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팔 반미 고리로 밀착
지난 20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내 헤르본에서 열린 반미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북한 김정은과 러시아 푸틴 초상화를 내걸고 미국을 규탄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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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북한과 팔레스타인이 반미(反美)를 고리로 밀착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내 반(反) 미국, 이스라엘 집회엔 북한 김정은 초상화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다.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북한 노동당 창건 78주년(10일)을 맞아 김정은에게 축전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은 축전에서 “우리는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귀중히 여긴다”며 “자유와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우리 인민의 합법적인 투쟁을 지지해주고 있는 귀국의 입장을 평가한다. 숭고한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지난 7일 북한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난하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압바스 수반의 성명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풀이됐다. 당시 북한은 외무성 국제기구국장 조철수 명의 담화문에서 “미국은 수천 명의 사상자와 인도주의 위기를 발생시킨 이스라엘의 행위를 ‘자위권’으로 합리화”했다며 “대량 살육의 공범자, 인권 유린의 주모자, 중동 평화의 원쑤(원수)”라고 했다.
팔레스타인 내 반미 집회에선 북한 김정은 사진까지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헤르본에서 열린 집회에선 러시아 푸틴 대통령 사진과 함께 김정은 초상화가 내걸린 것이다. 시위대는 ‘미국 자본주의는 전쟁에 중독됐다’ ‘미국은 중동에서 나가라’ 등 구호가 적힌 팻말과 함께 김정은 사진을 들고 있었다.
반미·반서방 세력이 북한과 러시아를 내세워 반감을 표출하는 모습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8월 니제르에서도 군부 쿠데타 지지자들이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면서 북한 인공기를 흔들기도 했다. 성공한 ‘반미 독재자’로 꼽히는 김정은과 북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사기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국장은 지난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북한과 러시아, 이 나라들은 모델로 삼아선 안 되는 나라들”이라며 “러시아와 북한에서 정부에 항의하는 세력이 있다면 어떻게 끝이 날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 나라들에선 분명 시위를 마치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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