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다 마사히로 교수. 사진 한반도미래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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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이 불안정한 남성은 한국에서 결혼하기 어렵나요? 아니면 내가 벌테니 남성 수입은 상관 없다고 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나요?”
가족사회학 석학인 야마다 마사히로 일본 주오대학 문학부 교수가 24일 “일본의 저출산 대책은 실패했다”며 한국에 던진 질문이다. 야마다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주관 ‘소멸하고 있는 일본, 빠르게 추월하는 대한민국’ 세미나에 연사로 섰다. 그는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경제적 독립을 이루지 못한 채 부모에게 기대 사는 미혼자)’ ‘콘카츠(婚活·결혼 활동)’라는 용어를 만들어 일본에서 주목받은 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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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인구 석학 “불편한 금기 깨야 저출산 해결”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 사진 한반도미래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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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일본 저출산 문제에 ‘불편한 진실’이 있다고 했다. “수입이 불안정한 남성은 결혼 상대자로 선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내용을 말하기 어려워하는 금기를 깨야 한다. 해결하지 않으면 저출산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야마다 교수에 따르면 일본 청년의 4분의 3 정도는 결혼해 평균적으로 아이 2명을 낳는다. 반면 나머지 4분의 1에 해당하는 미혼 청년은 사실상 아이를 낳지 않는다. 이런 구조에 따라 일본의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자녀 수)은 1.2명에서 1.5명 사이를 오간다. 이는 50년 전인 1973년(2.14명)과 비교했을 때 크게 떨어진 수치다.
1975년부터 꾸준히 상승 중인 일본의 미혼율(2020년 기준)은 남성 51.9%, 여성 38.5%에 이른다. 한국에서 ‘캥거루족’으로 통하는 일본의 패러사이트 싱글의 증가가 저출산 원인으로 꼽히는 이유다. 야마다 교수는 “결혼하지 않으면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건 서양과 가장 큰 차이”라며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남성은 결혼 상대로 (여성에게서) 선택이 안 된다. 이런 문제가 일본에서 30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체 ‘4분의 1’에 해당하는 미혼 청년이 경제적으로 안정돼야 한다는 게 야마다 교수의 주장이다. 2021년 일본 미혼자의 결혼 의향을 조사했더니 남녀 모두 80% 정도가 결혼을 희망했다. 야마다 교수는 “젊은 사람들은 독신 때보다 결혼 후 생활이 좋아지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생활 수준이 전보다 더 떨어지면 결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일본과 달리 종신고용제가 없어 젊은이들이 평생직장을 다닐 수 없다는 불안감이 일본보다 높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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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의식도 저출산 원인”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 사진 한반도미래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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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 교수는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 부모가 가지고 있는 ‘체면 의식’도 저출산 원인으로 짚었다. “자녀를 힘든 환경에서 자라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의식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것이다. 그는 “서구 국가는 육아 수고를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로 여기지만 일본은 자녀가 미래에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 감정이 굉장히 강하다”며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서양식 저출산 대책이 일본에서 통하지 않은 원인”이라고 말했다. 야마다 교수는 “빠른 경제 성장을 겪은 한국도 부모들의 체면 의식이 매우 강하지 않느냐”며 비슷한 상황이라고 봤다.
야마다 교수는 이날 세미나 전 언론과 만나 “한국 상황을 정확히 모르지만, 금기가 있다면 원인 파악을 못 하게 만드는 방해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한국의 금기는 과도한 교육비다. 야마다 교수는 “자녀 교육비를 많이 쓰지 말라는 식으로 정책을 펴선 안 된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30년 전 일본의 모습을 닮았다는 한국에 야마다 교수가 조언했다.
“대도시 도쿄에서만 효과가 있던 일본 저출산 정책은 대실패입니다. 한국은 (일본보다) 저출산 문제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고 고령화율이 10%대니까 충분히 반전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 ‘골든 타임’이고, 이걸 놓치면 (일본처럼) 힘들 것입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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