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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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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장동 재판서 “정진상이 한 게 내가 한 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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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법정서 34분간 수첩 들고 검찰 주장 반박

조선일보

이재명 대표가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성남FC 불법 후원금'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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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 심리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재판에서 혐의를 재차 강하게 부인했다. 이 대표는 공범으로 기소된 측근 정진상(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씨에 대해 “정씨가 한 일이 내가 한 일이냐”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대장동 세 번째 공판에 출석해 발언 기회를 얻고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적용한 배임‧뇌물 등 혐의에 대해 “공소 내용을 보면 ‘정진상이 한 것이 곧 이재명이 한 일이다’고 돼있다”면서 “정씨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모의·공모했는지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가까운 사이니까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냐”라며 “헌법상 연좌제 (금지) 위반 아닌가”라고 했다. 검찰의 기소가 헐겁다는 비판이었지만, 당시 최측근으로 대장동 등 사업에 관여한 정씨에게 일부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 대표의 직접 발언은 이날 재판 말미인 오후 5시 2분부터 시작됐다. 재판장이 “피고인 측 할 말 있느냐?”고 하자, 이 대표는 “감사합니다”라고 하며 검은색 수첩을 펼쳤다. 재판 중 검찰이 이 대표 혐의에 대해 설명할 때 이 대표는 해당 수첩에 직접 메모를 했다.

이 대표는 메모 등을 토대로 검찰이 법정에서 펼친 주장을 반박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당시 유착한 의혹을 받는 대장동 민간업자들에 대해 “(유동규가) ‘졸라 싫어하지 니네들’ 이라고 할 정도로 제가 너무 혐오했다”며 “이들이 성남시에 발을 못 붙이게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대선 자금을 위해 민간업자들과 유착했다는 검찰의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2022년 선거가 가장 근접한 대선이었는데, 그럴 때 돈을 써야 한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고 난 다음에 (민간업자들이) 노후 자금으로 주기로 했다고 말을 바꾼 것인데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대장동 개발 이익은 충분히 성남시로 환수됐다고 강조했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에 대해 이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르재단을 언급하며 “미르재단은 운영의 성패가 최순실(최서원)이라는 사람에게 귀속되지만, 성남FC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위례신도시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도 부인했다.

이 대표는 발언할 때 피고인석 앞으로 바짝 당겨 앉고, 노트와 재판장, 검사들을 번갈아 봤다. 이렇게 이 대표가 이야기하는 데 총 34분이 걸렸다. 재판장이 “피고인 이제 정리 좀 해달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발언 중간 재판장의 눈치를 보며 “거의 다 끝났습니다. 죄송합니다. 재판장님” “재판장님 말씀 많이 드린 것 같은데 기회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된 이 대표의 대장동 재판은 오후 6시 8분에 끝났다. 이 대표는 사흘 전인 지난 17일에도 같은 재판에 나왔다. 이 대표가 재판을 받기 위해 주 2회 법원에 출석한 것은 작년 대선 이후 처음이다. 이 대표는 이번 주에만 법정에서 총 13시간 25분 동안 재판을 받았다.

일주일에 두 번이나 종일 재판을 받은 이 대표는 지팡이를 짚고 법원을 나왔다. 이날 법원에 도착했을 때엔 지팡이를 쓰지 않고 들어왔었다. 저녁까지 이 대표를 기다린 지지자 10여 명이 “이재명! 이재명!” 하고 이름을 외치자 왼손을 높이 들었다. 재판부는 11월에도 이 사건 재판을 최소 다섯 차례 진행할 예정이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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