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오른 물가에 그동안 차마 손을 못 대던 자녀 교육비까지 줄이는 상황이 됐다. 가계 소비 항목 중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교육비 지출 둔화세가 확연하다.
서민 가계가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방증이라 향후 추가적인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
9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0~2023년 가계수지 교육부문(전국) 수치를 분석한 결과 지난 2분기 기준 가구당 월평균 교육비는 25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2년 2분기 상승률은 13.5%, 2021년은 30.7%에 달했다.
지난 1분기 가구당 교육비는 35만4000원으로 1년 전(33만7000원)보다 4.9% 상승했다. 역시 2022년 15.2%, 2021년 10.8%와 비교해 상승률 둔화가 완연하다.
상대적으로 교육열이 높고 사교육에 대한 관심이 큰 도시 지역에서도 교육비 지출 위축이 확인된다. 2분기 기준 도시 근로자의 월평균 교육비 증가율은 2021년 29.4%, 2022년 11.7%, 올해 5.7% 등으로 집계됐다.
새 학년이 시작돼 교육 관련 지출이 늘어나는 1분기 수치를 봐도 올해(46만원) 증가율은 10.8%로 지난해 같은 기간(18.6%)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도시 근로자 계층의 교육비 지출 규모는 전국 평균보다 30% 안팎 더 많다. 교육 관련 정보 취득과 사교육 접근이 보다 용이한 영향이다.
교육비는 불황기에도 가장 마지막까지 지출을 줄이지 않는 항목 중 하나다. 교육비 지출 둔화는 고금리·고물가 여파가 서민 가계는 물론 중산층까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우리나라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0.6% 반등하며 개선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민간소비(실질, 계절조정)는 2분기 0.1% 하락 반전했다. 지난 8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02.6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2% 떨어졌다. 음식점 포함 소매판매액지수(-5.1%) 역시 2021년 1월(-7.5%)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가계 자금이 고갈돼 가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여윳돈은 없는데 교육비는 갈수록 오르니 학부모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한은이 발표한 9월 기준 교육 부문 소비자물가지수는 104.42로 전년 동월보다 1.8% 올랐다. 이 수치는 6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아주경제=배근미 기자 athena3507@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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