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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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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경찰, ‘교사 사건 소환조사 자제’ 불채택···법무부·대검과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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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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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학생 지도 사건을 수사할 때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소환 조사를 자제하고 비대면 조사를 활성화해달라는 시민의 제안에 “불채택(중장기 검토 필요)” 의견을 제시했다. 학생 지도 사건 수사시 불필요한 소환 조사를 자제하라고 주문한 법무부·대검찰청과 엇박자를 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은 지난 25일 “학생 지도 등 관련 사건에서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서면 조사 등 비대면 조사를 활성화해달라”는 ‘국민제안’에 “불채택(중장기검토 필요)한다”고 국민신문고를 통해 답변했다.

경찰청은 답변에서 “통상 경찰 조사는 ‘범죄수사규칙’에 따라 경찰관서 사무실 또는 조사실에서 해야 하며, 부득이한 사유로 그 이외의 장소에서 하는 경우에는 소속 경찰관서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서 “부득이한 사유 판단 여부에 대해서는 개별 사안별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최근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까지 위축시키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대해 정당한 교권 행사를 법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수사시 교육 당국의 의견 청취를 규정한 법안 등이 마련된 만큼, 추후 법안 등 개정사항에 따라 경찰 수사 단계에서도 출석 조사 필요성에 대해 신중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경찰청의 답변은 법무부·대검의 조치와 대비된다. 법무부의 지시를 받은 대검은 지난달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수업권 등 보호를 위해 학생 지도 관련 사건에서 불필요한 소환 조사를 자제하는 대신 전화, 이메일 등 비대면・서면 조사를 적극 활용하라”는 지침을 일선 검찰청에 하달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 지도 사건은 경찰이 맡는 터라 경찰이 소환 조사 자제에 동조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신문고에 제안 글을 올린 최정규 변호사는 27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도 문제지만 수사기관의 불필요한 소환조사 관행도 정당한 교육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중대한 아동학대가 확인된 경우, 대질신문의 필요가 있는 경우 등으로 소환조사를 엄격히 제한하고, 원칙적으로 비대면 조사가 진행되도록 지침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법령 개정 등에 따른 중장기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일 뿐 경찰청은 법무부·대검과 동일한 입장”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달 관계기관과 교육감 의견을 의무적으로 참고해 조사·수사를 실시하도록 합의했다”며 “교원·목격자 대상 수사 시 진술 중복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교육청에 풍부한 진술을 확보하고 판단 근거의 구체적 기재를 당부해 불필요한 소환 조사를 막고자 했다”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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