

울주/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이현숙 울산환경운동연합 대표 인터뷰

“노후 원전 폐기가 먼저”



한겨레

이현숙 울산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가 지난 18일 울산시 중구 성남동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원전을 새로 짓는 게 먼저가 아니라, 오래된 원전을 먼저 폐기하는 게 먼저입니다.”

지난 18일 울산에서 만난 이현숙 울산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공동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탈핵울산행동은 울산지역 57개 시민단체가 모인 연합 단체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결성됐다.

―서생면 주민들이 신규원전 유치를 요구하고 있다.

“신규원전 유치는 원전 인접 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에만 5개, 울산에는 2개, 경주시에도 5개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이들 원전 반경 30㎞ 안에는 500만명 가까운 주민이 살고 있다. 오래된 원전을 폐기하는 게 먼저다.”

―주민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런 요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주민 삶이 더 나아진다고 할 수 없다. 원전 지역 주민은 폐암과 혈액암 등 암 발병률이 높다. 원전이 가까울수록, 원전에서 오래 살수록, 더욱 그렇다.”

―‘탈원전’을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 때도 새울원전 3·4호기가 건설됐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 마피아 세력들이 그때까지 1조원이 넘는 공사비가 투입된데다가 ‘노후 원전은 세우고 신규원전 건설하자’는 논리로 여론을 몰고 나갔다고 본다.”

―한 경제지가 ‘울주 주민의 원전 유치 노력에 외부 세력 차단해야 한다’는 사설을 썼다.

“‘외부 세력’ 운운하기에 앞서 공동체 정신을 찾아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만약 사고가 나면, 동남권 일대 주민 수백만명이 대피를 해야 한다. 대규모 주민이 대피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게다가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은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 소비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이 경우엔 엄청난 경제적인 문제가 생긴다.”

울산/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후원하기]
▶▶지구를 위해! [겨리와 함께 줍깅] 신청▶▶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