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이날 코스피는 2.71% 폭락한 2,299.08로 마감했다. 원화값은 10.3원 내린 달러당 1,3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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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한파에 26일 10개월여 만에 코스피 2300선이 무너졌다. 2400선이 깨진 지 4거래일 만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선 이날 하루 63조원이 사라졌다. 미 국채 ‘쇼크’와 되살아난 수퍼달러(달러 강세)에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영향이다. 여기에 중동 전쟁의 확산 우려와 부진한 국내 기업의 실적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71% 급락한 2299.08로 거래를 마쳤다. 2300선이 깨진 것은 지난 1월 6일(2289.97)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하락 속도도 빠르다. 올해 최대 하락 폭(2.71%)으로 수직 낙하하며 2400선이 무너진 지 4거래일 만에 23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코스피 하락을 이끈 것은 외국인 투자자의 ‘팔자’(4779억원) 행진이었다. 개인(3208억원)과 기관투자자(1106억원)가 4314억원어치 순매수에 나섰지만,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신재민 기자 |
코스닥의 낙폭은 더 컸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3.5% 폭락한 743.86으로 마감했다. 수급이 악화하며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의 시가총액(시총)은 하루 만에 63조5615억원이 증발했다.
시총 상위 종목 중 2차전지 관련 기업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코스피에선 포스코퓨처엠(-8.94%)과 LG화학(-6.99%), 포스코홀딩스(-5.39%)등이 5% 이상 급락했다. 코스닥에선 에코프로가 10% 폭락해 62만원선으로 주저앉았다.
국내 증시뿐 아니라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대부분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2.14% 하락했다. 대만 가권지수(-1.74%)와 홍콩 항셍지수(-0.24%)도 하락 마감했다.
아시아 주식 시장이 요동친 건 미국발 악재가 겹치면서다. 미국 증시와 채권값이 동시에 하락하고, 수퍼달러가 되살아나며 글로벌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아시아 증시에 가장 큰 부담이 된 건 다시 ‘5%’를 향해 고개를 든 미국 국채 금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0.135%포인트 오른 연 4.961%를 나타냈다. 30년물 국채 금리는 같은 기간 0.13%포인트 상승한 연 5.093%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가 다시 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미국 경제가 탄탄하다는 ‘성적표’가 이어지자 시장은 ‘고금리 시대’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날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9월 신규 주택판매 건수는 75만9000건으로 나타났다. 8월(67만6000건)보다 늘었을 뿐 아니라 시장 예상치(약 68만 건)를 크게 웃돌았다.
고금리 공포와 기술주 부진에 뉴욕 증시는 휘청였다. 25일(현지시간) 뉴욕거래소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날보다 1.43% 내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43% 급락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3분기 실적발표에 투자자가 실망한 영향이 크다. 알파벳의 3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늘었지만, IT기업의 핵심 투자 분야인 클라우드 성과(84억1000만 달러)가 시장 예상치(86억40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이 커진 것이다. 이날 나스닥 시장에서 알파벳 주가는 9.51% 폭락했고, 시총은 하루 만에 1600억 달러(약 217조원) 사라졌다.
신재민 기자 |
되살아난 수퍼 달러도 아시아 증시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달러 강세로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외국인 투자자가 증시를 떠날 수 있어서다. WSJ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년=100_는 106.53을 나타냈다. 연초(103.49)와 비교하면 상승세가 눈에 띈다.
달러 강세에 원화가치도 단숨에 달러당 1360원 선에 진입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보다 10.3원 하락한(환율 상승) 달러당 136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화가치가 달러당 1360원 선으로 미끄러진 것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일(달러당 1363.5원) 이후 22일 만이다.
수퍼 달러에 일본 엔화도 ‘1달러=150엔’대로 미끄러졌다. 26일 오후 3시 기준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50.44엔에 거래됐다. 연중 최저치이자 1년여 만에 가장 낮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고금리와 기술주의 부진이 원화 약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며 “원화값은 단기적으로 달러당 1380원 선까지 밀려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발 악재뿐이 아니다. 중동 전쟁의 확전 우려는 유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12월물)은 전날보다 1.97% 뛴 배럴당 85.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 만에 상승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2.34% 상승한 배럴당 90.13달러에 거래됐다.
상당수 증시 전문가는 미 국채 금리가 안정될 때까지 한국 증시의 변동성은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외 악재가 산적한 데다 시장 흐름을 반전시킬 뚜렷한 ‘호재’가 없어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발 악재뿐 아니라 중동 전쟁의 확산 우려 등 온갖 대외 악재가 쌓였다”며 “여기에 국내 기업의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보다 부진해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주가 하락 폭이 컸다”고 말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치솟는 미 국채 금리가 안정될 때까지 한동안 증시가 조정받을 수 있다”며 “(미 국채 금리 향방을 결정할) 오는 31일~11월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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