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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이태원 참사

"세월호 희생자에 가해진 혐오 표현, 이태원 참사에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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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공직자 막말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혐오의 시대"

인권위 토론회…"혐오표현 실태 조사하고 명예훼손 가중처벌"

연합뉴스

혐오차별 대응 방안 모색 토론회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는 4·16재단,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및 시민대책회의, 더불어민주당 권인숙·정의당 강은미·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공동으로 2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혐오차별 대응 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2023.10.27 key@yna.cop.kr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재현이는 (이태원 참사 때부터 숨지기 전까지 기간인) 43일간 죄책감에 힘겨워했는데, 공직자와 정치인들의 막말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왔습니다. 희생자를 향한 허위사실과 2차 가해성 발언은 온라인상에서 멈추지 않고 확대 유통됐습니다."(참사 트라우마로 숨진 고 이재현 군 어머니 송해진씨)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4·16재단,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및 시민대책회의, 더불어민주당 권인숙·정의당 강은미·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공동으로 2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혐오차별 대응 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조인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와 김언경 미디어연구소 뭉클 소장 등 발표자들은 세월호 참사 유족에 대해 서슴없이 가해졌던 혐오 표현이 이번 이태원 참사 유족과 생존자들에게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지금을)'혐오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세월호 때도 2차 가해 문제가 지적됐는데 혐오 표현이 여전히 이태원 참사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현재 혐오 표현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가 전혀 없고, 이태원 참사에서도 혐오 표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유가족이나 생존자분들이 (혐오) 댓글을 캡처해서 보내주시거나 커뮤니티 혐오 표현을 정리해서 보내주는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김 소장도 참사 1주기가 다 되도록 혐오 표현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짚으며 "혐오 표현 실태를 대중에게 알리고 이를 바탕으로 재난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 혐오 표현을 포함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재난안전법에 혐오 표현 금지 위반에 관한 벌칙조항을 신설해 모욕죄를 신설하거나 재난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표현을 가중처벌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골목에 걸린 희생자 추모하는 별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26일 서울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참사 1주기를 맞아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에 의해 공개되었다. 사고 골목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별이 걸려 있다. 2023.10.26 jjaeck9@yna.co.kr



토론회 참석자들은 정치인, 공직자와 이들의 발언을 퍼 나른 매체들이 혐오 표현 발화에 앞장서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재현 군의 어머니 송해진씨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경찰 인력을 더 배치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발언,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 군의 죽음을 언급하며 '본인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 생각이 강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혐오 표현의 범주에 넣었다.

김언경 소장은 한 총리 발언을 두고 "공직자가 이렇게 말을 했을 때 그 말을 듣고 또 다른 사람이 (혐오) 선동 효과를 느낄 수 있다"며 "2차 가해성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송 씨는 또 "집권여당의 당 대표와 정책위원회 의장은 공개적으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활동이 '북한의 지령'이라는 주장을 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고, 유족을 향해 막말을 했던 김미나 창원시의원은 1심에서 선고유예를 받았다"며 "우리 사회는 재난피해자를 향한 인권 침해에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소리높였다.

용혜인 의원은 "참사 이후 1년이 지난 지금에도, 재난 피해자 혐오표현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이 부재한 현실에 깊은 유감을 느낀다"며 "'2차 가해는 장관, 총리, 국회의원들의 말이었다'는 참사 생존자의 말을 아프게 새긴다. 정치가 참사 피해자를 보호하는 제 역할을 하도록, 정치인의 혐오표현을 강하게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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