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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줄어든 만큼 예식장 사라졌다
김경진 기자 |
한해 출생아 수가 40만명 밑으로 떨어진 건 2017년이다. 40만명대에서 등락하면서 조금씩 우하향하던 출생아 수는 2016년부터 큰 감소 폭을 보이더니 이후로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다. 2017년 35만7771명이었던 출생아 수는 지난해 24만9186명으로 줄었다. 30만명의 벽은 2020년(27만2337명) 일찌감치 깼다. 2017년생은 올해로 6세,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진학한다.
출산 감소 전에 나타난 건 혼인 감소다. 27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국의 예식장은 742곳으로, 2018년 같은 달(1014곳)부터 꾸준히 감소했다. 5년 새 26.8%(272곳)가 문 닫았다. 지난해 19만1690쌍이 결혼해 2018년(25만7622건)보다 25.6% 줄었다. 폐업한 결혼식장의 비율과 비슷한 감소율이다. 수요가 줄어든 만큼 공급인 예식장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폐업에 이르렀다는 풀이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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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산후조리원·어린이집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산후조리원은 469곳(6월 기준)이 운영되고 있다. 2018년 전국 548곳 있었는데 5년 새 14.4%(79곳) 줄었다. 이 기간 산후조리원 이용률이 증가해 예식장과 비교하면 생존율이 높긴 하지만 저출산 충격을 피해가진 못 했다. 전체 229개 시군구 중 100곳엔 산후조리원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김경진 기자 |
그다음 충격이 닥친 건 어린이집·유치원 등 유아 보육시설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영업 중인 어린이집은 3만923곳이다. 2018년(3만9171곳)보다 21.1%(8248곳) 줄었다. 강원 원주에서 30년째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60대 A씨는 6년 전 120명이었던 원생이 5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버스 운전기사·교사 등 21명이었던 직원을 10명으로 줄였다. 그는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 원생 모집에 힘들이는 게 일상이 됐다. 문제는 애들 자체가 없다는 것이라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은 폐업 시 토지·건물 등 재산이 모두 국가나 지자체에 귀속된다. A씨는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업하고 있지만 주변엔 폐원 신고 없이 휴원 중인 어린이집이 여럿”이라고 말했다. 통계엔 잡히지 않는 사실상 폐원 상태의 어린이집까지 포함하면 실제 어린이집의 감소율이 더 높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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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산 충격, 사회로 닥친다
김영옥 기자 |
2017년 이전부터 저출산 흐름이 있던 만큼 이로 인해 경제가 쪼그라드는 현상은 진행형이다. 지난 7월 전국 PC방은 7949곳, 노래방은 2만6799곳이 운영 중이었다. 각각 2018년보다 23.9%, 15.3% 줄었다. 2017년생이 중학교에 진학할 때쯤 되면 코로나19 이상의 충격이 닥칠 수 있다. 서울 관악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모(43)씨는 “상권에 따라 다르겠지만 코로나19가 아니어도 PC방 상당수는 문을 닫았을 것”이라며 “교복 입은 학생이 줄어드는 게 하루하루 느껴진다”고 말했다.
예식장·산후조리원·어린이집은 시작일 뿐이다. 초저출산 충격은 초등학교에서 대학교, 군 병력, 회사로 점차 세력을 넓힐 예정이다. 최슬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중소도시부터 대학이 사라질 것이고, 그러면 인근 상권과 지방 전체 인프라가 무너지기 시작한다”며 “군 병력이나 노동력 문제도 점차 커질 것이다. 단순히 인구가 적다고 문제가 아니라 감소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정말 힘든 상황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7일 오후 6시 강원 화천군 사내면의 한 PC방. 살아남은 3곳의 PC방 중 한 곳이지만, 2층만 운영하고 3층은 불을 껐다. 정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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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안 보이는 출산율 하락
추락하는 출산율의 바닥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8월 출생아는 1년 전과 비교해 12.8% 감소하면서 같은 달 기준 역대 두 번째 감소율을 기록했다. 합계출산율 0.79명으로 역대 최저이자 전 세계 유례없는 수준을 기록한 지난해보다 올해 출산율이 더 낮을 것이라는 우려는 사실상 현실로 다가왔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미뤘던 출산까지 더해진 것일 텐데 이 정도라는 건 하방 압력이 무척 강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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