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보고서 및 피의자 신문 조서.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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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당시 적시에 대응하지 못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류미진 총경(당시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이 수사 과정에서 “부하 직원이 보고해주지 않아 참사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답변으로 일관하자 수사관이 류 총경에 “근무 태도가 부끄럽지 않나”라고 추궁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류 총경의 수사기록을 보면, 류 총경은 참사 당시 서울청 5층 112상황실이 아닌 10층 자신의 집무실에서 근무했다. 오전 8시50분쯤 당직자들에게 교양을 진행한 뒤, 오후 11시45분쯤까지 한 번도 상황실에 방문하지 않았다. 오후11시39분 상황실 직원의 전화를 받고 참사를 처음 인지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수사관이 ‘이런 근무 태도가 문제가 없냐’는 취지로 묻자 류 총경은 “그렇게 해온 것이 상황관리관 역할이었다. 1년 동안 근무하면서 보고받은 것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수사관은 “상황관리관으로서 근무 태도나 자세가 부끄럽지 않냐”고 되물었다.
류 총경은 집무실에 있어도 상황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류 총경은 “5층 상황실에 있든 10층 사무실에 있든 보고받고 조처를 하는데 차이가 없다”며 “나뿐 아니라 다른 상황관리관들도 그렇게 해왔다”고 했다.
수사관이 ‘5층 상황실에 있었다면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지 않았겠냐’고 묻자 “상황관리관 자리에서는 긴급 공청(공동청취)이 들리지도 않고 상황팀장이 보고해주지 않으면 (공청 내용을) 알 수도 없다”고 했다. 또 “상황관리관 자리에 112신고를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며 “관리감독은 시스템이 갖춰져 있을 때 하는 것이지 시스템이 없는데 어떻게 확인할 수 있겠냐”고 했다.
‘왜 112 무전을 청취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류 총경은 “112무전을 청취하라는 규정이나 지침이나 지시가 없었다. 상황관리관에게는 무전기도 지급해주지 않고 들을 의무도 없다”며 “무전 채널을 바꾸는 방법을 모르고 어떻게 듣는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류 총경은 “사무실에서 즉응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상황팀장이 보고만 해줬으면 조치가 됐을 텐데 보고가 없었던 것이 아쉽다”고 했다. “부하 직원이 보고를 안 해 (참사를) 몰랐다”는 답변만 스무 번이 넘었다. 수사관이 “모든 것이 부하직원들 잘못이라는 말이냐”고 묻자 류 총경은 “실무자가 아닌 이상 실무적인 것을 어떻게 하나하나 다 알겠나”라고 했다.
박규석 당시 서울청 112종합상황실장도 류 총경의 업무태도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지난해 12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참고인 조사에서 “상황관리관은 상황실장이 부재중일 때 상황실장의 업무를 대행하는 개념”이라며 “모든 기능을 장악, 통합 지휘해 서울청장에게 보고하는 등의 권한을 행사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상황관리관은 모든 상황을 총괄해 미진한 것은 보완하도록 하고 확인하는 사람으로, 단순히 보고받고 판단하고 조치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 실장은 상황관리관 이석 근무가 관행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관례라 보기 어렵다. 상황관리관들도 어떤 신고가 접수되는지, 조치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관심을 가지고 챙겨야 한다”고 반박했다. 서울청 당직근무규칙에 상황관리관은 112 지령 등 상황관리와 당직업무 등 모든 상황을 총괄해 지도 감독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수본은 지난 1월 류 총경을 업무상과실치사혐의로 서부지검에 송치했으나 서부지검은 10개월째 류 총경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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