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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이태원 참사

이태원 참사 1년 만에 만들어진 ‘기억과 안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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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사흘 앞둔 26일 서울 이태원역 인근 현장에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 공개됐다. 이날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설치물을 어루만지며 생각에 잠겨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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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참사 기억과 안전의 길’

26일 오전 11시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1주기를 사흘 앞두고 골목 앞에 세워진 표지목을 보고 눈시울을 붉혔다. 무릎을 꿇은 이 위원장은 표지목 위에 꽃다발을 올린 뒤 말했다.

“이곳은 유가족에게 너무나 힘들고 아픈 공간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웃는 모습과 즐겁게 길을 걷는 모습, 그리고 여기 이 자리에서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들이 다 이 현장에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 왜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희생을 당했는가 고민하고 생각하고, 앞으로 한국의 안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주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일어난 지 약 1년 만에 참사 현장에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 조성됐다. 이 추모공간은 유가족, 시민대책회의의 요청에 따라 용산구청 참사대책 추진단이 설치했고, 시민대책회의가 운영을 맡았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서울 중구 이태원동 참사가 일어난 골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1번 출구가 참사 현장이라는 슬픔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안전의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은 미완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분들이 이곳을 기억하고 슬퍼하고 함께 해줄 때, 희생자의 명예를 온전히 바로세우고 진상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료 시민들의 관심과 연대를 호소했다.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은 이태원역 1번 출구 옆 표지목부터 시작된다. 표지목에서 골목길로 들어서면 ‘우리에겐 아직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습니다’는 문구가 바닥에 새겨져 있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 3개의 디지털 안내판이 있다. 첫번째 안내판에는 14개 국어로 ‘부디, 그날 밤을 기억하는 모두의 오늘이 안녕하기를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두번째, 세번째 안내판에는 이태원 주민인 황예지 작가의 작품 <너의 의미>와 <하나 둘 모여 나타난 길>이 각각 걸려 있다. 다음주 중 두번째 안내판에는 시민들의 포스트잇 메시지가 게시될 예정이다. 골목길 끝엔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라는 글이 바닥에 새겨져 있다.

경향신문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등이 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 기자회견’에서 추모 조형물을 공개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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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예술감독을 맡은 권은비 작가는 “밤이 되면 표지목, 안내판, 바닥 조명에서 따뜻한 빛이 나와 길을 감싸도록 디자인됐다”며 “참사 뒤 이태원에 오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희생자를 기억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대책회의 피해자권리위원회의 자캐오 성공회 신부는 이태원 상인들에게 “당신들의 죄가 아니라 일상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시스템과 정부에 항의하고 있는 것”이라며 “핼러윈의 다양성과 개방성이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박이현 이태원역 1번 출구 기록보존 활동가는 “국가가 내버려둔 공간에서 시민들은 애도의 정치를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박 활동가는 “추모와 애도에 동참하기 위해 시민들은 2만점이 넘는 조화를 비롯해 십수만장의 추모 포스트잇을 남겨줬다”면서 “이를 보존하기 위해 정부기관들은 거의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참사가 일어난 이곳에서부터) 서로 아픔을 나누고 위로를 건네며 안전사회를 위한 기틀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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