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오른쪽)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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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15%포인트 차로 완패한 국민의힘은 12일 종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내년 4·10총선의 바로미터로 여겨진 선거에서 예상보다 큰 격차로 패배하자 위기감이 터져 나왔다.
친윤계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패배할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이만큼 큰 표차로 완패할 줄은 몰랐다”며 “단순히 선거전략 부재나 선거지형 탓이 아니라, 판 자체가 바뀌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이런 반응은 한때 국민의힘이 끌어왔던 수도권 민심이 다시 더불어민주당으로 기울기 시작했다고 봐서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열린 19대 대통령 선거부터 2020년 21대 총선까지 세 차례 전국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연패했다. 이번 보선이 열린 강서구에 한정할 경우, 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25.08%포인트 차로 민주당에 밀렸고, 이듬해 2018년 지방선거 강서구청장 선거에서도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에 35.82%포인트 차로 패했다.
김영옥 기자 |
이런 추세는 자유한국당이 미래통합당으로 당명을 바꿔 치른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이어졌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강서갑에서 17.53%포인트, 강서을 13.81%포인트, 강서병 23.37%포인트 차로 민주당에 패해, 강서 지역 전체적으론 18.08%포인트차가 났다. 여권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탄핵 영향이 있던 시기여서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 점퍼만 입으면 유권자의 외면을 받았다”며 “백약이 무효했던 엄혹한 시기였는데, 이번에 비슷한 격차로 벌어졌기에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값 폭등과 조국 사태, 연이은 '내로남불' 행태로 민심이 이반된 가운데 치러진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면서 변곡점이 왔다. 당시 오 시장은 강서구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에 11.39%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지난해 대선에선 강서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2.20%포인트 차로 졌지만 미세한 격차였고, 같은해 지방선거에선 오세훈 시장이 강서구에서 13.99%포인트 차로 이겼다. 당시 김태우 후보도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2.61%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민주당 텃밭인 서울 강서구에서 오히려 박빙 우위를 점하던 국민의힘이 이번 완패로 4년전으로 돌아간 꼴이다. 비윤계 허은아 의원은 페이스북에 “4년 전 (21대 총선을 앞두고) ‘망가진 보수의 이미지를 바꿔 달라’며 영입제안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번 결과로 4년의 노력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느낌”이라며 “다시 제자리다. 보수 정치 전체가 또 한 번 낭떠러지 앞에 섰다”고 썼다.
지난 7월 서울 강서구 빌라 밀집 지역에서 시민들이 길을 걷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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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도 “이 정도 표차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이 참패했던 수준이다. 정부·여당에 실망한 중도층이 민주당으로 쏠렸기 때문”이라며 “유승민 전 의원이나 이준석 전 대표 등 색깔이 다른 이들을 포용하지 못하는 현재 국민의힘의 모습을 보고 ‘황교안의 자유한국당과 뭐가 다른가’라는 유권자가 많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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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의 ‘빌라를 아파트로’ 공약…오히려 화 불렀다
김태우 후보가 내건 개발공약이 통하지 않았다는 점도 패배 원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것이 ‘빌라를 아파트로’ 공약이다. 강서구에 산재한 빌라촌을 재개발을 통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만들겠다는 내용인데, 외려 1인 가구나 세입자의 반발을 크게 불렀다. 서울시에 따르면 강서구 24만4097가구 가운데 14만3099가구(59%)가 전·월세 임차인이다. 수도권 당협위원장은 “세입자에게 아파트를 지어주겠다는 말은 ‘이곳을 떠나라’는 뜻 아닌가”라며 “실제 선거지원을 나갔을 때도 호응이 적었다”고 했다.
이를 반영하듯 김 후보는 빌라가 많은 등촌2동(9.9%포인트차), 화곡본동(22.2%포인트차), 화곡1동(20.9%포인트차)에서 진교훈 후보에 크게 뒤처졌다. 김 후보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는 등촌2동에서 13.2%포인트 차로 승리했었다. 또한 선거 막판 김 후보가 “재개발 이해상충을 피해기 위해 강서구에 집을 갖지 않겠다”는 공약은 집주인의 반발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효성·전민구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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