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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소녀 아르미타 가라완드가 지난 1일(현지시간) 테헤란 지하철역에서 열차 밖으로 끌어내려지고 있다.
히잡을 쓰지 않고 지하철에 탔다가 이란에서 이른바, '도덕경찰'로 불리는 지도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와 실랑이를 벌인 뒤 의식을 잃었다는 이란 10대 소녀가 결국 '뇌사'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지시간 22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 국영 IRINN 방송은 "아르미타 가라완드의 건강 상태에 대해 의료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뇌사'(brain dead)임이 확실해 보인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전했습니다.
가라완드는 이달 1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 지하철에서 혼수 상태에 빠진 뒤 지금껏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쿠르드족 인권 단체 헨가우는 히잡 착용 의무를 어긴 가라완드를 지도순찰대 소속 여성 대원들이 단속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폭력이 가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공개된 CCTV 영상을 보면 가라완드는 2명의 다른 친구들과 함께 히잡을 쓰지 않은 채 열차에 탔다가 곧 의식이 없는 상태로 들려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란 당국은 가라완드가 폭행당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면서, 저혈압 쇼크로 실신해 쓰러지다가 금속 구조물 등에 머리를 부딪혔을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진상을 밝힐 핵심 증거인 지하철 내부 CCTV 영상은 공개하지 않아 당국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13일 당시 스물두살이던 쿠르드계 이란인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와 닮은 꼴이어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순찰대에 체포된 아미니는 조사 중 쓰러진 뒤 사흘 만에 숨졌습니다.
유족은 그의 시신에 구타 흔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란 경찰은 아미니가 기저질환으로 숨졌다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거센 역풍을 불렀습니다.
이란 지도부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아미니의 죽음을 계기로 폭발하면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란 전역에서 벌어졌습니다.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시위는 수개월만에 진압됐지만, 정부에 대한 이란 국민의 불만은 잠시 억눌러졌을 뿐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당국은 이후 사회 통제의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습니다.
IRNA 통신은 최근 이란 혁명법원이 아미니의 의문사를 보도한 기자인 닐루파르 하메디와 엘라헤 모하마디 등 여성 언론인 2명에게 각각 13년과 12년 징역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에게는 미국 정부와 협력한 죄로 각각 7년과 6년형이 내려진 데 더해 국가안보에 반하는 행동을 한 죄로 5년, 반체제 선전으로 1년의 형기가 추가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메디는 혼수상태로 입원한 아미니를 끌어안은 부모의 사진을 촬영한 뒤 체포됐고, 모하마디는 아미니의 고향에서 치러진 장례식을 취재했다가 연행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습니다.
이란 정보기관들은 지난해 10월 이들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이라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란 당국은 이른바 히잡 시위와 관련해 하메디와 모하마디 외에도 100명 가까운 언론인을 체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라완드의 뇌사 판정을 계기로 이란 당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노벨평화상은 이란 여성에 대한 압제에 저항하고 인권과 자유를 위한 투쟁에 앞장서 온 나르게스 모하마디(51·여)에게 주어진 바 있습니다.
모하마디는 20여년 간 이란 당국에 13차례나 체포될 정도로 탄압을 받으면서도 굴하지 않은 이란의 대표적 인권운동가이자 반정부 인사입니다.
유럽의회는 지난 19일 올해 '사하로프 인권상' 수상자로 숨진 아미니를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상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옛 소련 반체제 물리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의 이름을 따 1988년 제정됐으며,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수호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시상됩니다.
(사진=AP, 연합뉴스)
표언구 기자 eungo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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