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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서울 민심 무섭게 변한다, 총선 승리 열쇠는 ‘공천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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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02

한겨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일주일여 앞뒀던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화곡역사거리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이 선거유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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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입니다. 역대 선거에서 서울의 표심은 대한민국 민심의 척도였습니다. 전국 선거에서 이겨도 서울에서 패배하면 승리의 의미가 반감됐습니다.

1961년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소장은 공화당을 창당했습니다. 1963년부터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를 여러차례 치렀는데, 서울에서는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1963년 5대 대선, 1967년 6대 대선에서는 윤보선 후보에게 밀렸습니다. 1971년 대선에서는 김대중 후보에게 밀렸습니다. 1963년 6대 총선, 1967년 7대 총선, 1971년 8대 총선에서 공화당이 이겼습니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매번 야당이 이겼습니다.

정통성 시비에 시달리던 박정희 정권은 결국 1972년 ‘10월 유신’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대통령을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뽑고, 국회 3분의 1을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하는 유신정우회 의원으로 채웠습니다. 민주주의를 포기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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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선제 개헌이 이뤄진 1987년 대선의 승리자는 노태우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울은 김대중 후보가 1등이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된 1992년 대선도 서울은 김대중 후보가 이겼습니다.

1997년, 2002년, 2007년 대선은 당선자(김대중·노무현·이명박)와 서울 1위 득표자가 일치했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지만, 서울은 문재인 후보가 이겼습니다. 2017년 대선과 2022년 대선은 당선자(문재인·윤석열)와 서울 1위 득표자가 다시 일치했습니다.

무섭게 변하는 서울 민심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지금까지 길게 보면 서울의 표심은 민주당 계열 정당에 대체로 호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과 민주당 계열 정당을 오가며 우리나라 정치의 역동성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2004년 총선 이후 서울 지역구 당선자 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2004년 17대/열린우리당 32/한나라당 16

2008년 18대/한나라당 40/통합민주당 7/창조한국당 1

2012년 19대/민주통합당 30/새누리당 16/통합진보당 2

2016년 20대/더불어민주당 35/새누리당 12/국민의당 2

2020년 21대/더불어민주당 41/미래통합당 8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서울 압승 덕분에 이겼고 이를 기반으로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21대 총선까지 압승이 이어졌습니다.

거기까지였습니다. 민주당은 2021년 4·7 재보궐선거, 2022년 대선, 2022년 지방선거까지 3연패의 늪에 빠졌습니다. 특히 2020년 총선과 2021년 4·7 재보선 사이에 나타난 서울 표심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겨우 1년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2020년 4·15 총선은 본래 민주당의 고전이 예상됐던 선거였습니다.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로 정권의 도덕성이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민심은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을 유예했습니다. 오히려 총선 압승이라는 선물을 안겼습니다. 서울의 49개 지역구 가운데 41개를 민주당이 이겼습니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에서 이낙연 후보가 미래통합당 대표 황교안 후보를 58% 대 39%로 눌렀습니다. 민주당은 기세등등했습니다. ‘20년 집권론’이 횡행했습니다. 정치인들의 오만한 발언과 부동산 정책 실패는 민심의 분노를 부추겼습니다. 유예됐던 심판론의 폭발력은 엄청났습니다.

서울 민심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2021년 4·7 재보선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박영선 후보를 57% 대 39%로 눌렀습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결국 5년 만에 정권을 넘겨주는 치욕을 겪었습니다. 2022년 3·9 대선에서 서울은 윤석열 50%, 이재명 45%로 31만표 차이가 났습니다. 서울이 아니었으면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될 수 없었습니다. 6·1 지방선거에서도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송영길 후보를 59% 대 39%로 꺾었습니다.

다선 많은 민주당 ‘서울 기득권’ 이미지


자, 이제 2024년 4·10 22대 총선은 어떻게 될까요? 민주당은 10·11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압승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폭주에 따른 반사이익입니다. 총선은 6개월 뒤에 있습니다.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가 총선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섣부르고 위험한 것입니다.

현재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비슷한 수준입니다. 13일 발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34%, 민주당 34%로 같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58%로 긍정 평가 33%보다 훨씬 높은데도 정당 지지도가 같다는 것은 민주당의 총선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입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이런 흐름이 앞으로 계속 이어진다면 국민의힘이 이길지, 민주당이 이길지 알 수 없다고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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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의 승부처가 서울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북 남원·임실·순창의 이용호 의원(재선)이 서울 마포갑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부산 해운대갑 하태경 의원(3선)도 서울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부산 사하을 조경태 의원(5선),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김태호 의원(3선), 대구 수성갑 주호영 의원(5선) 등 중진들이 서울이나 수도권 험지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측근들도 서울 격전지 출마가 예상됩니다.

반면에 민주당은 서울에서 ‘기득권 세력’이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2020년 4·15 21대 총선에서 49개 지역구 가운데 무려 41개를 이겼기 때문입니다. 총선 이후 종로 이낙연 의원이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면서 의원직을 사퇴했고, 이 자리를 2022년 3·9 재보선에서 최재형 의원이 차지했습니다. 서초갑 윤희숙 의원은 부친 부동산 투기 의혹 때문에 의원직을 사퇴했는데 같은 당의 조은희 의원이 당선됐습니다. 현재 서울 의석은 민주당 40개, 국민의힘 9개입니다.

선수를 기준으로 봐도 민주당은 몸이 무겁습니다. 서울 지역구 민주당 의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4선(6명) 김영주 노웅래 안규백 우상호 우원식 이인영

3선(11명) 김민석 남인순 박홍근 서영교 유기홍 인재근 전혜숙 정청래 진선미 한정애 홍익표

재선(10명) 강병원 고용진 기동민 김병기 김성환 김영호 박용진 박주민 진성준 황희

초선(13명) 강선우 고민정 김영배 박성준 오기형 윤건영 이수진 이용선 이해식 장경태 정태호 천준호 최기상
국민의힘 의원 9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권영세·박진(이상 4선), 박성중(재선), 김웅·배현진·유경준·조은희·최재형·태영호(이상 초선)
정치인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고도의 전문직입니다. 입법부 구성원인 국회의원은 초선보다는 재선, 재선보다는 3선이 경험도 많고 업무 역량이 뛰어납니다. 국회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 중요한 자리는 다선 의원이 맡는 것이 효율적이고 자연스럽습니다.

‘혁신 공천’ 목표 뚜렷해야


그러나 국민은 다선 의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반정치주의와 정치혐오증 때문입니다. 연합뉴스가 지난 11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현재 거주 지역의 지역구 의원이 내년 총선에 다시 출마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53.3%가 ‘다른 인물을 뽑겠다’고 답했습니다. ‘현역 의원을 뽑을 것’이라는 사람은 27.7%였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서울 지역구에 현역 의원, 그것도 다선 의원이 많은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조사 결과입니다. 물론 반정치주의 정서가 실제로 내년 총선 표심으로 고스란히 연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 윤석열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선거라서 정권심판론이 작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선거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다양한 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임기 3년이 지나서 치러진 1996년 15대 총선이 그런 경우입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민자당의 이름을 신한국당으로 바꾸고 이회창·황우여·이재오·김문수·홍준표·맹형규 등 새로운 인물들을 대거 끌어들였습니다. 예상을 깨고 여당이 이겼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도 지지층을 결집하고 중도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정치적·정책적 카드를 준비할 것입니다.

민주당이 현실적으로 서울에서 현재의 의석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얼마나 덜 빼앗기느냐가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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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단식 치료 퇴원 뒤 첫 일정으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후보 유세 현장에 참석해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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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는 지난 9일 강서구청장 유세에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부족하고 억울한 것이 있더라도 잠시 제쳐두고 저 거대한 장벽을 함께 손잡고 넘어가자”고 당내 통합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을 지키기 위해서는 공천 개혁도 필요합니다. 공천 개혁은 단순한 물갈이가 아닙니다. 목표가 뚜렷해야 합니다. 상징성이 중요합니다.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계파 정치를 청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계파 보스인 대구·경북의 김윤환 고문과 옛 민주당계의 이기택 고문을 지역구 공천에서 배제하는 ‘공천 학살’을 감행했습니다. 예상을 깨고 한나라당이 이겼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민주당은 통합과 혁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합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에 과연 그런 배짱과 역량이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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